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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학교' 박보영 "일제 강점기에 태어났다면 독립운동 했을 것"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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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학교' 박보영 "일제 강점기에 태어났다면 독립운동 했을 것" [인터뷰]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5.06.17 14: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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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글 용원중기자·사진 노민규기자] 박보영(25)은 심은경 김고은과 함께 ‘20대 여배우 트로이카’ 체제를 공고히 구축한 한국영화계의 소중한 존재다. 여리여리한 이미지와 달리 캐릭터와 자연스레 동반하며 흥행력을 보여줬다. 그가 외부와 단절된 경성의 기숙학교에 감춰져있던 77년 전의 비밀을 담아낸 미스터리 영화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6월18일 개봉)에서 반전의 얼굴을 꺼내 놓는다.

 

주란은! 계모의 손에 이끌려 기숙학교로 전학 온 주란은 병약하고 내성적인 아이에요.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소녀들을 목격하게 되며 사건에 의문을 품게 되죠. 그런데 주란에게도 신체에 이상증세가 생기면서 점차 변해가고요. 감정 폭이 넓은 캐릭터라 “내가 잘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이 되면서도 직업적 욕심이 생겼어요. 너무 해보고 싶었죠. 연기에 있어선 저의 내면에 있는 소심함을 보여주다가 영화 ‘피끓는 청춘’의 일진 영숙의 성격을 극대화 해봤어요.

시나리오는! 일본의 황국 신민화 정책이 기승을 부리던 1938년이라는 시대적 배경이 주는 묘한 매력이 있었어요. 소녀들의 이야기는 정서적으로 안타까웠죠.

애국소녀! 학창시절, 국사 시간에 제일 집중했어요. 열심히 공부했던 시기가 일제 강점기라 친구들이랑 파고들었죠. 마루타 실험 사진을 보곤 분노에 치를 떨었고요. 친구들과 위안부 할머니들이 만든 제품과 그림들을 구매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그랬죠. 애국심이요? 조금은 있어요.(웃음) 그 시절에 태어났으면 독립운동이라도 했을 거예요. 한때 유관순 열사 역 제의를 받은 적도 있고요. ‘경성학교’ 시나리오를 보면서 그때가 겹쳐지면서 더 먹먹해지더라고요.

히어로물? 누군간 그러더라고요. 히어로 영화인줄 알았다고(ㅠㅠ). 촬영할 때도 주란이 놀랍게 변모하는 후반부가 걱정됐어요. 체력상 현격히 좋아지는 점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데 한계가 있어서 감독님께 눈의 크기까지 체크했을 정도였죠. 교장 선생님(엄지원)을 벽으로 집어 던지는 장면에선 선배님께서 리액션을 너무 잘해주셨어요.

표현의 고민! 감독님께서 감정이 상승하는 신 촬영을 앞두고 “지금까지 못 본 얼굴을 보고 싶다”고 주문하시더라고요. 떨리는 근육과 불거지는 힘줄을 표현하고 싶어서 아예 숨을 안 쉬었죠. 힘줄은 올라왔는데 ‘컷’ 사인을 기다리다가 죽겠다 싶더라고요.(^^) 아무튼 ‘경성학교’는 심리적, 육체적 ‘표현’을 둘러싼 고민이 컸던 작품이었어요. 물론 그런 과정을 거치며 부쩍 성장했어요.

 

미장센! 세트를 본 뒤 공을 많이 들였구나, 감탄했어요. 어마어마한데다 너무 아름다워서 촬영 후 부수는 게 아까워 발을 동동 구르곤 했죠. 장소마다 티저 포스터를 찍어댔어요.

이해영 감독? 엄청 꼼꼼하세요. 프레임 안에 걸리는 꽃잎 한 장까지 마음에 들어야 하는 분이세요. 소녀 3명이 등장할 때 한 명의 연기라도 마음에 안들면 재촬영을 하느라 초반엔 시간이 많이 걸렸어요. 그런데 완성된 영화를 보니 고집 피우신 이유가 있었구나, 고개가 끄덕여지더라고요. 소녀 감성이시죠. 큭큭.

