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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절친 악당들' 류승범 "열린 결말은 사람에 대한 존중"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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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절친 악당들' 류승범 "열린 결말은 사람에 대한 존중" [인터뷰]
  • 오소영 기자
  • 승인 2015.06.22 11: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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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자 Tip!] 롤업한 바짓단과 맨발에 스니커즈. 10년 전 선보인 류승범의 패션은 '워스트'로 꼽혔다. 10년 후, 상당수의 남성들은 그의 10년 전 차림으로 걸어다닌다. 시대를 앞서간 류승범의 행보는 현재도 평범하지 않다. 화장기 없는 피부와 헐렁한 민소매 티셔츠, 팔의 타투. 자유로운 외양을 완성하는 것은 씩 웃는 미소다. 25일 개봉하는 영화 '나의 절친 악당들'에서 류승범은 '착한 악당' 지누를 연기했다. 나쁜 놈들에겐 맞서나, 정작 자신의 목소리는 낮추는 지누는 류승범의 지금과도 닮았다.

[스포츠Q 오소영 기자] '나의 절친 악당들'의 '악당' 4인 지누, 나미(고준희 분), 정숙(류현경 분), 야쿠부(샘 오취리 분)는 '검은 돈'을 손에 넣게 되고, 돈을 몰래 쓰려다 발각돼 결국은 목숨까지 위협당한다. 이 과정에서 '있는 놈'들을 응징하는 4인의 복수가 통쾌하게 펼쳐진다.

▲ 류승범 [사진=이가영화사 제공]

◆ 독특한 '나의 절친 악당들', 스크린 위 류승범은 '절제'

'나의 절친 악당들'은 결코 평범하지 않다. 설정과 소재도 그렇지만, 이후 돈을 쓰며 벌어지는 이야기들도 독특한 전개와 편집으로 이어간다. 류승범은 영화의 '독특함'과 '다양성'에 대해 언급했다.

"유니크해서 좋았다. 뻔하지 않고 과감한 영화가 던져진 게 아닐까 생각이 든다. 도발적인 이야기라고들 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음에도 도발적인 영화처럼 보이는 현실이다.

대중적인 게 뭘까 늘 고민하는데, 사실 어떤 부류를 대중이라고 일컬어야 할지를 모르겠다. 그저 나는 나의 소리를 내는 거는 거다. 100명 중 99명이 같은 소리를 내고 1명만이 다른 소리를 낸다고 하더라도 이는 중요하다. 다양성에 있어서 '나의 절친 악당들'같은 영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2000년 영화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로 데뷔하며 동물적인 감각의 배우로 주목받았다. '베를린' '부당거래' '사생결단' 등 수많은 작품에서 류승범은 스크린 위 자신의 에너지를 뿜어냈다. 이번은 좀 달랐다. 힘을 쏟기보다 절제하는 데 주의를 기울였다.

"힘든 싸움이었다. 배우에게 '연기를 하지 말라'는 것만큼 차가운 칼날은 없다. 연기를 하는 에너지를 쏟는 것보다 이를 참는 힘이 더 어려웠다. 이번 영화는 나 스스로에게 그 칼날을 들이대고 한 결과다. 이런 부분은 관객은 모르겠지만 나만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이를 이겨낸 스스로에게 박수쳐 주고 싶다."

▲ '나의 절친 악당들' [사진=이가영화사 제공]

◆ 임상수 감독과 느낀 동지애, "상류사회 터치 흥미로워"

류승범은 '나의 절친 악당들'로 임상수 감독과 처음 작업했다. 류승범에 따르면 임상수 감독은 '나의 절친 악당들'을 촬영하며 오케이 컷만 찍는 '현장 편집'을 처음 했다. 편집된 내용 거의 없이, 촬영분을 곧 스크린으로 옮겨냈다. '바람난 가족' '하녀'와 같은 임 감독의 전작을 흥미롭게 봤다는 류승범은 이번 촬영으로 호기심을 일부 해소했다.

