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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신' 김강우 "영화는 시대 반영해야"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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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신' 김강우 "영화는 시대 반영해야" [인터뷰]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5.05.16 01: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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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군 연산군에 '예술가 기질' 불어넣어...사명감·호기심으로 작품 선택

[스포츠Q 글 용원중기자·사진 이상민기자] 초여름 극장가에 물결치는 ‘나쁜 놈들 전성시대’에 올곧은 이미지를 견지해온 배우 김강우(37)가 동참했다. 폭군의 아이콘 연산군을 등에 업었다.

민규동 감독의 첫 사극 ‘간신(5월21일 개봉)은 궁중 내 권력 쟁탈전을 간신의 시선에서 바라본다. 전국의 1만 미녀를 왕에게 바치는 ’채홍‘에 앞장 선 간신 임숭재(주지훈)와 최고 권력자 연산군은 영화를 숨 가쁘게 몰고 간다. 햇살 좋은 15일 낮,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광기를 말끔히 지워낸 댄디 가이가 나직한 목소리로 말을 건네 왔다.

 

- 연기하기 어려웠을 것 같다. ‘간신’은 임숭재(주지훈)를 중심으로 진행되므로 연산군은 대상화될 수밖에 없는 작품이지 않나.

▲ 권투로 치자면 잽도 있어야 하는데 스트레이트만 있는 느낌이 들었다. 아무리 악인이어도 아픔이 많이 있고, 연민이 느껴져야 관객의 기억에 남는데 내 기대보다는 적었다. 아무래도 주인공이 간신이므로 어쩔 수 없었다. 개인적인 아쉬움이다.

- 드라마와 영화에서 빈번하게 다뤄져온 캐릭터라 ‘잘 해야 본전’ 평가를 듣기 쉽다. 역사 속 연산군을 스크린에 불러내기 위한 작업 과정은 어땠나.

▲ 2개월 이상 감독님과 술 한 잔 마시지 않은 채 대화를 이어갔다. 감독님이 술을 못 드신다.(웃음) 어떤 날은 24시간 내내 문자와 카톡으로 사진차료, 추상화, 행위예술 장면을 교환하며 캐릭터를 구축해 갔다. 합의점으로 도출한 건 ‘예술적 기질을 맘껏 넣어보자’였다. 과거에는 폭군 기질만 부각됐는데 그는 감성과 예술적 끼가 충만한 사람이었다. 술잔을 기울이며 신하들과 시, 예술을 논했다.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과 팝아트 작가 앤디 워홀이 과거에 태어났다면 어떤 평가를 받았겠나? 연산군은 시대와 지위를 잘못 만난 인물이다. 춤, 시조낭송, 수묵화 그리기 등 트레이닝을 받았으며, 그 어떤 작품보다 많이 공부하며 캐릭터를 준비했다.

- 눈썹을 가로지르는 붉은 반점이 눈에 띄더라. 그런 얼굴의 연산군은 처음 봤다.

▲ 초상화도 별반 남아있지 않아 이미지를 어떻게 잡을까 고민이 많았다. 조선 초기 왕들의 경우 장군 출신이 많아 기골이 장대했다가 연산군부터 호리호리하고 창백한 모습이었다는 기록에서 출발했다. 일부러 햇빛을 피하며 지냈고 늑대, 독사, 사자 등 맹수 사진으로부터 영감을 얻었다. 반점은 촬영 1주일 전에 설정했다. 태어나면서부터 가진 결핍을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게 있으면 좋겠다고 여겼다. 사료를 보면 그는 누군가가 자신을 쳐다보는 걸 싫어했더라. 원래 반점이 있으면 어떨까 싶어 감독님에게 제안했다.

 

- 앞서 언급했듯 예술가로서 연산군을 바라보는 시선이 흥미롭다. 그에 대한 애정 혹은 연민마저 느껴진다.

▲ 성격적 결함이 있었던 건 분명하다. 어머니인 폐비 윤씨로 인한 트라우마는 왕권 강화와 자신의 욕망 충족을 위해 이용한 장치이지 않았을까. 욕망이 점점 커지다보니 주체할 수 없는 영역으로까지 치달은 것 같다. 그런 면이 있는가 하면 호기심이 많은 데다 여자를 탐하는 가운데서도 남들이 보지 못한 미에 탐닉했다. 여자들을 채홍할 때도 파트별로 이름을 짓고, 장기를 부여할 정도로. 유교문화에 길들여진 사람들 사이에서 많이 외로웠을 거다.

- 배우들 얘기를 해보자. 극중 주지훈과 가장 많이 붙는다. 주군과 신하로서, 친구로서 감정을 나누더라. 호흡이 꽉 짜인 느낌이다.

▲ 영화 ‘결혼전야’에서 함께 출연하긴 했으나 옴니버스 형식이라 함께 연기하진 않았다. 술자리에서 몇 차례 만난 적이 있는데 수다스럽고 놀라울 정도로 솔직한 친구다. 영화 속 우리 둘은 수직관계와 수평관계가 교차한다. 지훈이는 예의를 다 갖추면서 친구처럼 뭉개주는 걸 완벽히 표현했다. 어떤 의심도 없이 나를 받아줬다. 또 굉장히 많은 인물들을 상대해야 하는 힘든 역할이었는데도 묵묵히 연기하는 게 멋졌다.

- 희대의 요부 장녹수의 젖무덤을 파고드는 연산군의 모습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뮤지컬배우 차지연과의 연기는 어땠나.

