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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Q] '1987' 김윤석, 시간 속 머물러있는 사람들에 대한 안타까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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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Q] '1987' 김윤석, 시간 속 머물러있는 사람들에 대한 안타까움
  • 이은혜 기자
  • 승인 2017.12.20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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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자 Tip!] 영화 ‘1987’의 김윤석이 절대적 악인인 박처장을 연기했다. 영화 속 평범한 사람들의 선한 선택이 더욱 빛나는 이유는 김윤석과 같은 ‘절대악’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김윤석은 ‘1987’에 출연한 것이 올해 가장 뿌듯한 일이라고 했고, 인터뷰 도중 눈물을 흘려 주변을 놀라게 할 정도로 영화에 마음을 담았다.

[스포츠Q(큐) 이은혜 기자] 영화 ‘1987’(감독 장준환)은 1981년 1월부터 6월까지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이 작품은 그동안 다큐멘터리 그 이상으로는 나아가지 못했던 박종철고문치사사건을 다룬 첫 번째 영화가 됐다.

‘1987’은 역사적 사실에 기반한 다큐멘터리 같으면서도 허구성을 더하며 순간순간 판타지 같은 장면들을 만들어낸다. 또한 작품 속 절대적인 악인을 설정해 반대에 서 있는 이들을 더욱 빛나게 만들었다. 영화에 긴장감을 더하는 절대적 악인 박처장은 선 굵은 배우 김윤석이 연기하게 됐다.

◆ “캐릭터 아닌 완성도에 대한 부담감 있었다”

 

'1987' 김윤석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김윤석과의 인터뷰는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됐다. 김윤석은 이제는 트레이드 마크 같은 수염 자국과 안경이 익숙했다. 수더분한 모습으로 취재진과 만난 김윤석은 ‘1987’에 대한 이야기를 차분한 분위기 속에 시작했다.

영화 속 김윤석은 서울대생 박종철 군의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지시를 내리는 대공수사처 박처장을 연기했다. 그는 강압적이고 권력을 향한 충성이 가득한 모습을 완벽하게 표현해낸다. 또한 “책상을 탁! 하고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상징적인 말을 뱉어내며 사실감을 더하기도 했다.

아무리 연기를 ‘잘’ 했다지만, 영화 ‘1987’은 실제 피해자와 피해자 유가족이 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러운 접근 방법을 사용했다. 실제로 영화는 전반적으로 다큐멘터리와 상업영화 중간의 분위기를 갖는다. 김윤석 역시 이 점에 주의하며 촬영에 임했다.

“가장 신경 쓰였던 건 영화의 완성도였어요. 다큐멘터리 하나를 보는 것보다 완성도가 부족하다면 예의에 어긋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실제 유가족들이 계시잖아요.”

영화 촬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김윤석은 故 박종철 열사의 30주기 추도식을 찾아가기도 했다. 부산에서 열린 이 추도식에서 김윤석은 박종철 열사의 누나를 만났다. 그는 “제가 가장 강력한 악역을 한다고, ‘제가 이 역을 해야 영화가 만들어 집니다’라고 말씀드렸어요. 그러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도 했어요”라고 밝히기도 했다.

김윤석은 인터뷰가 진행되는 내내 영화 ‘1987’ 속 자신이 연기한 악역 박처장에 대한 부담보다는 완성도에 대한 부담감을 표현했다.

◆ “같은 시간을 겪었는데, 거기 머물러 있는 사람들이 있다”

 

'1987' 김윤석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지난 13일에는 영화 ‘1987’ 언론·배급시사회 및 간담회가 진행됐다. 영화를 보던 취재진들과 관계자들은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고, 간혹 훌쩍거리는 소리를 내기도 했다. 영화가 끝난 후 진행된 간담회 무대에 오른 몇몇의 배우들과 장준환 감독의 눈가가 붉은 것도 이상하지 않았다.

모두를 놀라게 한 것은 질의응답 도중 터진 장준환 감독의 눈물이었다. 장준환 감독은 여러 번 말을 잇지 못하며 눈물을 보였다. 김윤석과의 인터뷰에서도 장준환 감독의 눈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김윤석에게 장준환 감독이 영화 ‘1987’을 촬영하면서도 눈물을 보였는지 물었다. 이 질문에 차분하게 답변을 시작하던 김윤석은 갑작스럽게 눈물을 보여 자리에 있던 기자들을 놀라게 했다. 이후 눈물을 닦아낸 김윤석은 “어제(시사회)부터 터지기 시작했는데, 이런 영화는 처음인 것 같다”며 다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 대단한 운동권도 아니었어요. 한두 번 데모 나가고, 대자보 쓰는 거 도와주고 한 것뿐인데. 우리는 이게 이제는 30년 전 사건이 됐는데, 이걸 다 같이 겪은 그 사람들은 아직 거기 머물러 있잖아요. 나이가 드니까 그게 더 안타까운 것 같아요. 그 부분이 감독님을 계속 눈물 흘리게 한 게 아닐까 싶어요. 근제 정말 희한하네요. 촬영 할 때도 눈물도 안 나고, 엄청 치열하게 했는데….”

◆ “'1987' 출연, 올해 가장 잘한 일… 두 딸 데리고 영화관 찾을 것”

 

'1987' 김윤석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1987’ 속 김윤석은 이전과 비교해 외적인 모습이 달라졌다는 게 느껴진다. 실제로 김윤석은 박처장 역을 연기하기 위해 연기적인 부분 뿐 아니라 외적인 모습에도 신경을 많이 쓴 상태였다.

그는 실제 인물이 거구라는 말에 분장 등을 이용해 몸을 더 두껍게 만들었고, 권력자나 강압적인 분위기를 더욱 실감나게 더하기 위해 이마를 M자로 더 파고, 턱 모양을 위해 마우스피스를 착용하기도 했다.

영화 속 1분도 채 되지 않는 테니스 장면을 위해서는 아마추어 선수 출신의 스승을 모셨고, 원테이크신 완성을 위해 50번이 넘는 촬영을 진행해야 했다. 꽤나 고생했던 촬영 현장이지만 김윤석에게 ‘1987’은 특별한 영화로 남게 됐다.

“저에게 ‘1987’은 올해 한 일 중 가장 뿌듯한 일인 것 같아요. 관객들에게는 2017년 가장 행복한 시간이길 바라고, 2018년을 가장 행복하게 열게 하는 영화였으면 좋겠네요.”

“딸들이 중학생, 초등학생인데 이 영화는 데려가서 보여주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아빠가 이번에는 이런 역을 했고, 이런 시대가 있었다고 설명해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숨기지 않아도 될 일이잖아요. 이런 일이 있었다는 걸 알리고 올바른 판단을 위해 돕는 게 어른들이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취재후기] 놀라움의 연속이었던 인터뷰였다. 예상하지 못했던 김윤석의 눈물을 볼 수도 있었다. 그래도 진중하고 무거운 분위기가 압도적일 것 같았던 인터뷰 현장은 시종일관 웃음꽃이 피어났다. 김윤석의 재치 있는 발언들 때문이었다.

김윤석은 이날 목표 관객수를 묻는 질문에 “1987만 정도만 들었으면 좋겠어요. 2017만은 바라지도 않으니 1987만 됐으면 좋겠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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