"감독님은 언제든 생각에 깊이 잠겨 계신다. 생각 없이 말을 하면 말이 자꾸 꼬이는데, 생각을 깊이 한 후 말을 하니 내용이 명쾌하다. 그러니 이해하기 쉬운 말씀들이었고, 나 또한 생각하게 된 부분이 많았다. 감독님께 '뜨거운 동지애를 느낀다'고 말씀드리기도 했다."

그간 임상수 감독은 돈과 상류층에 대한 이야기를 써 왔다. '나의 절친 악당들'에서는 상당한 금액이 젊은 남녀 지누, 나미에게 주어진다. 두 사람은 돈을 쓸 생각에 신나 마음가는대로 행동한다. 고급 호텔방을 잡아 밤을 보내고, 순간을 즐긴다.

"상류사회, 돈에 대한 감독님의 터치가 재밌다. 감독님께서 '돈을 젊은이들에게 주고 싶었다'는 말을 하셨다. 돈을 상류사회에만 머무르게 하는 것이 아닌, 돈을 순환시키려는 분인 것 같다. 이 영화를 젊은 친구들이 좋아했으면 좋겠다고도 하셨다."

▲ 류승범 [사진=이가영화사 제공]

◆ 파리에서 3년차 생활 중, 자유롭고 깊은 생활 얻어

현재 류승범은 프랑스 파리에서 생활 중이다. 파리에서의 삶 또한 정착한 것은 아니다. 여러 나라를 여행하다 장기 체류 중이다. 한국을 떠난 계기로는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고 말을 아꼈으나 다만 "다들 너무 외모지상주의와 같은 뭔가를 쫓아가는 모습이 보였다. 자신의 것이 아닌 다른 것들을 늘 쫓아가기만 하고, 뽐내려고 사는 것 같았다"고 언급했다. 다양한 측면에서의 회의와 반성이 토대가 됐다는 설명이다.

프랑스에서의 삶은 그의 것만으로 채웠다. 기타를 배운지는 1년 정도 됐고, 2주 정도 사막 여행을 다녀오며 아주 생경한 상황들과 마주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난생 처음 느끼는 감정, 생각들을 하면서 점차 정신은 맑고 깊어졌다. 이는 연기를 대하는 자세에도 영향을 줬다.

"내가 출연한 영화는 내가 죽어도 남는 것이니 참 무거운 의미가 있는 거다. '나의 절친 악당들'에 출연한 건 내 청춘을 영원히 기록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 그랬던 것도 있다. 나도 배움을 얻으면서 어떤 소리를 내고, 영원히 남을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했다. 앞으로는 작업들을 보다 시간을 많이 들일 수 있는 작품에서 천천히 진행하게 될 것 같다."

그러면서도 류승범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는 "I never know"를 외쳤다.

"전혀 모르겠다. 이런 삶을 살다가도, 끝없이 고독해질때면 가족을 이뤄 사는 사람들이 부러울 때도 있으니까. 어떻게 알 수 있겠나. 뭐든 열어놓고 생각하려 한다."

▲ 류승범 [사진=스포츠Q DB]

[취재후기] '나의 절친 악당들'은 '자유'와 연결지어볼 수 있는 영화다. 어떤 것으로 묶어두지 않는 이 영화는 이는 마지막 장면에서도 열린 결말을 맞는다. 영화는 종종 열린 결말로 마무리한다. 이에 대한 류승범의 생각은 어떨까. 이는 '사유 없는 사회'와 이어졌다.

"영화의 엔딩을 열어두는 건 사람에 대한 존중이다. 모든 걸 설명하는 건 사람을 무시하는 게 아닐까. 요즘은 이런 여백들이 없어지고 있지 않나 생각이 든다. 인간을 위한 물질적인 것들이 넘치다보니 여백, 그리고 여백을 채우는 생각 없이 점점 바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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