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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 청부사' 박정아의 겸손, MVP 품격 높였다 [SQ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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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 청부사' 박정아의 겸손, MVP 품격 높였다 [SQ포커스]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8.03.28 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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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스포츠Q(큐) 이세영 기자] “(정대영, 이효희를 가리키며) 언니들 경력이 장난이 아니에요.”

챔프전 우승을 통해 ‘우승 청부사’라는 별명을 얻었다는 취재진의 말에 박정아(25‧김천 한국도로공사)는 손사래를 치며 이렇게 말했다. 자신보다는 훌륭한 동료들의 활약으로 팀이 우승할 수 있었다고 몸을 낮췄다. 좋은 기량을 갖춘 동료들을 만난 게 행운이라고 강조했다.

박정아는 27일 경기도 화성종합경기타운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화성 IBK기업은행과 2017~2018 도드람 V리그 챔피언결정(5전 3선승제) 3차전에서 19득점 공격성공률 45%를 기록하며 팀의 세트스코어 3-1 승리를 이끌었다.

 

▲ 박정아가 27일 열린 우승 시상식에서 MVP 트로피에 입을 맞추고 있다. [사진=김천 한국도로공사 제공]

 

1차전에서 27득점 공격성공률 49.01%, 2차전에서 24득점 공격성공률 51.11%를 찍으며 정규시즌 활약을 뛰어넘는 퍼포먼스를 펼친 박정아는 팀의 첫 우승이 결정된 3차전에서도 맹위를 떨쳤다. 외국인 선수 이바나 네소비치가 평소보다 낮은 공격성공률을 기록할 때 고감도 스파이크를 때리며 팀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시리즈 MVP는 당연히 그의 차지였다. 박정아는 MVP 투표 29표 중 26표를 획득해 생애 첫 영광을 안았다. 배유나, 이효희가 1표씩 얻어 그 뒤를 이었다.

팀은 V리그 첫 챔피언이 됐지만, 박정아 개인적으로는 4번째 우승이다. 2011년 프로 입성 후 6시즌 동안 세 차례 친정팀 IBK기업은행의 우승에 일조했고, 비시즌 FA(자유계약선수)로 도로공사의 일원이 된 뒤 곧바로 정상에 올랐다.

 

▲ 27일 IBK기업은행전 도중 스파이크를 때리고 있는 박정아(왼쪽). [사진=KOVO 제공]

 

이에 박정아를 두고 ‘우승 청부사’라는 말이 붙기 시작했다. 그가 가는 팀마다 우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깨를 으쓱 올릴 법도 한데, 박정아는 팀원들을 잘 만나 우승할 수 있었다고 겸손함을 표했다. 그는 우승 세리머니 후 취재진과 만나 “내가 잘해서 우승한 게 아니라 내가 항상 좋은 팀에 있었다. FA로 오면서 이 팀이 좋은 팀이고 우승할 수 있는 팀이라 생각해서 결정했다”고 팀에 공을 돌렸다. MVP의 품격이 느껴지는 한마디였다.

하지만 박정아 본인도 자신이 잘했다고 생각한 순간은 있었다. 챔프전 1, 2차전을 돌아본 그는 “그땐 내가 생각해도 미쳤나 싶었다”며 웃었다.

 

▲ [화성=스포츠Q 이세영 기자] 왼쪽부터 정대영, 이효희, 임명옥, 박정아, 이바나. 우승 세리머니 후 인터뷰에 임하고 있다.

 

6시즌 동안 몸담았던 친정팀과 챔프전 맞대결. 옛 동료들을 향해 스파이크를 때려야 하는 박정아의 감흥은 어땠을까.

그는 “오늘 화성체육관에 들어오는데 기분이 조금 이상하긴 했다. 원정팀과 홈팀은 들어오는 문부터 다르니까 이상했다. 그러나 그런 생각을 하지 않으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유니폼을 갈아입었기에 박정아는 머릿속에 ‘친정’이란 두 글자를 아예 지웠다.

그는 “이기니까 좋다. 친정팀 그런 게 어디 있나. 이제 팀이 바뀌었는데”라며 명확히 말했다.

이어 “IBK기업은행에도 한솥밥을 먹던 식구들이 너무 많이 없어서 눈물이 날 정도는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 박정아가 27일 열린 우승 시상식에서 MVP로 호명된 후 활짝 웃고 있다. [사진=김천 한국도로공사 제공]

 

어려운 점이 있다면 상대가 자신의 약점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이었다.

박정아는 “IBK기업은행 감독님과 코치진이 나를 많이 알고 있어서 경기가 진짜 안 풀린다고 생각은 했다”며 “그래서 내가 하던 것의 반대로 하려 했다. 또 나도 그나마 IBK기업은행에 대해 아는 게 있더라. 그걸 활용하는 생각을 하면서 했다”고 밝혔다.

IBK기업은행에서 김희진, 외국인 선수와 함께 삼각편대를 구성했다면, 도로공사에서는 조금 더 비중이 높은 왼쪽 주공격수 역할을 맡았다. 김종민 도로공사 감독은 박정아의 리시브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임명옥, 문정원 2인 리시브 체제를 가동했다. 팀 우승을 위해 박정아의 수비 비중을 낮췄다.

김 감독의 배려로 공격에 전담할 수 있게 된 박정아는 IBK기업은행 시절보다 한층 향상된 스파이크를 뿜어냈다. 어려운 각도의 공격도 자유자재로 해내며 ‘외인급’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김종민 감독은 “박정아도 시즌 초반에는 매우 어려워했다. 잘 맞지 않는 부분도 있었고 기복도 있었다. 하지만 후반부에 접어들면서 리듬과 스피드가 IBK기업은행 시절보다는 조금 더 나아졌다”고 박정아의 기량 향상을 반겼다.

김 감독은 다음 시즌부터 박정아의 리시브 비중을 늘릴 것이라고 했다. 박정아가 뛰어난 수비력까지 갖춘다면 완성형 공격수로서 더 무시무시한 존재감을 뽐낼 터. 도로공사는 박정아가 팀을 대표하는 선수로서 다방면에서 발전하길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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