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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故 '마왕' 신해철 영면, "오빠는 외롭지 않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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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故 '마왕' 신해철 영면, "오빠는 외롭지 않을 거예요"
  • 오소영 기자
  • 승인 2014.10.31 10: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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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오소영 기자] 31일 오전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호수를 알려주는 1층 안내 게시판 가운데에는 故 신해철의 사진이 자리해 있었다. 죽음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새까만 머리를 하고 턱시도를 멋있게 차려입고서.

이날 오전 8시 신해철의 장례미사가 열렸다. 미사는 엄숙한 분위기에서 이뤄졌고 이를 마무리하는 성가가 울려퍼지자 미사 내내 참았던 서러운 울음들이 곳곳에서 터졌다.

▲ 가수 서태지가 추도사를 읽고 있다.[사진=사진공동취재단]

영결식은 신해철의 절친한 친구였던 드럼연주자 남궁연이 진행을 맡았다. 이 자리에는 유족, 관계자, 동료가수 넥스트 멤버들, 서태지, 윤도현, 싸이, 신대철, 이승철, 윤종신, 타블로, 영화배우 김부선 등이 참석했다.

팬과 취재진에도 장례미사를 개방해 영결식장은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검은 옷을 입은 일반인 추모객도 200여 명에 이르렀다. 신해철이 생전에 좋아하던 보라색으로 만든 리본을 가슴에 단 팬들과 취재진들이 영결식장 밖까지 늘어섰다.

신해철과 육촌지간이자 음악적으로 끈끈한 연을 이어온 가수 서태지도 아내 이은성과 함께 영결식장을 찾았다.

서태지는 "형에게 고마운 것이 많았는데 아직 고맙다는 말을 다 하지 못했다. 앞으로 많은 분이 그의 아름다운 음악을 기억해 줬으면 좋겠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추도사를 읽었다.

미사가 끝나고 고인의 관이 장례식장을 떠나자 울음소리는 더욱 커졌다. 얼굴을 가리고 흐느끼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참석한 동료 가수들 역시 비통한 표정이었다.

▲ 가수 윤도현이 운구 행렬에 앞장섰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고인의 장례식에 일부러 찾아온 것은 아니지만 다른 이를 조문하러 왔다가 온 이들도 있었다. 생전에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는 아니었으나 그들의 눈가 역시 젖어 있었다. 40대 중반의 남성 두 사람은 고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신해철과 아는 사이였어요?"
"저 사람은 날 모르지만 나는 (신해철을) 알지."
"좋아하셨어요?"
"팬은 아니었지만…."

故 신해철은 그런 존재였다. 팬은 아니었으나 그 세대들에게 뚜렷하게 기억돼 있어 마지막 가는 길을 함께 추모하고픈.

"그래도 사람 많이 왔네요. 오빠도 외롭지 않을 것 같아요."
"라디오에서 추모한다고 노래를 계속 틀어놓는데 그것도 너무 슬프네요."

고인의 온라인 팬 커뮤니티에서 만났다는 20대 여성들은 먹먹한 목소리로 애써 웃어보였으나 결국 울음으로 끝을 맺었다.

신해철을 실은 검은색 리무진이 서초구 원지동 서울추모공원으로 향했다. 이곳에서 화장된 유해는 신해철의 녹음실이 있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의 녹음실과 자택을 거쳐 경기도 안성시 유토피아추모관에 안치된다. 녹음실은 올 하반기 발매 예정인 넥스트의 새 음반을 작업한 곳이다.

▲ 故 신해철의 발인식에는 가수 타블로, 서태지, 윤도현, 싸이 등이 참석했다.[사진=사진공동취재단]

운구는 고인이 20여년간 이끈 밴드 '넥스트' 멤버들과 유족들이 맡았다. 가수 윤도현이 앞장서 운구 행렬을 이끌었다. 관이 운구차에 가까워질수록 영결식장에서 나온 유족과 추모객들의 울음소리는 커졌다.

신해철은 지난 27일 세상을 떠났다. 소속사 측은 저산소 허혈성 뇌손상을 사인으로 밝혔다. 그에 앞서 22일 갑작스러운 심장 이상 증상으로 심폐소생술 및 수술을 받았으나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신해철은 1988년 '대학가요제'에 밴드 '무한궤도'로 등장해 '그대에게'로 대상을 수상했다. '그대에게'는 여전히 많은 대학 축제에서 사랑받고 있다. 이어 밴드 '넥스트' 활동과 솔로로서의 활동을 이어갔다. 라디오 '고스트 스테이션' 진행을 하며 거침없는 사회·정치적 발언으로 '마왕'이라는 애칭을 얻었다.

신해철의 별세 소식에 라디오 등에서는 추모의 의미로 고인의 곡 '슬픈 표정하지 말아요', '그대에게' 등을 선곡하고 있다. '마왕'은 떠났으나 그의 노래는 남아 희망을 노래했다.

ohso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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