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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간절함이 빚은 울산의 기적, 무릎까지 꿇은 조민국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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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간절함이 빚은 울산의 기적, 무릎까지 꿇은 조민국 감독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10.26 18: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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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에서 4-3 대역전극, 상위 6강 스플릿 막차 합류…AFC 챔피언스리그 진출 도전

[성남=스포츠Q 박상현 기자] 간절했다.

사실 간절하기는 울산 현대나 성남 FC나 마찬가지였다. 지난 시즌 준우승팀으로 올시즌도 우승후보로 손꼽혔던 울산은 마지막까지 상위 6강 스플릿 진입을 확정짓지 못하고 있었고 성남은 아직까지도 강등권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이 때문인지 26일 성남과 울산의 현대오일뱅크 2014 K리그 클래식 33라운드 맞대결이 벌어진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90분 동안 무려 7골이나 터졌다. 성남이 역전해 멀찌감치 앞서가나 했더니 울산이 재역전시키는 극적인 드라마를 연출했다.

울산은 전반 37분 따르따의 선제골을 지켜내지 못하고 후반 연속 3골을 내줘 패색이 짙었지만 후반 28분 이호의 만회골을 시작으로 후반 38분 양동현의 페널티킥 동점골, 후반 39분 박동혁의 재역전 결승골로 4-3으로 이겼다.

울산은 이날 승리할 경우 전남과 인천의 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상위 스플릿에 나갈 수 있었다. 울산과 전남이 모두 이겨 승점이 같아질 경우 골득실에서 크게 앞서는 울산이 상위 스플릿에 나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울산이 성남에 지거나 비긴다면 전남의 인천전 경기 결과를 지켜봐야만 했다. 만약 울산이 성남에 진다면 전남이 인천과 비겨도 하위 스플릿으로 떨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 [성남=스포츠Q 최대성 기자] 울산 조민국 감독(오른쪽)이 26일 경기도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성남과 원정경기 후반 39분 박동혁이 재역전골을 터뜨리자 감싸안으며 환호하고 있다.

이 때문에 후반 25분까지 조민국 감독의 낯은 흙빛이었다.

전반 37분 양동현의 오른쪽 측면 돌파에 이은 패스를 따르따가 선제골로 연결시킨 것까지는 좋았으나 후반 시작과 함께 무더기 골을 내준 것이 컸다.

후반 2분 제파로프의 미드필드 오른쪽 프리킥 크로스에 이은 김태환의 헤딩골로 1-1 동점이 됐을 때만 해도 큰 문제가 없었지만 이호의 파울로 내준 페널티킥을 제파로프가 성공시켜 1-2로 역전당하자 상황이 달라졌다. 이 때까지만 해도 전남과 인천이 1-1이었기 때문이다.

급기야 후반 22분에는 김동희의 패스를 받은 김동섭에게 추가골까지 내주면서 패색이 짙었고 설상가상으로 후반 26분 이용이 코뼈 골절로 들 것에 실려나가면서 점점 나락으로 빠져들었다.

물론 이 때 당시 인천에서는 전남이 1-3까지 뒤지는 상황이 연출됐지만 조민국 감독은 인천 경기 소식을 듣지 못했다.

하지만 김동섭의 골이 나온 뒤 불과 6분만에 만회골이 나온 것이 울산에 행운이었다. 후반 28분 안진범의 패스를 받은 이호의 오른발 슛이 그라운드에 한차례 바운드된 뒤 골문 안으로 빨려들어가면서 2-3으로 추격했다.

이어 후반 38분에는 이종원의 파울로 얻어낸 페널티킥을 양동현이 성공시켜 3-3 동점을 만들어냈고 후반 39분에는 박동혁까지 양동현의 어시스트를 받아 재역전골을 만들어냈다. 불과 11분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다.

기적과 같은 일에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 모여든 홈팬들은 순식간에 정적에 휩싸였다. 울산을 응원 온 소수의 팬들은 믿겨지지 않은 재역전에 환호성을 올렸다. 조민국 감독은 마치 자신이 결승골을 넣은 듯 무릎을 꿇고 골 세리머니를 했다. 이후 달려온 박동혁과 얼싸안으며 기쁨을 누렸다.

▲ [성남=스포츠Q 최대성 기자] 울산 현대 조민국 감독이 26일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성남FC와 경기에서 경기가 풀리지 않자 다소 실망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 '지옥에서 천당으로' 조민국 감독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

조민국 울산 감독은 성남과 경기를 앞두고 "화끈한 경기를 하겠다"고 했다. 공격적으로 나가겠다는 뜻이었다. '이기든 지든'이라는 단서가 붙었지만 그의 마음은 당연히 이기는 쪽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골키퍼 김승규가 없었다.

