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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 명가를 찾아서] (3) 부천공고 핸드볼, 반백년 '태극계보' 잇는 3가지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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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 명가를 찾아서] (3) 부천공고 핸드볼, 반백년 '태극계보' 잇는 3가지 힘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5.03.05 10: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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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식수비·청소년부터 국가대표·탄탄한 팀워크로 수성 결의...김연빈, 생애 첫 '윤경신호' 대표팀 발탁

[300자 Tip!] 한국 남자핸드볼은 1988년 서울 올림픽 은메달 이후 세계대회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아울러 국내 리그는 침체에 빠졌고, 최근에는 한 실업팀이 해체 위기를 겪기도 했다. 막다른 길에 선 남자핸드볼은 최근 개혁과 함께 재도약을 선언했다. 그 시작으로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여덟 차례 득점왕을 차지한 윤경신(42) 두산 감독을 사령탑에 앉혔다. 그는 고교생 2명을 깜짝 발탁하며 전면적인 세대교체를 예고했다. 그 중 한 명이 바로 라이트백 김연빈(18·부천공고)이다. 핸드볼 유망주의 산실 부천공고에서 또 한 명의 국가대표를 배출한 것. 전국대회 우승을 휩쓸며 명성을 쌓아온 부천공고는 한국 남자핸드볼의 튼튼한 뿌리다.

[부천=스포츠Q 글 이세영·사진 이상민 기자] 본격적인 훈련에 앞서 몸을 푸는 과정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지난해 4관왕에 올랐고 지난 2년간 7차례나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지만 정상의 여유는 접어둔 지 오래다.

한 달이 채 남지 않은 시즌 오픈 전국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몸만들기와 전술훈련에 여념이 없었다. 김영진(55) 감독이 이끄는 부천공고는 새 학기 시작과 함께 팀워크를 다지며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 부천공고 핸드볼팀 선수들이 교내 실내체육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윗줄 오른쪽부터 김연빈, 김동욱, 정지섭, 조동함(이상 3년), 아랫줄 오른쪽부터 김정우, 김주영, 김동혁, 강준혁(이상 1년), 이요셉, 박규빈(이상 2년), 맨앞 김철진(1년).

최근 2년 동안 부천공고는 핸드볼 명가다운 성적을 거뒀다. 2013년 전국종별선수권대회와 태백산기대회, 전국체전에서 우승한 뒤 지난해에는 협회장배대회, 전국종별선수권대회, 전국체전, 핸드볼코리아 중고선수권대회를 휩쓸었다.

부천공고 선수들도 국제무대에서 성가를 높였다. 9년 만에 정상에 오른 지난해 아시아청소년선수권대회 카타르와 결승(26-25 승리)에서 부천공고 강석주가 10골을 터뜨리며 팀 우승에 기여했다. 이 외에도 청소년대표팀 국제대회 선전의 중심에는 부천공고 선수들이 있었다.

◆ 최선의 수비가 최상의 공격 낳는다

프로농구 서울 SK는 타이트한 수비를 바탕으로 상대 공격을 막아낸 뒤 속공으로 득점하는 공식을 펼치는 팀이다. 이들만의 전술이 나오지 않을 때는 경기가 잘 풀리지 않아 연패에 빠졌다. 기존 팀 컬러 대신 세트 오펜스를 선택한 것이 악수로 작용했다.

종목은 다르지만 부천공고 역시 견고한 수비로 상대팀의 혼을 뺀 뒤 속공으로 골을 넣는 것을 주요 전술로 잡는다. 기본기로 다져진 탄탄한 수비벽에 상대는 당황하며 공격권을 내준다.

▲ 김영진 부천공고 감독은 올해 6-0 수비로 전략을 바꾸며 보다 탄탄한 수비라인을 가동한다.

김영진 감독은 “지난해에는 한 선수가 개인방어를 하는 5-1 수비를 하다가 올해는 전원이 압박하는 6-0 수비로 포메이션을 바꿨다”며 “골키퍼와 수비라인의 신장이 크기 때문에 멀리 나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거리슛 방어는 골키퍼에게 맡기고 가까운 거리에서 최대한 촘촘한 수비를 펼쳐 공격권을 따낼 경우 속공으로 연결하는 패턴이다.

