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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웅의 드라마Q] 여성중심 '군단형' 드라마 '착않녀'의 3가지 업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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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웅의 드라마Q] 여성중심 '군단형' 드라마 '착않녀'의 3가지 업적
  • 박영웅 기자
  • 승인 2015.05.15 12: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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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하지 않는 여자', 구성과 연출, 연기자의 몰입연기 융합으로 완전체 드라마 호평

[스포츠Q 박영웅 기자] 3대에 걸친 여자들의 진정한 행복 찾기를 다뤘던 KBS 2TV 수목드라마 '착하지 않은 여자들'(이하 '착않녀')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착않녀'는 훌륭한 연출과 연기력 등 높은 완성도를 통해 우리나라 드라마 역사에 큰 업적을 남긴 작품으로 평가 받을 만했다.

14일 막을 내린 '착않녀' 24부에서는 강순옥(김혜자 분)과 그의 딸들인 김현숙(채시라 분), 김현정(도지원 분), 손녀인 정마리(이하나 분)가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일과 사랑, 가정의 행복, 화해와 용서 모두를 이뤄내는 내용이 그려졌다.

▲ '착하지 않은 여자들' 출연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채시라, 김혜자, 장미희, 이하나, 도지원.

우선 김현숙은 담임선생 나말련(서이숙 분)의 모함으로 고교 시절 자퇴를 당한 이후 어두운 인생을 살았다. 하지만 노력 끝에 일과 관련된 성공을 이뤄냈고 평생 원수 같던 나말련까지 용서하면서 진정한 승리자가 됐다.

강순옥은 평생 가슴 속에 박혀 있던 남편 김철희(이순재 분)의 배신에 대한 기억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수십 년 만에 돌아온 김철희에 대한 사랑을 찾은 것은 물론, 남편과 바람이 났다고 생각했던 장모란(장미희 분)의 당시 실제 상황과 마음을 이해하며 트라우마에서 벗어났다.

김현정 역시 일에만 빠져 사는 메마른 현대 여성의 삶을 탈출했다. 특히 이문학(손창민 분)이라는 로맨티시스트를 만나 행복한 가정까지 꾸리며 진정한 행복을 찾았다.

강순옥 집안의 마지막 여자인 정마리는 사랑과 일에 대한 깊은 갈등을 하는 캐릭터였다. 하지만 끝내 사랑보다는 일을 선택함으로써 본인이 바라던 이상향을 찾아갔다.

▲ 채시라 [사진=KBS 2TV '착하지 않은 여자들' 방송 캡처]

◆ 착하지 않은 여자들? 그들은 정말 착한 배우들이었다

이처럼 '착않녀'는 3대 모녀, 4명의 여성이 겪는 개인적 아픔, 사회적 아픔, 꿈과 이상, 화해와 용서 등 수 많은 이야기를 모두 성공적으로 표현해 냈다. 이 중심에는 명품배우들의 연기력이 자리하고 있다.

'착않녀'에는 강순옥 집안의 3대 모녀지간의 내용을 이끈 주인공 김혜자, 채시라, 도지원, 이하나를 비롯해 각각 극 중 강순옥, 김현숙과 화해를 이뤄낸 장미희, 서이숙, 로맨티시스트의 교과서를 보여준 손창민, 철없는 아버지를 소화한 관록의 배우 이순재, 신스틸러급 활약을 한 조연 이미도 등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포진돼 있었다.

이들은 극의 중심부터 주변까지 어느 곳 하나 빠지지 않는 연기력을 선보이며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특히 연기적 측면에서 이 드라마는 로맨스 커플을 탈피한 새로운 형태의 배우 간 호흡연기를 완성하며 가치를 한껏 높였다.

김혜자-장미희 콤비를 비롯해 채시라-서이숙, 채시라-이미도처럼 악연으로 만나 미묘한 감정대립을 겪으며 화해의 길로 나가는 과정을 극적으로 그렸다. 근래 방송된 드라마 중 이런 특이한 색깔을 가진 명콤비들을 대거 만들어낸 작품은 '착않녀'가 유일하다.

