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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인터뷰] PBA 장상진 부총재② 소통 끝 찾은 상생路, PBA-KBF 큰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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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인터뷰] PBA 장상진 부총재② 소통 끝 찾은 상생路, PBA-KBF 큰 그림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0.03.06 08: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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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굴 안호근·사진 손힘찬 기자] 프로당구가 더할 나위 없는 원년을 보내고 있지만 장상진(53) 프로당구협회(PBA) 부총재는 80점이라며 자평했다. 외부 평가도 호평일색이었지만 옥에 티로 꼽는 공통분모가 있었다. 대한당구연맹(KBF)과 갈등이다.

PBA 출범 과정에서 KBF와 원만히 타협점을 찾지 못했고 PBA에 진출한 선수들은 모두 연맹에서 말소되기에 이르렀다. 완전히 대척점에 선 상황에서 한 시즌을 보냈다. 한국 당구의 긍정적 미래를 그리기 위해 PBA와 KBF의 화합은 서둘러 풀어야만 하는 숙제로 인식됐다.

큰 산을 넘어야 할 것 같았던 문제였지만 의외로 일찍 희소식이 들려왔다. PBA와 KBF는 지난달 25일 대한민국 당구 공동발전을 위한 협약을 체결하고 상생을 다짐했다. 

 

남삼현 KBF 회장(왼쪽)과 김영수 PBA 총재가 상생협약서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PBA 투어 제공]

 

물밑 작업은 이미 이어져오고 있었다. 갈등이 극심해 보이기도 했지만 두 단체의 대화 창구는 열려 있었다. 장상진 PBA 부총재와 박태호 KBF 수석 부회장은 2~3개월가량 만나며 논의를 통해 유의미한 결과물을 도출해냈다. 

두 단체는 다양한 발전 방향을 모색했는데, 궁극적으론 두 단체의 독립성을 존중하면서도 함께 나아갈 수 있게끔 경계를 허문다는 것이 골자다. 즉, PBA 투어에 연맹 소속 선수들이 출전하고 연맹 대회 혹은 나아가 세계캐롬연맹(UMB)에서 주최하는 월드컵 대회 등에도 PBA 소속 선수들이 출전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UMB와는 추후 논의를 거쳐야 하지만 PBA는 UMB와 대화 창구 또한 열어두고 기회가 된다면 언제든 협상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장상진 부총재가 올 시즌의 아쉬움으로 꼽았던 것도 KBF와 갈등을 풀지 못한 채 프로화가 진행됐다는 부분이었다. 기존 연맹이 확고히 자리를 잡고 있는 상황 속 PBA를 출범한다는 것 자체부터 큰 반대에 부딪혔다. 장 부총재는 “이희진 브라보앤뉴 대표와 저는 PBA 설립을 준비하며 당구 관계자들에게 사기꾼 소리까지 들었다. 경쟁자라고 생각하는 것이라면 그런 얘기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며 “생각지도 않은 얘기들을 많이 들었다. PBA 출범 관련 기사엔 곧 망할 것이라는 댓글이 적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제야 웃으며 할 수 있는 이야기지만 속앓이를 많이 했던 장 부총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신은 있었다. “PBA 출범을 위해 오랜 기간 공부와 연구했다. 국내 당구장 수, 넓은 선수층에서 나타나는 기반, 후원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자신감, 스포츠 마케팅 사업 노하우를 살려 미디어 관심을 살릴 수 있는 방안 등 어떻게 끌고 가야할지 생각이 명확했다. 시간이 더딜 수는 있어도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이 있었다”는 것.

 

장상진 PBA 부총재는 KBF와 갈등으로 어려웠던 점을 토로하면서도 KBF와 상생으로 "당구 산업에도 시너지 효과가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회를 거듭하며 시청률과 댓글 등으로 여론의 달라진 반응을 확인했고 자연스레 언론과 후원사의 관심까지 이끌어냈다.

굳게 닫혀 있던 KBF와 대화의 길이 트인 것도 이 영향이 컸다. PBA 투어에 대한 수요가 커지는 상황 속 KBF도 분명 도움이 될 만한 부분을 발견했고, PBA와 경쟁 관계가 아닌 상생을 도모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찾은 것이다.

PBA는 보다 전문적으로 프로페셔널한 그림을 그리고 KBF는 국가대항전 성격의 대회는 물론이고 아마추어 기반의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당구 저변을 넓힐 수 있다. KBF는 지난달 초 국내에선 축구에 이어 2번째로 승강제를 도입해 2023년까지 5부 통합 디비전을 도입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구체적으로는 PBA는 KBF 클럽 디비전 리그 활성화와 아마추어 육성을 위한 캐롬, 포켓, 스누커를 비롯한 학원스포츠 생활스포츠 활성화를 지원하고 KBF는 PBA가 세계최고 프로투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상호 협력하겠다는 방침이다.

나아가 2032년 하계올림픽 유치 및 올림픽 정식종목 채택을 목표로 합심해 당구의 스포츠토토 종목 가입이라는 목표를 위해서도 함께 힘을 합치자고 합의했다.

 

다음 시즌부터는 프레드릭 쿠드롱(왼쪽부터)과 최성원, 조명우 등이 한 무대에서 경쟁하는 걸 지켜볼 수 있을 전망이다. [사진=PBA 투어 제공, 연합뉴스]

 

무엇보다 당구 팬들은 PBA 대표스타이자 3쿠션 4대 천왕 중 한 명인 프레드릭 쿠드롱(벨기에)과 강동궁 등이 다시 세계 대회에 나서고 김행직, 조재호, 최성원, 조명우 등이 PBA 투어에 참가하는 그림을 원하고 있다.

이를 위해 PBA와 KBF는 2020~2021시즌부터 적용될 수 있는 기준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프로아마상생위원회를 조직해 본격적으로 협의를 이뤄나갈 예정이다.

또 양 기구가 공동으로 프로와 아마를 아울러 최강자를 가려낼 수 있는 한국오픈 대회를 주최·주관하고 이를 위한 실행 계획 또한 추진하기로 했다.

김영수 PBA 총재는 “세계 최대의 당구시장 중의 하나인 대한민국에서 프로-아마추어가 손을 맞잡은 것은 전 세계 당구계가 주목할 일”이라고 말했고 남삼현 KBF 회장도 “세계 최고의 인프라를 갖고 당구 시장을 주도하는 대한민국 당구가 두 갈래로 나뉘어 있던 것을 항상 안타깝게 생각했다. 이제 두 단체가 대승적인 차원에서 상생 협약을 했으니 앞으로 대한민국 당구 발전과 당구 선수들을 위한 노력에 최선을 다할 것으로 약속드린다”고 다짐했다.

장상진 부총재는 “아직까지 환경이 열악한 상황이지만 선수들이 가능한 모든 대회에 참가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으면 한다”며 “이를 통해 당구 산업에도 시너지 효과가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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