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에 몰고 온 효과는 실로 어마어마하다. 반응이 뜨겁다 못해 불타오른다.
중국 신화통신은 24일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의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선전 덕에 바뀐 베트남 수도 하노이의 풍경을 묘사했다.
지난해 10월부터 베트남 성인 대표팀과 U-23 대표팀 지휘봉을 동시에 잡은 박항서 감독은 동남아시아 무대에서도 그저 그렇던 베트남을 AFC U-23 챔피언십 결승에 올려 ‘국민 영웅’으로 떠올랐다.
한 카페 주인은 “U-23 챔피언십 4강 베트남-카타르전 내내 손님들이 몰려 커피와 스무디를 시켰다”면서 “매출이 평소보다 10배는 뛴 것 같다”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한국 국민이라면 2002년 국제축구연맹(FIFA) 한일 월드컵 때 한국이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을 줄줄이 제압하고 4강에 올랐던 걸 기억하면 된다.
신화통신은 “도시가 빨갛게 물들었다”는 표현을 썼다.
하노이 시민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와 오토바이 경적을 울리고 금성홍기(베트남 국기)를 흔든다. 4강전에서 카타르를 물리친 직후 하노이의 심장인 호안끼엠 호수 주변 거리가 인산인해를 이뤘다.
국기는 순식간에 동난다. 한 학생은 “5만~7만 동(2300~3200 원) 되는 금성홍기를 순식간에 30장은 팔았다. 박항서 감독이 자꾸 이겨 돈 벌기가 쉬워졌다”면서 “싸게 사려고도 안 한다. 다들 관대해졌다”고 말했다.
다른 학생은 “하루에 국기를 팔아 번 돈이 한 달 내내 레스토랑에서 일해서 받은 돈과 비슷하다”고도 반색했다.
남녀가 볼썽사나운 장면을 연출하기도 한다고. ‘박항서호’의 연전연승으로 달아오른 분위기에 취한 젊은 커플이 공공장소에서 진한 키스를 나눈다는 게 신화통신의 설명이다. 베트남에선 금기시 되는 행동이다.
‘박항서 열풍’을 지켜본 한 네덜란드 관광객은 “베트남 국민들이 세계에서 축구에 가장 미쳐있다고 해도 될 것 같다”며 “동남아시아에서도 이기지 못하던 나라가 U-23 챔피언십에서 결승전에 갔으니 그럴 만도 하다”고 혀를 내둘렀다.
박항서 감독은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 때 한국 대표팀의 수석코치였다. 당시 거스 히딩크 감독을 가장 가까이서 보좌한 인물이라는 걸 모르는 베트남 사람은 없다. 그래서 별명도 ‘베트남 히딩크’다.
베트남은 오는 27일 오후 5시 중국 창저우 올림픽센터에서 우즈베키스탄과 결승전을 치른다. 우즈벡의 기세가 만만치 않다. 4강전에서 한국을 4-1로 대파했기 때문이다.
조별리그에서 호주, 시리아를 따돌리고 토너먼트에서 이라크, 카타르를 누른 박항서 베트남이다. 드라마같은 스토리가 과연 해피엔딩으로 끝날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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