김승규는 상주 상무와 32라운드 경기에서 세번째 경고를 받아 경고 누적으로 출전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재성, 김치곤, 정동호, 이용의 포백 라인이 있었지만 승리를 위해서는 역시 골이 필요했다.

이 때문에 '화끈한 경기'를 들고 나왔다.

하지만 생각만큼 성남의 골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전북 현대와 지난 22일 대한축구협회(FA)컵 준결승전에서 120분 풀타임을 뛰고도 몸놀림이 가벼웠던 성남을 상대로 경기를 지배하지 못했다. 따르따의 전반 37분 골이 나올 때까지만 하더라도 승패를 예견하기가 어려웠다.

오히려 울산은 후반 초반 3골을 내주면서 패배 일보 직전까지 갔다. 성남이 후반 중반이 넘어서면서 수비에서 혼란을 겪지 않았더라면 상위 스플릿 마지막 한 장은 전남에 돌아갈 수도 있었다.

1-3까지 뒤지고도 내리 3골을 넣었으니 조민국 감독의 말대로 울산은 화끈한 경기를 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정신력이 재역전승을 가져왔다.

조민국 감독은 "지도자가 된 이후 수백경기를 치러봤지만 오늘 경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멋진 경기였다"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1-3에서 다시 3골을 넣어줬다는 것에 선수들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 [성남=스포츠Q 최대성 기자] 울산 현대 이용이 26일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성남FC와 경기에서 코뼈 부상으로 들 것에 실려나가고 있다.

이어 조민국 감독은 "이용이 중간에 부상으로 나온 순간에 개인적으로 힘들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그러나 두번째 골이 들어갔을 때 시간이 많이 남아 희망이 있다고 봤다"고 밝혔다.

또 조민국 감독은 "후반에 들어간 안진범과 박동혁 등이 3골을 넣는 원동력이 됐다"며 "특히 박동혁은 어렸을 때부터 내가 가르쳤던 선수이고 고등학교 때는 스트라이커도 봤다. 교체 멤버 가운데 기회가 나면 골을 넣어줄 수 있는 선수가 박동혁이었는데 그 믿음에 잘 보답해줬다"고 크게 기뻐했다.

◆ 시즌 내내 롤러코스터 탄 울산, AFC 챔피언스리그까지 갈 수 있을까

울산은 K리그 클래식 개막전에서 포항에 1-0으로 이긴 이후 내리 3연승을 달렸다. 4라운드에서 전남에 덜미를 잡히긴 했지만 5라운드에서 서울을 잡는 등 6라운드까지 4승 1무 1패를 달렸다. 이때까지만 해도 울산은 선두였다. 조민국 감독은 3월에 K리그 '이달의 감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는 내리막의 연속이었다. 7라운드 성남과 경기에서 0-1로 진 이후 11라운드 제주전 1-1 무승부까지 3무 2패를 기록했다. 6라운드 부산전까지 포함 6경기 연속 무승이었다. 이후 울산은 연승을 거둔 것이 딱 두차례였다. 19라운드 서울전 1-0 승리와 20라운드 전남전 1-0 승리로 2연승, 32라운드 상주전 2-1 승리, 33라운드 성남전 4-3 승리로 2연승이었다.

이 때문에 울산은 '도깨비 팀'이라는 말이 나온다. 좋은 뜻이 아니라 그만큼 전력 편차가 심하다는 뜻이다.

▲ [성남=스포츠Q 최대성 기자] 울산 현대 박동혁이 26일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성남FC와 경기에서 4-3으로 재역전시키는 골을 넣은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학범 성남 감독도 울산의 진짜 실력을 알기가 힘들다고 말한다.

김학범 감독은 "전북과 경기에서 0-0으로 무승부를 거두다가도 인천에 0-2로 지는 모습은 전혀 딴판이었다. 그러다가 서울전에서 1-0으로 이기더라"며 "울산은 전혀 종잡을 수 없는 팀이다. 전력차가 너무 크기 때문에 아무리 하락세에 있다고 하더라도 쉽게 이길 수가 없는 팀"이라고 밝혔다.

현재 울산의 승점은 47이다. 다음 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이 걸린 3위 포항과 승점차가 8이다. 5경기가 남았기 때문에 최대 승점 15를 거둘 수 있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분명 어렵다.

게다가 울산에는 김신욱이 없다.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부상당한 김신욱이라는 확실한 스트라이커가 없어 전력 편차가 너무 크다. 하지만 양동현이 1골 2도움을 올리며 성남을 꺾었듯이 앞으로 남은 5경기에서 대역전을 이뤄내지 말라는 법은 없다.

프로야구에서는 LG가 최하위에서 가까스로 4강까지 오른 뒤 준플레이오프를 거쳐 플레이오프까지 치르게 됐다. 울산에 이런 기적이 일어나지 말란 법은 없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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