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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토토가'가 보여준 '90년대 가요계 교훈' 되새길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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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토토가'가 보여준 '90년대 가요계 교훈' 되새길 때
  • 박영웅 기자
  • 승인 2015.01.05 17: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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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박영웅 기자]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이 야심 차게 기획했던 90년대 추억 여행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이하 '토토가')가 방송 후 짙은 여운을 남기며 신드롬 차원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일부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토토가'의 인기를 놓고 '90년대 가수들의 복귀 시발탄이 될 것'이라는 등의 성급한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토토가'의 효과가 어디까지 미칠지는 미지수다.

방송 후 영향력이 예상보다 큰 게 사실이지만 기획성 이벤트 프로그램의 인기를 놓고 90년대 음악으로의 복귀나 회귀를 논하기에는 아직 이른 감이 없지 않다. 다만 '토토가'가 현 가요계에 주는 교훈은 적지 않았고, 앞으로 가요계가 나갈 방향성도 일정 부분 제시해줬다는 점만큼은 분명히 기억해야 한다.

▲ [사진=MBC '무한도전 토토가' 제공]

◆ 90년대 복귀? 강한 영향력에도 30~40대에 '울림' 이상을 기대하기는 한계  

'토토가'가 이번에 신드롬급 인기를 누릴 수 있었던 이유 중 가장 큰 부분은 90년대 가요계를 이끌던 현 30~40대 팬층의 감성을 공략했다는 부분이다.

당시 이들은 10대와 20대로 현 가요계를 이끄는 중심 팬층과 같은 연령대였다. 어린 시절에 듣던 음악이 지상파 메인방송에 나타날 때 이들의 열광적인 관심과 반응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우리는 이런 현상을 보고 흔히 '감성팔이', '추억팔이'라는 말을 쓴다.

하지만 그 이상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토토가'라는 프로그램 자체가 기획성 이벤트였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현실을 냉정히 생각하면 토토가에서 나온 90년대 스타들이 당장 새 앨범을 내고 현 가요계의 대안으로 나오기에는 현실적인 제약이 너무 많다.

이들은 이미 40대에 가깝거나 넘은 이들이다. 단발성 이벤트에서 열정을 폭발시킬 수는 있겠지만, 지속성을 유지하기는 힘들다. 이런 점에서 이들이 약점을 노출하고 있는 현 가요계의 '절대적 대안'이 되기는 힘들 것이다.

실제 통계를 봐도 알 수 있다. 시청률 조사기관 자료에 따르면 '토토가'의 주 시청층은 대부분 40대부터 30대였다. 10대와 20대에게 '토토가'는 별다른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했다.

▲ [사진=MBC '무한도전 토토가' 방송 캡처]

너무 성급하게 쏠리지 말고 배울 것만 잡자

이런 이유로 너무 성급하게 '토토가'의 큰 효과를 단정하고 가요계에 거대한 파장을 줄 것으로 판단해서는 안된다. 오히려 지금은 '토토가'에서 조명한 90년대 음악들의 인기요인을 분석하고 장점을 받아들이려는 움직임이 필요한 시점이다.

'토토가'에서 등장한 90년대 가요들과 뮤지션들은 현재와 대비되는 뚜렷한 몇 가지 특색이 있었다.

90년대는 캐릭터 중심의 그룹체제를 유지하면서도 각자의 개성이 잘 살아났다는 점, 현 가요계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거물급 솔로 가수들이 많았다는 점, 현재보다 당시가 여러 장르를 쉽게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더욱 강했다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현재 대규모 아이돌 그룹과 정형화된 댄스음악으로 가득 찬 가요계에서 이런 부분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근 나오는 아이돌 그룹들 대부분은 적게는 7인조에서 많게는 10인조 이상의 대규모 그룹들이다. 그룹 인원이 많다 보니 멤버들 각자의 개성을 발휘하기는 쉽지 않다. 팬들의 기억 속에 '팀'만 강하게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부분은 팀이 해체될 경우 모래사장에 쓴 글씨처럼 팬들의 기억 속에서 지워진다는 단점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90년대에는 캐릭터가 뚜렷했던 그룹이 많았던 탓에, 팀이 무너져도 개성 뚜렷한 개인이 새로운 음악을 가지고 쉽게 활동하는 선순환이 이뤄졌다.

▲ [사진=MBC '무한도전 토토가' 제공]

그뿐만 아니라 90년대에는 실력파 솔로 가수들이 가요계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었다. 현재 가요계에는 진정한 아티스트로서 성장할 가능성이 높은 솔로 가수들이 드물다. 그룹 위주의 댄스음악이 주류를 이루다 보니 솔로 가수는 잠재력이 있어도 설 자리가 매우 부족하다.

솔로가수가 인기를 얻을 경우 그 생명력이 그룹보다 오래가는 경우가 많다. 이런 점을 고려해 혼자서도 무대를 꽉 채울 수 있는 실력파 솔로가수들이 동반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야 한다.

현재 가요계의 음악 역시 비슷한 스타일의 댄스 가요가 대부분이다. 90년대도 댄스 가요가 주류였지만, 그 밑에서 쏟아져 나오던 발라드와 록 등 다양한 음악들이 지금보다는 훨씬 다양하게 공존하고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폭넓은 연령층의 팬들을 확보 할 수 있었다.

결국, 현재의 가요계는 '토토가'를 통해 새삼 깨닫게 한 이런 교훈들에 주목해야 한다. 이 교훈들을 통해 현재의 가요계가 한 단계 더 진화한다면 최근 제기되고 있는 한류의 한계, 아이돌 위주의 모순 등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다양한 층의 팬들을 확보할 수 있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한류를 선도해 온 가요계가 90년대의 교훈을 통해 한 단계 더 진화하길 기대해 본다.

dxhero@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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