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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솔, 건반 위에 낭만의 음표를 새기다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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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솔, 건반 위에 낭만의 음표를 새기다 [인터뷰]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5.06.18 16: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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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용원중기자] 섬세한 표현력과 빼어난 테크닉의 피아니스트 김다솔(26)에게 2015년은 ‘처음’이라는 수사가 자연스럽다. 첫 국내 독주회, 생애 첫 음반이자 세계적인 음반레이블 도이치그라모폰 데뷔작이 고개를 내밀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은 소년의 흔적이 어른거리는 김다솔을 여우비가 흩뿌린 17일 오후 여의도 인근 카페에서 만났다.

◆ 도이치그라모폰 데뷔작 '슈만' 발매...국내 첫 독주회 성황리 개최

지난달 유니버설뮤직을 통해 발매한 첫 음반 ‘Dasol Kim Plays Schumann’에는 19세기 독일 낭만주의 작곡가 슈만의 대표곡들이 담겼다.

 

잔잔하고 서정적 선율이 돋보이는 피아노 소품 ‘아라베스크’와 다양한 감정이 보석처럼 굴절하는 ‘유모레스크’, 용솟음치는 정열의 ‘크라이슬레리아나’ 전곡이 담겼다. 세 곡의 캐릭터가 뚜렷하게 다르다. 김다솔이 데뷔 음반으로 슈만을 선택했을 때 ‘그다운 최적의 레퍼토리’라는 말들이 나왔다.

“슈만의 감성, 감정적인 면이 매력적이었어요. 오랜 기간 공부해 왔으나 무대에서 자주 연주하진 않았어요. 작품이 너무 감성적이라 위험부담을 느꼈던 거죠. 이번에 앨범을 핑계 삼아 청중에게 다가가고 싶었어요. 최대한 악보를 지켜나가면서 개인적인 해석을 가미했고요. 슈만의 감성적인 면을 너무 부각하기보다 아카데믹한 부분을 살리고 싶었어요.”

슈만을 대변하는 키워드는 ‘음악’과 ‘사랑’에 미쳤던 예술가다. 아내인 클라라 슈만과의 격정적인 사랑, 그의 말년을 지배했던 정신착란은 드라마틱한 삶을 고스란히 웅변한다.

김다솔은 올해 3월 자신이 거주하는 독일 하노버의 베토벤홀에서 레코딩 작업을 했다. 500석 의자를 모두 치우고 중앙에 피아노를 놓은 뒤 물 흐르듯 편안하게 슈만의 대표곡들을 녹음했다.

지난 15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는 첫 독주회 ‘시인에 대한 사색’을 성황리에 마쳤다. 그는 전반부에 음반 수록곡인 ‘유모레스크’와 ‘아라베스크’를, 후반부에 쇼팽의 발라드를 연주해 객석을 낭만으로 흥건히 적셨다.

 

“독주회에선 흐름을 고려해 프로그램을 짰어요. ‘크라이슬레리아나’는 슈만이 쇼팽에게 헌정한 작품이에요. 쇼팽은 감사의 의미로 발라드 2번을 준 거고요. 이런 히스토리가 있어서 2부에 쇼팽의 발라드 4곡을 배치했어요. 메르스 때문에 환경이 좋지 않았음에도 음악을 정말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뜨겁게 호응해 주셔서 기분 좋았어요.”

◆ 16세 독일 유학 후 잇따라 세계 콩쿠르 석권...유럽 클래식 무대서 주목

부산 출신인 김다솔은 11세부터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다. 부산예고 재학 중이던 2005년 일본 나고야 국제음악콩쿠르 우승, 통영 윤이상 콩쿠르 2위 및 오케스트라 특별상을 수상하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16세에 독일로 유학을 떠나 라이프치히 국립음대에서 게랄드 파우트를 사사했으며 2008년 모차르트 협주곡을 레퍼토리로 독일 전역 투어를 진행, 19세 한국인 피아니스트로 주목받았다.

그의 콩쿠르 커리어는 방대하고 화려하다. 2010년 퀸 엘리자베스 국제음악콩쿠르 입상, 2011년 뮌헨 ARD 국제음악콩쿠르 입상, 프랑스 에피날 국제음악콩쿠르 우승에 이어 2012년 게자안다 국제음악콩쿠르 2등상을 받았다.

