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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선 "풋풋 '로코' 지났다, 많은 '앵그리맘' 생겨야"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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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선 "풋풋 '로코' 지났다, 많은 '앵그리맘' 생겨야" [인터뷰]
  • 오소영 기자
  • 승인 2015.05.27 11: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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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자 Tip!] "딸이 일곱 살이다 보니 (학교 폭력이) 남일같지가 않죠. 실제 나라면 '강자'만큼, 아니 그보다 더했을 거예요."

지난 7일 종영한 MBC 드라마 '앵그리맘'(극본 김반디, 연출 최병길)에서 배우 김희선(38)은 조강자 역을 맡아 연기했다. 오아란(김유정 분)의 엄마로서 조용히 살아가려는 그는 사실 이름높은 '짱' 출신이다. 조강자는 학교 폭력의 피해자가 된 딸을 위해 교복을 입고 고등학생 '조방울'로 복학한다. 폭력이 사학 비리 등 더 큰 사건들과 연루돼 있단 걸 알게 된 그는 비리에 맞선다.

화난 엄마 '앵그리맘'. 판타지가 짙은 이 드라마가 현실적으로 기능하게 된 데는 배우 김희선의 열연이 있다.

 

[스포츠Q 글 오소영 · 사진 노민규 기자] '앵그리맘'에는 판타지와 리얼리티가, 밝음과 어두움이 공존했다. 엄마가 교복을 입고 고등학생이 된다는 설정은 비현실적이지만 그가 마주하는 학교 속 여러 사건은 현실의 단면이다. 재즈 OST는 폭력, 비리가 주는 무거움을 유쾌히 상쇄하려 했다. 김희선이 연기한 조강자 역에도 발랄함과 절절한 감성 연기가 함께 있었다.

◆ "20년째 재발견? 지금 칭찬은 본전"

미모와 통통 튀는 이미지, 시대를 풍미한 '톱스타' 김희선에게 '배우'라는 이름을 이제야 붙이는 이들이 적잖다. 그러나 사실 김희선은 연기에 대한 갈증으로 연기를 계속해왔고, 이런 모습은 '앵그리맘'을 통해 대중에 크게 어필됐다.

- 열연 때문에 '앵그리맘'을 두고 '김희선의 재발견'이라고 평하는 이들도 많았다.

▲ 그런 말을 들으면 '왜 난 20년째 재발견이냐'며 투정 아닌 투정을 부렸다. 그래도 역주행 아닌 재발견이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분은 '익숙함 속의 새로움 아니겠느냐'고 다독여 주시기도 했다.

칭찬은 정말 감사하다. 아무래도 실제 성격과 가장 가까운 역이 연기도 잘 되는데, 강자와 내가 비슷한 부분이 많았다. 연기가 좋았다고 칭찬받은 부분을 보면 실제 나와 닮아있는 부분이기도 했다. 딸을 가진 엄마의 입장이라는 점도 큰 부분을 차지했다. 실제 나와 닿아있는 부분이다보니 굳이 연기하지 않아도 딸에 대한 엄마의 마음은 표현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좋은 제작진, 배우 분들을 만나서 원없이 마음대로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던 것도 큰 복이다.

 

- 그래서 호평이 많았던가 보다.

▲ 워낙 상처를 많이 받아서 지금 받은 칭찬들은 본전이다. 워낙 매를 많이 맞아서 이제 본전 찾은 것 같다.(웃음)

◆ 김희선이 그려낸 '조강자'의 성공, 결혼을 하면 왜 역할이 한정될까?

'앵그리맘', 그리고 조강자는 30대 배우라면 늘 비슷비슷한 역할이 대부분인 드라마시장에 신선한 모습이었다. 김희선 또한 "고정관념 대신 이렇게 설 수 있는 영역이 넓어졌으면 한다"고 바람을 밝혔다.

- '앵그리맘'은 다소 무겁다는 평도 많았다. 학교 폭력 등 사회 문제를 조명한 드라마여서 김희선의 출연이 의외라는 말도 있었다.

▲ 내가 사회적인 문제에 대해서 관심이 전혀 없어 보이지 않나. 실제로도 뉴스가 우울하다보니 보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엄마로서 보기 힘든 장면도 많았고. '앵그리맘'에서 여성이 사회적 문제를 직시하고 직접 뛰면서 해결해나가는 모습이 처음 그려졌는데, 이를 좋게 봐 주셔서 감사할 뿐이다. 드라마 마지막회 인사말이 '그동안 함께 분노해주신 세상의 모든 강자들을 응원합니다'였다. 보통은 '시청자에 감사하다'는 말인데 이런 특별한 메시지 또한 있었다.

▲ '앵그리맘' 모녀지간을 연기한 김유정, 김희선 [사진=MBC 제공]

- 학교 붕괴 장면에서는 현실(경주 리조트 붕괴, 세월호 침몰사고) 등이 떠오르기도 했다.

