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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이슈] 김성근 감독 사의 표명, 선임부터 사퇴까지 31개월간 발자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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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이슈] 김성근 감독 사의 표명, 선임부터 사퇴까지 31개월간 발자취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7.05.23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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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이세영 기자] 감독 인생 첫 자진하차다. 김성근(75) 한화 이글스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래로 처음으로 자진 사퇴를 결정했다.

한화 구단은 “김성근 감독이 23일 구단에 사의를 표명했다. 김 감독은 지난 21일 홈경기 종료 후 구단과 코칭스태프 측에 사의를 표명했다”면서 “구단은 현재 감독의 사의 표명에 대한 수용 여부를 협의 중이다”라고 밝혔다.

구단이 김성근 감독의 사의 표명 의사를 받아들인다면 김 감독의 31개월 임기가 모두 마무리된다. 김성근 감독과 한화의 31개월간의 동거를 정리해봤다.

▲ 2014년 10월 취임식에서 팬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는 김성근 감독. [사진=스포츠Q DB]

◆ 큰 기대 속에 한화 10대 사령탑 취임

김성근 감독이 부임하기 전 한화는 그야말로 처참했다. 과거 해태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를 우승시켰던 ‘코끼리’ 김응용 감독이 2년간 지휘봉을 잡았지만 팀을 암흑기에서 건져내지는 못했다.

2007년 포스트시즌 진출 이후로 한 번도 가을야구를 하지 못하며 침체에 빠진 한화의 선택은 김성근이었다. 무엇보다 팬들의 바람이 컸다. 한 팬은 한화 본사 건물에서 김 감독을 선임해달라는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2014년 10월 25일 김성근 감독이 한화 감독으로 공식 선임됐다. 계약금 5억원과 연봉 5억원 등 3년간 총액 20억원에 구단 10대 사령탑이 된 것.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취임 행사에서 김성근 감독은 “한화는 더 내려갈 곳이 없다. 내년에는 순위표 위에서 경기할 수 있도록 공수 기량을 끌어 올리겠다”고 선언했다. 행사에 참석한 한화 팬들은 기대감이 실린 환호로 응답했다.

▲ 김성근 감독은 한화 구단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도 2015시즌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 [사진=스포츠Q DB]

◆ 구단의 통 큰 지원, 허나 '혹사논란'으로 도마 위에 오르다

김성근 감독을 품은 한화 구단은 곧바로 통 큰 지원에 나섰다. 많은 돈을 들여 FA(자유계약선수) 송은범, 권혁 배영수 등을 사들였다. 내부 FA인 김태균과 조인성도 좋은 대우를 해주며 눌러앉혔다. 김성근 감독의 리더십에 좋은 자원까지 있으니 금방이라도 우승권에 도전할 듯 보였다.

하지만 이내 문제점이 하나 둘 흘러나왔다. 2015시즌을 아름다운 봄을 보낸 한화는 여름 이후 극심한 내리막길을 걸었다. 그러면서 그간 가려져 있던 김성근 야구의 문제점들인 ‘혹사’, ‘마구잡이식 기용’, ‘쥐어짜기 운용’, ‘시대에 맞지 않는 훈련법’ 등이 도마 위에 오르기 시작했다.

특히 혹사논란은 야구계 전체의 아젠다로 떠오를 정도로 화제의 중심이었다. 불펜의 핵심 자원인 권혁과 송창식을 지나치게 자주 사용하면서 팬들의 원성이 높아졌다.

▲ 2017시즌 넥센 히어로즈전 도중 김태균과 하이파이브 하고 있는 김성근 감독(왼쪽). [사진=스포츠Q DB]

◆ 허리수술로 감독 자리를 비우다

2015시즌을 6위로 마친 김성근 감독에게 한화 구단은 역시 통 큰 지원을 해줬다. 정우람과 심수창을 FA로 영입해 마운드 안정화를 꾀했다. 이제 김성근 감독이 성적만 내면 됐다.

하지만 성적은 쉽게 오르지 않았다. 투수진의 부진은 계속됐고, 야수들은 실책을 연발했다. 스트레스가 쌓일 대로 쌓인 김 감독은 2016년 5월 5일 SK 와이번스와 원정경기를 앞두고 허리 통증을 호소, 병원으로 갔고 디스크 수술을 받았다.

보름 만에 현장으로 돌아온 김성근 감독은 “스프링캠프 때부터 이미 8명의 투수가 없었다. 심수창과 안영명, 에스밀 로저스, 이태양, 배영수 등 투수가 없다보니 마운드 운용을 하기 힘들었다. 팀을 구성하는 것이 힘들었다”고 ‘퀵 후크’를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했다.

김성근 감독이 자리를 비운 사이 김광수 대행 체제로 경기를 치른 한화는 2승 10패에 그쳤다.

▲ 2017시즌 넥센전에서 승리한 뒤 팬들에게 모자를 흔들고 있는 김성근 감독. [사진=스포츠Q DB]

◆ 외부로 흘러나온 박종훈 단장과 갈등

김성근 감독이 돌아온 이후에도 반등하지 못한 한화는 2016시즌을 7위로 마쳤다. 가을야구를 꿈꿨는데 오히려 한 계단 떨어진 것. 여기에 주요 전력들의 수술 소식이 전해지자 “김성근을 경질하라”는 한화 팬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한화에는 현재도, 미래도 없다는 게 그 이유였다.

여기에 김성근 감독과 박종훈 신임 단장의 갈등이 외부로 흘러나오면서 한화에는 더욱 암울한 기운이 돌았다. 퓨처스 팀(2군) 운영을 놓고 두 사람이 갈등을 빚은 것.

이는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박종훈 단장은 취임 당시 “구단의 현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문제점을 진단하는 게 중요하다. 단장은 1군 운영과 육성 및 스카우트 파트까지 모두 담당해야 한다”라며 1·2군 코칭스태프 인선을 진행했고 프런트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1군 현장과 육성 파트를 확실히 구분했다. 이는 1군 감독으로서 2군까지 영향력을 확장하는 김성근 감독의 기조와 대치되는 시스템이었다.

결국 여기서 갈등의 골이 깊어졌고, 퓨처스리그 투수들을 둘러싼 사태로 양 측의 감정이 폭발했다. 이것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선수단 분위기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한화는 2017시즌 초반에도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 역대급 벤치클리어링, 그리고 사의 표명

이런 와중에 리그를 뒤흔든 역대급 벤치클리어링이 발생했다.

한화가 3연패 중이었던 21일 대전 삼성전에서 양 팀 선수들과 코치진이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당시 선발투수였던 한화 외국인 투수 카를로스 비야누에바는 왼쪽 새끼손가락 인대가 파열돼 당분간 경기에 나설 수 없게 됐다.

23일 열린 상벌위원회에서 폭력을 한 선수들에 대한 징계 수위가 결정됐다. 비야누에바는 6경기 출장 정지, 정현석은 5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았다.

경기에서도 7-8로 져 한화가 4연패 늪에 빠지자, 김성근 감독은 구단에 사퇴 의사를 전달했다. 75세의 고령인 김성근 감독. 그의 지도자 커리어가 여기서 끝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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