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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금강 사구-김재호·박건우 흥분 속 빛난 오재원 [NC-두산 플레이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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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금강 사구-김재호·박건우 흥분 속 빛난 오재원 [NC-두산 플레이오프]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7.10.19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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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NC 다이노스 오른손 투수 최금강(28)이 실시간 검색어에 자리하고 있다.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두산 베어스 김재호와 박건우에게 던진 사구가 문제를 일으켰다. 

두산 베어스 선수단과 팬들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이유가 있다.

김재호는 지난 8월 29일 롯데 자이언츠전 수비 도중 좌익수 김재환과 부딪혀 아직 회복이 덜 됐다. 최금강이 던진 공이 하필 김재호의 부상 부위인 왼쪽 어깨로 향했으니 발끈할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김재호가 불쾌한 감정을 드러내며 1루로 걸어 나간 직후 대표 타자 박건우가 최금강의 1구에 또 맞았으니 두산을 지지하는 관중들이 최금강이 마운드에서 내려갈 때 강한 야유를 퍼부은 건 당연한 이치다.

일부 팬들은 지난해 6월 21일 마산 한화 이글스전에서 정근우에게 던진 보복성 사구 사례까지 끄집어내 최금강을 맹비난하고 있다. “당시에도 최금강은 사과 제스처 한 번 없었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과열 양상에서 나온 두산 주장 오재원의 대처는 현명했다. 오재원은 한국시리즈 직전 김재환으로부터 완장을 넘겨받았다. 구단은 “김재환의 부담을 덜기 위한 조치”라며 “후배들이 오재원을 잘 따른다”고 했다.

설명대로였다. 두산 선수단이 흥분, 벤치클리어링 조짐이 감지되자 오재원이 적극적으로 나서 “가라앉히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양팀간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려던 순간 오재원의 중재로 불상사가 방지됐다.

앞서 나온 오재원의 행동이 최금강 사구의 시발이긴 했으나 이는 전혀 문제될 게 없다. 오재원은 두산이 12-5로 앞선 7회말 1사 1루에서 NC 배터리의 방심을 틈타 2,3루를 연속으로 훔쳤다.

그러나 오재원의 플레이를 “큰 점수차에서는 상대를 자극하는 도루를 삼간다”는 야구 불문율에 반한다고 생각하는 이는 드물다. 오재원은 추가점을 위해 최선을 다했을 뿐이다. 오재원의 동료가 최금강의 타깃이 될 이유는 없다.

두산 1,2선발 더스틴 니퍼트와 장원준, 필승조 이현승이 두들겨 맞는 시리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SK 와이번스, 준플레이오프에서 롯데 자이언츠를 연달아 물리친 NC의 기세는 무섭다. 1점이 소중한 시점이었다.

오재원은 과거 NC 에릭 해커, 넥센 히어로즈 이택근, 삼성 라이온즈 우규민(이상 당시 LG 트윈스) 등과 그라운드에서 갈등을 빚었다. 하도 구설에 올라 두산 외 9구단 팬들이 그를 ‘밉상’이라 부른 과거가 있다. 

국가 대항전에서의 투지 넘치는 플레이, 야구장 밖에서의 팬 서비스로 이미지를 쇄신한 오재원은 이제 민감한 상황이 와도 감정을 억제할 줄 아는 베테랑으로 성장했다. 최금강 사구 사태가 이 정도로 진화된 건 오재원 덕분이다.

두산은 2007년 한국시리즈에서 SK와 싸웠다 분위기를 내준 적이 있다. 적지에서 1,2차전을 모두 잡았으나 3,4차전에서 각 한 차례씩 벤치클리어링을 벌였고 결국 역스윕을 당해 눈물을 흘렸다.

당시 엔트리에 포함된 야수 중 막내급이었던 오재원이 이를 기억하지 못할 리 없다. 흥분하는 자가 승부에서 불리하다는 걸, 냉정하게 임해야 흔들리지 않는다는 걸 잘 아는 그는 이제 먼저 싸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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