김 감독은 “전술만큼 중요한 것이 선수들에게서 핸드볼을 하고자 하는 마음을 끌어내는 것”이라며 “선수들이 매순간 최선을 다해야 팀도 발전한다. 아울러 열심히 할 때 좋아질 것이라는 믿음도 갖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반백년 태극마크 계보, 김연빈이 잇는다

부천공고 핸드볼은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갖고 있다. 이곳에서 배출된 인재들은 현재 곳곳에서 한국핸드볼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1968년 창단한 부천공고 핸드볼팀은 지금까지 단 한 번의 해체 없이 유지돼왔다. 현재 실업팀 사령탑을 맡고 있는 졸업생들이 많이 배출됐다.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던 김태훈 충남체육회 감독, 이계청 삼척시청 감독, 이재영 대구시청관리공단 감독이 모두 부천공고 출신이다.

여기에 선배들의 명성을 이을 준비가 돼있는 선수가 있다. 바로 주전 라이트백 김연빈. 그는 지난달 윤경신호에 발탁돼 생애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부천 원종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핸드볼을 시작한 김연빈은 부상 때문에 오른손잡이에서 왼손잡이로 바꾼 뒤 라이트백 포지션에 정착했다. 그의 아버지는 1988년 서울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출신인 김만호 경희대 감독이다.

▲ 골키퍼 김동욱(왼쪽)과 라이트백 김연빈은 부천공고에서 마지막 1년을 잘 마무리한 뒤 훗날 유럽 무대에서 국위선양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지난달 말 강원도 삼척에서 대표팀의 첫 공식 훈련을 소화한 김연빈은 “형들을 따라가느라 많이 힘들긴 했지만 배운 점도 많았다”며 “앞으로 왼손잡이 형들이 어떤 폼으로 슛을 던지는지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올해부터 주전 골키퍼로 발돋움한 김동욱(18)은 “초등학교 때 골키퍼를 하셨던 어머니의 권유로 장갑을 끼게 됐다”며 “중학교 때까지는 골키퍼 훈련이 따로 없었는데, 고등학교에 올라와서 감독님이 짜놓은 골키퍼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감독님 덕분에 기량이 많이 는 것 같다”고 웃어 보였다.

두 선수의 꿈은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뒤 유럽 무대로 진출하는 것. 이미 대표팀에 발탁된 김연빈이나 국가대표의 꿈을 키우고 있는 김동욱 모두 큰 무대에서 열심히 해 한국을 알리고 싶다고 다짐했다.

김영진 감독은 “김연빈은 스피드가 상당히 좋고 왼손잡이로서 대담한 플레이를 펼친다. 주장으로서 리더십이 뛰어나 동생들이 잘 따른다. 김동욱도 주전으로 도약한 뒤 실력이 늘고 있다”고 칭찬했다.

◆ 중학교 때부터 손발 맞췄다, 팀워크 이상무!

익숙하면서 밝은 선수단 분위기도 부천공고의 상승세를 이끄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매년 광명광남중과 부천남중에서 선수들을 수혈하는 부천공고는 중학교 선후배로 호흡을 맞춰온 선수들이 고등학교에서도 함께 뛰어 손발이 잘 맞는다. 개인 기량이 뛰어나면서도 조직력이 잘 갖춰져 있다.

▲ 부천공고 핸드볼팀 선수들이 교내 실내체육관에서 본격적인 훈련을 앞두고 러닝을 소화하고 있다.

김연빈과 김동욱 역시 부천남중에서 이곳으로 진학했다. 김연빈은 “신입생들과는 지난해 말부터 함께 훈련을 소화하며 올 시즌에 대비했다. 중학교 때 봤던 것 보다 실력이 일취월장해 뿌듯했다”고 말했다.

김동욱은 “아무래도 중학교 후배들이 많다 보니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후배들이 꾸준히 성장해서 우리와 같은 실업팀에 입단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나타냈다.

[취재후기] 인터뷰가 끝나고 단체사진 촬영을 할 때 사진기자가 선수들에게 재미난 포즈를 주문하자, 익살스러운 자세를 잡거나 표정을 짓는 등 자유분방한 면모를 보였다. 오랜 시간 한솥밥을 먹으며 다져온 팀워크가 돋보이는 부천공고는 신입생을 영입하며 정상 지키기에 나선다. 시간·금전적 여유가 있다면 이들이 출전하는 경기를 직접 보러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

syl015@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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