▲ 붕괴 장면을 찍었을 때, 네팔 지진사고가 그쯤에 일어났다. 뉴스에서 보던 모습이 촬영장에 고스란히 있었다. 교복에 피 투성이 분장을 한 사람들이 스티로폼 시멘트에 깔려 있는거다. 소방차, 구급차가 몇 대씩 촬영장에 와 있는 걸 보니 기분이 굉장히 안 좋았고 마음이 가라앉았다. 세트 촬영에, 무너져내린 시멘트 조각은 소품이다. 그런데도 기분이 정말 이상하고 좋지 않았다. 남편 오진상(임형준 분)의 영결식 때도 분명 소품팀이 준비한 국화꽃인 걸 알면서도….

- 지난해 '참 좋은 시절'에서는 다소 촌스러운 모습을, '앵그리맘'에서는 엄마를 연기했다. 예전과는 다른 행보이지 않나.

▲ 솔직히 말하자면 결혼 전 했던 역할이 안 들어온다. 결혼, 아이가 있으니 풋풋한 '로코'는 안 들어오고 나도 지겨운 면이 있다. 그런 영역은 벗어난 것 같다.

좀 안타까운 건 '앵그리맘' 같은 장르가 많이 없다는 거다. 이 나이대 돼서는 억척스럽거나 이혼, 매맞는 아내같은 역할같은 고정관념이 있다. '앵그리맘' 같은 작품을 만난 것이 내겐 큰 행운이다. 출연 전에 역할이나 내용 때문에 걱정이 많았다. 끝내고 나니 보다 자신감이 생겼다. 이렇게 얘기하면 거만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이런 케이스로 우리가 설 수 있는 다양한 장르, 영역이 생겼으면 좋겠다.

 

◆ 화려함과 통쾌함 주는 액션 연기, '액션 영화' 희망도

김희선은 '앵그리맘'을 통해서 딸을 위해 몸을 내던지는 절절한 모성애도, 고등학생으로 분해서는 상큼함도, 남자들과 맞서면서는 액션 연기도 보여줬다. 특히 남자들을 상대로 싸우고 나이트장을 뒤엎는 등 이제껏 해 보지 않았던 액션 연기를 하면서는 희열도 느꼈다. 촬영장에서 김희선의 대역을 맡는 스턴트 스태프가 리허설 중 부상을 당해 김희선이 직접 연기한 비중도 꽤 됐다.

김희선은 "감독님께서 멋있게 나오는 앵글을 아셔서 실제 한 것보다 좋은 효과를 내 주셨다"고 했으나 인터뷰에 동석한 최병길 PD의 말은 달랐다. 최병길 PD는 "아무리 꾸며도 안 되는 친구들도 있다. 액션 연기를 잘 하는 걸 보고 '그간 이런 모습을 보여주지 않은 것이 아쉽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했다.

- 액션 연기는 어땠나.

▲ 액션 신을 좋아하고 계속 하는 분들의 마음을 알겠더라. 때리지도 않았는데 손만 뻗으면 나가 떨어지는 등 '난리'가 나니까 너무 신났다. 그동안 연기하면서 뺨만 맞는 역할이었지 남자와 싸움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 이렇다보니 감정 신을 하루종일 찍는 것보다 액션 신이 좋지 않나 생각도 들었다.(웃음) 감정 연기는 몇 시간씩 감정을 끌어오다가도 손 끝 하나 잘못되면 와르르 무너지니까. 액션 신은 실제 모습보다도 멋있게 편집해주시니 좋았다.

 

- 액션을 한번 하면 계속 맛을 보게 된다던데.

▲ 앞으로도 액션 연기가 들어온다면 해 보고 싶다. 영화는 준비 시간이 더 길다보니 그동안 몸을 만들고 연습하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앵그리맘' 액션 신 찍으면서도 '일주일만 시간 더 주면 정말 잘 할 수 있는데' 아쉬워했다.

- 액션도 그렇고, '앵그리맘'을 하며 얻은 게 많겠다.

▲ 정말 많다. 좋은 작품과 좋은 인연들…. 말하자면 끝도 없다. 작품을 하면서는 좋은 기사, 안 좋은 기사들이 있기 마련인데 이번엔 좋은 말을 들은 기억밖에 없다. 굳이 꼽자면 '최종회에 PPL이 많았다' 정도? 그런데 그 기사 댓글에 "'앵그리맘' 제작자들도 먹고 살아야 하지는 않냐"고 돼 있더라.(웃음)

[취재후기] '상큼 발랄'. 10대에게 자주 쓰이는 이 말이지만 마흔을 목전에 둔 김희선에게 들어맞는다. 거리낌없이 친근하고 유쾌한, 솔직한 모습은 외모만큼 큰 매력이다. 다음엔 20년째 '재발견' 대신 '역시'라는 표현과 함께 돌아올 김희선을 기대해본다.

ohso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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