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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메모] '박치기 논란' 권순태, 잘 깔아놓은 멍석마저 걷어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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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메모] '박치기 논란' 권순태, 잘 깔아놓은 멍석마저 걷어찼다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8.10.25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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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24일 수원 삼성과 가시마 앤틀러스의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이 열린 수원월드컵경기장. 가장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인물은 가시마 수문장 권순태(34)였다. 1차전 박치기와 이후 논란의 인터뷰 이후 홈팬들을 침묵하게 만든 선방쇼, 그럼에도 침묵으로 일관한 아쉬운 태도, 하나하나가 눈길을 끌었다.

권순태는 24일 수원전에 골키퍼 장갑을 꼈다. 200여 원정 팬을 제외하고는 그를 향한 시선이 곱지 않았다. 권순태는 피치에 등장한 순간부터 경기가 종료될 때까지 크나 큰 야유를 받아야 했다.

 

▲ 가시마 앤틀러스 권순태(왼쪽에서 4번째)가 24일 수원 삼성 최성근과 충돌한 뒤 서로 괜찮다는 듯 화해의 제스처를 건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스스로 자초한 일이었다. 지난 3일 일본에서 열린 수원과 4강 1차전에 나선 권순태는 경기 도중 임상협과 문전 충돌을 빚었다. 흥분한 권순태는 임상협을 발로 차려는 시늉을 한 뒤 다가가 임상협의 얼굴에 박치기를 날렸다. 레드카드를 받아도 마땅한 행동이었지만 주심은 경고로 상황을 마무리했다.

옳은 행동은 아니지만 여기까진 격렬한 몸 싸움이 오가는 그라운드에서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라 여길만 했다. 그러나 경기 후 발언은 그의 행동 이상으로 아쉬웠다. 그는 “해선 안 될 행동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면서도 “팀을 위해서라면 필요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상대가 한국 팀이라 지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후 온라인 상에선 스포츠 정신을 잊은 듯한 권순태를 향해 거친 비판이 쏟아졌고 심지어는 그를 일본인으로 모는 듯한 조롱성 반응까지 쏟아져 나왔다.

 

▲ 지난 3일 4강 1차전 권순태(오른쪽)가 자신을 향해 거칠게 다가선 임상협(가운데)을 향해 박치기를 날리고 있는 장면. 이후 인터뷰에서도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아 논란을 낳았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2차전 전날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 인터뷰를 거절한 채 경기 준비에 몰두한 권순태는 피치 위에선 놀라운 선방쇼로 임무를 다했다. 후반 갑작스런 수비 불안으로 3골을 내주긴 했지만 김준형의 왼발 기습 슛과 조성진의 헤더 등을 완벽히 막아내며 날았다.

그 사이 가시마는 2골을 넣으며 합계 점수에서 6-5로 앞서 가기 시작했다. 경기 막판 수원은 역전을 위해 애썼다. 그러나 권순태의 벽을 넘기는 버거웠다. 특히 후반 41분 왼쪽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한 차례 걷어낸 뒤 박기동의 슛을 몸을 날려 막아낸 장면은 수원 선수들과 팬들의 혀를 내두르게 만들었다.

한 차례 충돌한 뒤에 보인 태도도 성숙했다. 전반 26분 코너킥에서 최성근과 충돌했을 때 오히려 흥분한 건 그의 동료들이었다. 권순태는 의연하게 대처했고 최성근과 가벼운 포옹으로 상황을 슬기롭게 넘겼다. 후반 시작과 함께 진영을 바꿔 권순태가 수원 서포터즈 석 앞으로 향했을 때 야유가 극에 달했다. 그러나 권순태는 가볍게 홈 팬들을 향해 고개를 숙이며 지난 과오에 대해 사과의 뜻을 전했다.

 

 

진정한 사과에 대한 멍석은 깔려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경기 후 태도는 아쉬웠다. 권순태는 이날 경기를 마치고 빠르게 경기장을 빠져나간 선수들과 달리 도핑테스트를 받느라 1시간이 훌쩍 지나도록 믹스트존을 지나가지 않았다. 모든 선수가 빠져나갔지만 한국과 일본의 취재진은 그의 말을 듣기 위해 현장을 떠나지 못했다. 그러나 권순태는 취재진엔 눈길도 주지 않고 이어폰을 꽂은 채 “죄송하다”는 말 한마디만 남기고 떠났다. 앞서 보인 행동에 대한 사과인지 인터뷰 거절에 대한 것인지 조차 파악하기 힘들었다.

이날 경기 MOM으로 선정된 스즈키 유마는 권순태에 대한 질문에 “박치기는 좋지 못했고 이해받지 못할 행동”이라면서도 “그 행동이 아무것도 아닌 게 되도록 하자며 더 열심히 뛰었다”고 했다. 선수단 전체가 이 상황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권순태의 선택은 침묵이었다. 더 이상 논란을 키우지 않겠다는 태도로 읽히기는 했지만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반성의 뜻을 품고 있다면 사과를 했어야 했다. 수원으로선 패배를 깨끗이 승복할 수밖에 없는 경기였고 그 중심에 권순태가 있었다. 그라운드에선 수원 팬들을 향해 사과의 제스처도 건넸다. 어찌보면 여론을 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지만 프로 선수로서 걸맞지 않은 가장 아마추어와 같은 ‘침묵’으로 논란을 피해가기 급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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