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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칼럼] 한화이글스 김성근 감독이 실패한 2년, 박종훈 단장이 바꿔갈 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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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칼럼] 한화이글스 김성근 감독이 실패한 2년, 박종훈 단장이 바꿔갈 1년
  • 박용진 편집위원
  • 승인 2016.11.22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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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진 감독의 수상한 야구]

[스포츠Q 박용진 편집위원] 2009년 9월부터 2년간 LG 트윈스 사령탑을 지낸 박종훈 감독이 지난 3일 프로야구 감독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한화 이글스 단장으로 취임했다.

 역대 첫 감독출신 단장 박종훈과 김성근의 만남

그동안 프로야구에서는 ‘프런트야구’, ‘감독야구’라는 말이 유행처럼 돌았다. 메이저리그(MLB)에서 단장은 야구단의 그림을 책임지고 그리는 자리다. 때문에 MLB를 ‘단장야구’라고 칭한다. 물론 단장은 필드매니저(감독)와 협의하며 팀을 그려나간다. 단장과 감독에게 일방적인 리더십은 없다. 두 수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는 시스템이다.

▲ 박종훈 단장(왼쪽)이 14일 KBO 시상식에서 김태균에게 꽃다발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김태룡 두산 베어스 단장, 민경삼 SK 와이번스 단장에 이어 박종훈 감독이 한화 단장으로 부임하면서 야구인 출신 단장은 3명으로 늘었다. 

필자가 프로야구계에 첫발을 들인 건 MBC 청룡 유니폼을 입은 1985년이다. 이후 여러 팀을 옮기며 많은 경험을 했다. 때로는 야구를 잘 모르는 비야구인 출신 프런트 요원으로부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들으며 야구를 한 적도 있다. 

우리나라 프로야구도 역사가 깊어지며 전문성을 요하게 되면서 차츰 야구 전문 경영인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

 2년간 허송세월로 지낸 한화 프런트

박종훈 단장을 영입한 이유는 뭘까? 한화로서는 김성근 감독을 경질하지 않고 야구하려 하니 기존 비야구인 출신 단장이 김 감독을 컨트롤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 김성근 감독의 이론에 프런트가 야구에 대한 논리가 부족하다 보니 대화가 원활하게 안 됐을 것이다. 

이러다 보니 프런트를 우습게 여기면서 야금야금 접수하는 형국이 됐을 것이다. 감독이 전대미문의 전권을 휘두르는 모양새가 됐다.

일을 모르면 바보가 되는 것이다. 한화 프런트는 2년 동안 감독에게 이리저리 끌려 다니며 시키는 것만 하며 허송세월을 보냈다고 말할 수 있다.

야구계는 감독 출신인 박종훈 단장이 김성근 감독과 협업을 하며 과연 어떤 성적을 낼 것인가에 주목하고 있다. 

김성근 감독은 일본에서 1960년에 혈연, 지연, 학연이 없는 혈혈단신으로 한국에 왔다. 기댈 곳도 없고 믿는 구석이라고는 오로지 자신밖에 없다는 신념으로 살아왔다. 이러다 보니 자기 생각대로, 누구도 믿지 않으며 누가 뭐라 해도 자기방식 대로 하는 식의 성격이 강해졌다.

과거 사장과 단장들은 연습량이 많으면 야구를 잘 할 것으로 생각해 현장에 훈련량을 높일 것을 주문했다. 당시엔 이런 방식이 통했기 때문에 오랫동안 감독을 할 수 있었다. 김성근 감독은 이런 면을 잘 이용했다. 많은 연습량으로 승부를 걸었으며, 이것이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그러나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다는 현실을 느끼지 못했다. 김성근 감독은 과거에 함몰돼 허우적거렸다. 자고 나면 선진야구가 밀물처럼 들어왔지만 이러한 변화의 물결을 애써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몸부림치며 자기만의 야구를 고집했다. 

이런 방식으로 선진야구를 대적해 왔다. 시대에 뒤떨어진 주먹구구식 야구로, 1869년 첫 창단 팀인 신시내티 레드스타킹스 이후 148년 동안 시행착오를 겪으며 체계화된 MLB 시스템을 이기려는 생각 자체가 한 마디로 어불성설이다.

 2년 동안 한물간 야구를 고집하다 참담하게 실패한 김성근 감독

KBO리그의 수준이 낮을 때는 투수들의 분업화가 없는 야구가 통했을지 몰라도, 144경기 장기 레이스에서는 이것이 통할 리가 만무했다. 

김성근 감독은 이런 것을 간과하고 2007년 당시 SK 우승의 환상에 사로잡혀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과거에 집착한 나머지 퇴보를 거듭하다 많은 후유증과 상처만 남기고 추락했다. 결론적으로 김성근 야구는 한물가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물러나기 직전이다.  