▲ 도지원과 손창민의 결혼식 장면.  [사진=KBS 2TV '착하지 않은 여자들' 제공]

◆ 극본의 승리, '블랙코미디'를 통한 풍자와 화해 그리고 용서

'착않녀'는 극본의 승리를 이끈 작품이라는 찬사가 아깝지 않을 만큼 양질의 내용을 갖춘 드라마였다. 사회 풍자와 여성들 만의 이야기를 잘 다룬다는 평가를 받는 김인영 작가 특유의 필체가 큰 역할을 했다.

이 드라마는 풍자와 해학을 담은 '블랙코미디' 드라마였다. 뿌리 깊은 사회적 편견 앞에서 인생이 파괴된 여자 김현숙, 능력과 무관하게 나이가 많은 여자는 사회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보여준 김현정, 거짓말과 계략만으로도 충분히 사회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던 나말련 등의 무겁고 거친 우리 사회의 단면들을 웃음으로 승화시켰다.

극 중 김현숙은 괴롭고 힘든 상황 속에서도 엉뚱하고 기발한 행동과 밉지 않은 실수를 통해 시청자들을 웃기고 울렸고, 나이가 먹어가며 일을 놓치는 과정에서도 당당함과 직선적인 성격을 잃지 않는 자존감을 보였고, 나말련은 가식적인 행동 이면에서 나타나는 허술한 본 모습을 통해 웃음을 일궈냈다.

 

시청자들은 '웃픈(웃기지만 슬픈)' 착않녀를 보며 후련한 감정을 느꼈다. 주연 배우들의 대사 한마디, 제스처 하나하나에서 여성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으로 가득찬 세상에 강한 메시지를 던져줬다.

이 작품은 화해와 용서, 그리고 위로라는 다소 진부한 소재를 세련되게 끝맺음하는 데도 성공했다. 강순옥은 남편이 사랑했던 여자 장모란과 화해를 했고 자신을 배신한 제자 박은실(이미도 분)까지 끌어안으며 용서를 해줬다. 김현숙도 자신의 인생을 파멸시킨 나말련을 끝내 용서했다.

얼핏 보면 다른 드라마에서도 자주 사용됐던 '화해와 용서'라는 낡은 소재로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착않녀'가 보여준 화해, 용서라는 주제는 이전 드라마들과는 확실히 다른 부분이 존재한다.

이전 대부분 드라마는 이성간, 가족 간의 단순한 화해와 용서를 담아왔다. 하지만 '착않녀'는 여자 대 여자, 혹은 스승과 제자, 개인과 사회 같은 미묘하고 특수한 관계에서 일어나는 갈등 속에서 위안의 방법을 찾아냈다. 단순함과 진부함을 넘은 화해와 용서였다. 어느 작품보다도 세련미가 넘쳤다.

▲ [사진=KBS 2TV '착하지 않은 여자들' 방송 캡처]

◆ 여성 중심의 '군단형 드라마'의 완성도 최고점

'착않녀'는 새로운 지평을 또 하나 열었다. 바로 여성이 중심이 된 '군단형(여성 주인공이 대거 등장하는)' 드라마를 통해서도 시청률과 작품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최근 여성이 중심이 된 군단형 드라마는 반쪽짜리 성공들이 대부분이었다. 작품적으로는 호평을 받았으나 시청률에서는 참패한 SBS '세 번 결혼한 여자'. 반대로 시청률은 대박이 났으나 작품적으로는 혹평을 받은 MBC '전설의 마녀'가 좋은 예다.

하지만 '착않녀'는 작품성과 시청률(같은 시간대 1위)을 동시에 거머쥐며 완벽한 성공을 이뤄낼 수 있었다. 이런 성공은 남성 중심의 전통적인 드라마계에 반란으로까지도 받아들일 수 있을 만한 중요한 족적을 남겼다.

이처럼 '착않녀'는 우리나라 드라마사에서 큰 의미와 성과를 거둔 작품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탄탄한 구성력과 연출력에다 김혜자, 채시라, 장미희, 도지원 같은 최고의 여성배우들의 차원이 다른 몰입연기가 더해지며 완전체 드라마의 좋은 본보기로 남게 됐다. '착하지 않는 여자들'은 결국 '가장 착한 여자'들이 만든 '정말 착한 드라마'였다.

앞으로 계속해서 제작될 수많은 '여성중심' 드라마들이 '착않녀'가 남기고 간 유산을 통해 더욱 더 뛰어난 작품으로 태어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pres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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