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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칼럼] 스프링캠프와 극기훈련...'멘탈'에 대한 오해와 진실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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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칼럼] 스프링캠프와 극기훈련...'멘탈'에 대한 오해와 진실은 무엇인가?
  • 박용진 편집위원
  • 승인 2017.02.22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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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진 감독의 수상한 야구]

[스포츠Q(큐) 박용진 편집위원] 한국야구에서 오랫동안 강조하는 부분이 바로 정신력이다.

1960~1980년대까지가 바로 정신력의 시대였다. 팀의 고위층 인사나 감독들은 경기를 패하면 ‘정신이 썩어서’ 또는 ‘정신력이 약해서’ 졌다고 나무랐다.

1991년부터 1993년까지 삼성 라이온즈 2군 감독을 맡고 있던 시절이었다. 미국 원서를 공부하며 봤더니 ‘멘탈(Mental)’이란 말이 계속 나왔다. 그 의미에 관심을 갖게 돼 필자가 처음으로 코칭스태프 회의 때 사용했다.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른 1990년대 중반 이후엔 멘탈과 ‘멘붕’이란 용어가 언론에 간간이 등장했다. 그리고 지금 각 분야에서 '멘탈'이라는 단어는 일반화됐다. 정치계까지도 멘탈을 거론하는 단계로 발전했다.

▲ 경기 중 멘탈이 무너진 순간은 바로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게 아닐까? 롯데 자이언츠 김준태가 지난해 9월 1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원정경기 3회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안타를 쳤으나 아웃으로 잘못 판단해 태그아웃 당한 후 더그아웃에서 자책하고 있다. [사진= 스포츠Q DB]

예전에 우리는 극기 훈련을 반복하면 강한 정신력이 자연히 길러져 경기에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허나 멘탈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정신력과는 다른 세계다. 

투수의 멘탈에 대해 생각해 보자.

첫째, 마운드에서 심호흡하며 집중하고
둘째, 구종을 선택하고
셋째, 투구할 위치를 선택하고
넷째, ‘너는 내 볼을 때릴 수 없다’는 자신감을 갖고
다섯째, 긍정적 마인드를 갖고
여섯째, 공격적 피칭을 하고
일곱째, 단순하게 생각하고
여덟째, 최고의 구위로 표적에 던진다. 이런 일련의 총체적 과정이 바로 멘탈이다.

무지하면 용감하다고 했던가. 각 구단들은 얼음물 속에 들어가고 눈보라 치는 야간 산행을 하며 해병대 위탁 훈련을 해서 정신력을 기를 수 있다고 경쟁적으로 극기 훈련을 도입했다. 멘탈의 정의를 모른 채 극기 훈련이 경기를 이기는 첩경으로 알고 이상한 짓들을 했다.

시즌 중에도 정신력을 강화한다며 어처구니 없는 일들을 종종 벌였다. 2루수가 낙구하여 경기에 지자 화가 난 감독은 다음 날 연습장에서 그 선수에게 소주 한 사발 먹인 일도 있었고, 원정 2군 경기에서 패하자 귀가 도중 고속도로에 하차시켜 로드워크시킨 일도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실소를 금치 못할 황당한 방법들이다. 

이런 무지가 깨지기 시작한 건 각 구단에서 코치들을 미국에 연수를 보낸 시점과 맞닿아 있다. 미국식 훈련법이 조금씩 들어오면서 멘탈에 대한 생각도 바뀌게 된 것. 하지만 미국식 자율야구, 일본식 관리야구를 주장하는 이들이 충돌하면서 오랜 시간 혼란을 겪기도 했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 하더라도 새로운 문물을 받아들이기까지 시간과 진통의 과정을 겪는 것처럼.

이처럼 고정된 사고는 깨기가 쉽지 않다. 지나고 보니 자율야구, 관리야구를 따지는 자체가 넌센스다. 그냥 한 마디로 ‘야구’다.

1982년 창설된 KBO리그도 15년여의 세월을 보내며 선진야구에 눈을 떴다. 선진야구의 합리적인 훈련방법과 경기 운영이 차츰 자리를 잡았다. 경기 전 타격 훈련 방법도 초창기에는 3곳에서 했지만 미국을 다녀온 지도자가 한 곳에서 타격훈련, 수비, 주루 까지 한꺼번에 소화하는 효율적인 방법을 채택하면서 서서히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지금은 10개 팀 모두가 한 곳에서 실시하는 연습방법이 정착됐다.

야구는 주로 파트별로 훈련하며, 팀플레이 때만 전체훈련으로 시행된다. 훈련을 보면 개인 종목 같기도, 단체 종목 같기도 하다. 경기 역시 개인이 하는 것 같지만 전체가 협동해야 하는 단체 종목이다. 개인주의가 강하고 협동심이 약한 팀은 모래알과 같다. 개인 기량이 뛰어난 선수들이 즐비한들, 협동이 안 되면 사상누각과 다를 바 없다.

‘멘탈의 허점’이란 말이 있다, 야구는 정신의 경기로 방심과 자만이 스며드는 것을 말하며, 이렇게 되면 자기가 갖고 있는 기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없게 된다. 심지어 슬럼프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이는 선수가 가장 경계해야 할 가장 무서운 정신적 요소다. 멘탈의 허점이 생기지 않도록 코칭스태프의 세심한 주의력이 필요하다.

현재 프로야구 10개 구단은 스프링캠프에서 기술과 체력 보완에 힘쓰고 있지만, 이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멘탈 작업이다. 단순한 체력과 기술력에 매달려 핵심인 멘탈 보완 작업을 등한시하면 좋은 경기력을 기대하기 어렵다. 허약한 멘탈은 경기 중 여러 번 찾아오는 고비를 견디지 못하고 패배로 가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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