▲ 10월 2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KBO 통산 2600경기 출장을 달성한 김성근 감독(왼쪽)이 주장 정근우로부터 꽃다발을 받은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한화 이글스 제공]

 시험대에 오른 박종훈 단장

박종훈 단장은 프로야구 선수를 비롯해 코치, 감독, 행정가로 경험을 쌓은 인물이다. 또, 1990년대 초 미국에 연수를 다녀온, 프런트와 현장에 깊은 조예가 있는 야구인이다. 일본야구에 치우쳐 있는 김성근 감독과 MLB 체제를 선호하는 단장이 과연 어떤 야구를 만들어낼지 궁금하다.

KBO리그는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민주화 시대에 걸맞은 리더십을 갖춘 리더를 선호하는 경향이 생겼다. 박종훈 단장은 부드러운 이미지의 민주적인 사람으로, 독재자 스타일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다. 이런 극과 극의 야구인이 한 지붕 아래에서 충돌 없이 많은 문제들을 합리적으로 풀 수 있을지 시험대에 올랐다.

 안방에서 MLB를 접한 팬들은 야구를 보는 눈이 날카롭다

야구팬들은 MLB를 안방에서 속속들이 시청하고 있다. 그들의 야구와 우리의 야구에 무슨 차이가 있는지 비교하며 볼 것이다. KBO리그는 상당한 양의 MLB 야구를 참고로 하며 경기 운영을 본받고 있다. 특히 그들의 야구는 선수 위주의 야구로, 선수들의 인격을 최대한 존중하며 경기를 풀어간다. 

이것이 우리와 다른 점이다. 감독이 선수기용, 작전을 도맡아 한다지만 선수의 인격을 무시하는 야구를 하지 않는 점이 우리와 차이가 있다. 이런 것들이 MLB의 철학이다.

 감독 위주의 야구는 심각한 후유증만 남기고 퇴장 당했다

한화 야구는 철저한 감독 위주의 야구다. 선수들의 생각을 무시하며 일방적으로 이끌어가는 독재자형 리더. 감독이 결정하면 그것이 법이 되는 형태였다. 이러다 보니 선수들의 불만은 커졌고 경기력은 극대화 되지 않았다.

또, 양적인 연습 방법만 고집해 선수들이 의욕을 잃었다. 이것이 ‘줄 부상’으로 이어지고 말았다.

김성근 감독과 야구하기 싫어 태업을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지경에 이르렀다. 감독의 거취 문제가 시즌 동안 초미의 관심사가 되는 이상한 일이 벌어졌으며, 시즌이 끝나고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구단은 문제점을 명쾌하게 해결하지 못하고 김성근 감독의 유임을 결정했다. 궁여지책으로 감독 출신 박종훈 단장 카드를 꺼내들어 감독의 권한을 축소, 단장을 통한 감독의 견제를 택했고 갈기갈기 찢어진 구단을 정상화 시키도록 책임을 부여했다.

◆ 박종훈 단장의 개혁은 시작됐다

박종훈 단장의 개혁 드라이브로 김성근 감독의 독수리는 날갯죽지에 힘이 빠지기 시작해 하늘로 다시 오를 힘은 사실상 동력이 떨어진 것 같다. 타이어에 바람이 서서히 빠지는 것처럼 말이다. 

무능한 가신들은 문제만 일으키다 쫓겨나기 시작했으며, 앞으로도 식솔들 정리 작업이 진행될 것 같다. 2년간 전권을 휘둘렀지만 하루 아침에 이빨 빠진 호랑이 신세가 될 처지다.

권력은 유한한 것이다. 힘이 주어졌을 때 그 힘을 함부로 사용하지 말라고 이야기했지만, 듣지 않았다. 구단은 무섭게 휘두르던 권력을 회수하기 시작했다. 빼앗은 권력은 더 이상 그에게 주어지지 않을 태세다.

박종훈이라는 새로운 권력자가 나타났다. 독재시대에서 민주시대로 가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독재자가 그 자리에서 내려와야 하며, 민주적인 리더십의 사람이 이끌어가는 것이 순리다. 독재자의 잔재가 청소돼야 온전한 민주시대가 도래하는 것처럼.

신임 박종훈 단장에겐 감독 일인치하에서 벌어진 여러 문제점을 바로 잡아야 할 임무가 주어졌다고 본다. 정상적으로 되돌리기 위해선 많은 진통이 따를 터.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조직 정비로 무능한 사람을 퇴출하는 것과 유능한 인재를 수혈하는 것이다. 둘째, 구단 매뉴얼 작업을 해야 할 것이다. 구단 매뉴얼은 어느 감독이 오더라도 그 매뉴얼에 따라 훈련을 시키는 교본이다. 셋째, 개혁에는 반드시 저항이 있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개혁의 저항을 두려워하면 개혁은 실패로 끝나게 된다.

독수리 군단은 살아남기 위해 박종훈 대장을 중심으로 대오를 정비하고 있으며, 개혁의 깃발을 꽂았다. 독수리의 비행은 힘들고 갈 길이 멀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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