▲ 감독님과 난 크랭크 인 때부터 합의를 본 장면이었으나 장녹수 역 여배우 입장에선 출연 분량에 비해 모험일 수 있는 연기다. 대본 리딩 날, 지연씨를 처음 봤는데 저 정도 포스면 내가 안겨서 젖을 물 수 있겠구나 싶었다. 그도 흔쾌히 OK했다. 그 장면으로 인해 각자 포스와 연민을 강화할 수 있었다. 정말 표현과 음색이 좋은 친구더라. 촬영 내내 ‘그가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난 리액션만 받아주자’란 마음으로 임했다.

 

- 신인 여배우 임지연(단희 역)과 이유영(설중매 역)에 대해서도 얘기해보자.

▲ 저 정도로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보일 수 있을까 싶었다. 소화하기 버거운, 센 캐릭터라 걱정을 많이 했지만 현장에서 일부러 다정다감하게 굴진 않았다. 지연씨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 장점이다. 많은 걸 표현할 수 있으니까. 유영씨는 당돌하고 표현에 욕심이 많다. 지연씨가 표현을 안 해서 오는 매력이 있다면, 유영씨는 표현을 하면서 오는 매력이 있다. 그래서 둘이 나오는 장면이 심심하지 않다.

- 언론 및 일반 시사 이후 영화에 대한 호불호가 갈리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개인적으론 예상보다 수위가 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예상했고, 영화를 본 뒤엔 어떤 생각이 들었나.

▲ 출연 결정 이전엔 관객에게 부담을 주지 않을까 걱정했다(1단계). 감독님과 얘기를 나눈 뒤 실록을 보고는 당시 벌어졌던 일들이 더하면 더했다는 생각에 이르자 확신으로 바뀌었다(2단계). 촬영에 들어가선 ‘이렇게 찍어도 될까? 아무리 19금이라지만 너무 심한 거 아닌가’ 우려했다(3단계). 영화를 본 뒤 가장 궁금했던 건 여성들 반응이었다. 폭력적이며 가학적인 면 때문이다. 불쾌하게 여기면 어떡하지, 걱정도 됐다(4단계). 다행히 그러진 않는 것 같더라. 개인 취향에 따라 평가가 다양하게 나오는 듯하다.

- 가장 욕봤을 촬영은 돼지떼와 뒤엉키는(?) 장면 아니었을까.

▲ 말, 소와는 찍어봤는데 돼지들과는 처음이라 상상하기가 힘들었다. 촬영장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 애들이 계속 똥오줌을 싸고, 드러누웠다. 물엿으로 만든 피를 흥건히 뿌려놓은 상태라 핥아먹질 않나, 끔찍한 냄새와 시끄러운 소리가 진동했다. 피부병도 생겼다. 재밌는 건 연산군이 극중 상상 베드신은 있지만 여자와 관계를 맺는 장면이 없다. 유일하게 돼지를 품는다. 하하.

 

- '간신’은 등장인물이 많을뿐더러 대사량도 만만치 않다. 특히 연산군은 드라마틱한 상황이 많기에 대사톤이 높다. 에너지 방출의 연속이었지 싶다.

▲ 모든 사건을 주도해야 하기에 대사 하나하나에 에너지를 집중했다. 아침에 촬영장으로 나가는 순간부터 감정을 업시키지 않으면 그 신은 꽝이 된다. 처음엔 톤을 잡는데 애를 먹었다. 어느 톤까지 올리고, 대신 작위적으로 보이지 않게 할지 선을 타는 걸 가지고 3~4회까지 고민을 지속했다. 그 이후에야 비로소 편해졌다. 이번 영화는 예민한 신들이 많아서 숙소에 돌아가서도 흥분이 가라앉질 않아 잠을 못자곤 했다. 그래서 현장에선 배터리를 아끼기 위해 말을 많이 안 했다.

- OCN 범죄수사극 ‘실종느와르 M’에선 비상한 두뇌의 특수실종전담팀 팀장 길수현으로 차분하고 섬세한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연산군 캐릭터완 정 반대다.

▲ 연산군 하고 나서 주변에서 심리적 데미지 걱정을 많이 했다. 귀가 얇아 혹시나 그럴까봐 작품으로 잊어버리자 싶어 출연하게 됐다. 호수의 잔잔한 물결처럼 가는 드라마라 몇 개월 하다보니 심리적으로 안정이 됐다. 물론 초반엔 밋밋해서 미치는 줄 알았다.(웃음)

- 2002년 영화 ‘해안선’으로 데뷔한 이후 상업영화뿐만 아니라 독립영화·예술영화에도 빈번하게 출연해오고 있다. 어떤 의도인지 궁금하다.

▲ 영화를 하다보면 직업 그리고 매체 면에서 점점 소중해지는 부분이 생긴다. 비중의 크고 작음, 상업영화냐 독립영화냐에 대해선 별로 고민하질 않는다. 좋은 영화, 궁금해지는 영화에는 적극 출연한다. ‘카트’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현실이라는 주제가 너무 좋았다. ‘미스터 고’는 3D 구현이 궁금했다. 어떤 건 사명감, 또 어떤 건 호기심으로 합류한다. 기본적으로 영화는 시대를 반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영화 '간신'에서 군주와 신하, 친구 사이를 넘나드는 연산군(김강우)와 임숭재(주지훈)

- '간신’을 대표하는 배우로서 예비 관객들에게 한마디 해 달라.

▲ 배우가 연기를 하다보면 가장 놀라는 순간이 “이 배우가 진심으로 얘기하고 있구나” 할 때다. 이번엔 너무 많았다. 배우들이 많이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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