“콩쿠르에 나가면서 많이 배우게 됐어요. 특히 스위스 게자안다 콩쿠르 땐 결승에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3번을 연주했는데 수상 이후 100여 개의 연주회 기회를 부여받았죠. 2017년까지 일정이 짜여 있어요.(웃음)”

독일을 중심으로 유럽무대 활동에 치중하느라 국내에선 뒤늦은 2011년부터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2013년 금호아트홀 첫 상주음악가로 선정돼 본격적으로 국내 청중을 만나게 됐다. 이와 더불어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 대관령국제음악제, 코리안심포니 정기연주회 참석으로 접점을 넓혀가다가 지난해 뉴욕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내한공연에서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3번을 협연해 큰 박수를 받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은 뉴욕필 협연이었어요. 대단한 오케스트라라 제가 무슨 짓을 하더라도 잘 받쳐주더라고요. 임헌정 지휘의 코리안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한 ‘황제’ 협연도 인상적이었고요. 우연하게도 두 곡 모두 베토벤이었어요. 앞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보다 많이 한국 관객들과 호흡을 나누고 싶어요.”

◆ "30대 되기 전 베토벤 소나타 사이클 도전...내년 러시아 음악 집중 탐구"

김다솔은 현재 하노버 국립음대에서 이스라엘 출신 교수 아리에 바르디를 사사하고 있다. 세계적인 중국 피아니스트 윤디 리를 배출했으며 요즘은 한국인 제자(손열음과 김다솔)에게 공을 들이는 중이다. 그로부터 배우는 것이 많아 즐거운 나날이다. 또 클래식의 본고장 독일 한복판에서 음악의 전통과 역사성을 차곡차곡 공부할 수 있는 것도 포만감을 키운다.

“독일은 음악시장이 크고 좋은 오케스트라가 너무 많아요. 성장을 위한 자양분이 되는 거죠. 무대에 직접 오르지 않더라도 저녁 식사를 하는 레스토랑의 옆 테이블에 피아니스트 마우리치오 폴리니가 있고 악보 사러 숍에 가면 지휘자 리카르도 샤이가 있고 그러니 멋지죠. 후후. 유럽 국가들로 연주여행을 하러 다니기도 편하고요.”

독일 정착 10년째, 30대를 향해 질주하고 있는 김다솔의 가슴 속엔 옹골찬 계획이 그득하다. 먼저 2집 음반 계획이다. 1집에서 슈만을 시도했기에 다음엔 상반되는 이미지를 계획 중이다. 도전을 좋아하기에 “슈만 전문 연주자가 이런 음악도 잘 하는구나”란 얘기를 듣고 싶다. 1집에선 독일 낭만주의를 했으므로 러시아 낭만이거나 다른 시대 작곡가, 잘 연주되지 않은 작품들을 시도해보고 싶다.

 

두 번째는 5년 전부터 집중하고 있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다. 워낙 대단한 작곡가라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판단, 숨을 고르고 있으나 30세가 되기 전 시도해볼 요량이다.

“피아니스트라면 평생에 걸쳐 베토벤 음악은 시도하는 거니까 ‘죽기 전에 한번은 해야지’ 했어요. 29번 ‘함머 클라이버’는 연주시간만 50분에 달하는, 체력을 요구하는 대곡이나 너무 늦게 시작하면 안 될 거 같아 이미 연주를 했고요. 나머지 소나타들도 30대가 되기 전에 도전해보려고요. 물론 40대, 50대에도 해보고 싶어요. 그 나이 대에 걸맞은 깊이, 해석이 나올 테니까요.”

당장은 내년부터 러시아 작곡가 라흐마니노프와 스크랴빈의 음악을 무대에서 집중적으로 들려줄 계획이다.

“음악이 제 삶에 늘 좋은 영향을 줘요. 좋아하는 일을 직업 삼아 하는 것만큼 행복한 게 있을까요. 20대는 많은 걸 도전해봐야 하는 시기니까 이런저런 시도를 하며 잘 하는 게 뭔지, 못하는 건 뭔지를 파악하려고 하죠. 그러면서 저를 발전시키고 보완해 나가고 있어요.”

[취재후기] 연주 여행이 많다보니 맛집 찾아다니기를 즐긴다. 앱이나 블로그를 이용하는 대신 수소문 끝에 어렵사리 근사한 레스토랑을 발견했을 때의 소소한 기쁨을 만끽한다. 작가 오스카 와일드, 토마스 만의 책을 즐겨 읽는다. 이탈리아와 더불어 오페라가 강세인 독일에 살다보니 오페라도 빼놓지 않고 관람한다. 팝과 재즈 음악도 즐겨 듣는다. 요즘은 짐(Gym)에 가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해볼까 구상 중이다. 나홀로 사는 젊은 연주자의 외로움을 달래주는 페이버릿 싱즈(Favorate Things)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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