대기실 반장? 기숙사 여학생들이 대거 등장하다보니 대기실은 소녀들의 놀이터였어요. 싸온 음식을 가방에서 하나씩 꺼내 나눠먹으며 다이어트를 고민하고, 연기와 사적인 얘기로 수다꽃을 피웠어요. 별거 아닌 거에도 웃음이 끊이질 않았죠. 저보다 어린 친구들이 많아 어쩌다보니 고참 역할을 했죠. ‘달리’ ‘깐다’ ‘걸고 찍는다’와 같은 영화 용어들을 설명해주기도 했고요. 아직은 제 연기하기도 바빠서 현장 리더 역할은 안 되는 것 같아요. 엄지원 선배님이 나오셔야 딱딱 정리정돈이 되더라고요. 저도 감독님의 디렉션이 이해되질 않으면 선배님께 물어보면서 도움을 많아 얻었죠.

흥행? 산이 너무 많아요. 일단 ‘메르스’와 ‘공룡(쥬라기 월드)’이 가로 막고 있잖아요. 그래도 향수가 있는 영화라 흥행 결과가 궁금하긴 해요. ‘과속 스캔들’ 당시 차태현 오빠가 “앞으로 네 인생에 800만은 없다고 생각해. 지워버려!”라고 해준 말로 인해 욕심을 지워버리게 된 건 참 다행이에요.

 

20대 여배우! 예전엔 20대 여배우 관련 질문에 대답하기가 조심스러웠어요. 깜냥도 안 되는 데다 20대 친구들이 좋은 역할을 못 만났음에도 전 감사하게 조금씩 만나서 주목을 받았기 때문에. 그런데 요즘은 기회가 많아져서 심은경 김고은 임지연 이유영 박소담씨 등 많이 부상하는 듯해요. 저도 궁금해서 그들의 작품을 챙겨보곤 하고요.

오 나의 귀신님! 7월부터 방영되는 OCN 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에서 음탕한 처녀 귀신이 빙의된 소심녀 나봉선 역으로 출연해요. 설거지만 하는 주방 막내 보조예요. 꾸준히 드라마를 소망하다가 재밌을 것 같아서 냉큼 선택했어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9년 배우인생에서 이렇게 많은 경험을 하는 작품은 처음이에요. ‘경성학교’가 감정의 어두운 면을 건드렸다면, ‘오 나의 귀신님’은 밝은 부분을 건드리는 거라 부담은 없어요.

연예부 기자?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열정 같은 소리 하고 있네’에서 스포츠지 연예부 새내기 기자 역을 맡았어요. 고군분투 성장기죠. 정기훈 감독님께 조언을 톡톡히 해드렸어요. 흠흠. 아무래도 기자들을 많이 접했으니까. 기자회견에서 질문하는 방식이라든가 노트북에 기사입력하는 거라든가...일일이 설명해 드렸죠.

이민호? 2008년 영화 ‘울학교 이티’ 때 신인으로 만났던 이민호 오빠는 그 전에도 데뷔작이었던 드라마 ‘비밀의 교정’(2006), ‘달려라 고등어’(2007)에서 공연한 적이 있었어요. 세 작품을 함께한 거죠. 요즘도 예전처럼 대화해요. 과거의 모습을 간직한 채 지금까지 만나는 게 좋더라고요. 그런데 오빠는 이제 저어~기 계셔서 부담스럽기도 해요. 전, 일어나서 막 걷기 시작한 단계고. 후후.

 

[취재후기] 박보영의 특별한 취미 하나. 개봉 후 티켓을 구매해 일반 관객 틈바구니에서 꼭 자신의 영화를 관람한다. 종영 후 상영관 출구나 화장실에서 나누는 이야기에 귀를 쫑긋한다. 가감 없는 비평을 들을 수 있는 ‘순수의 시간’이다. 특히 화장실 안에서 문을 걸어 잠근 채 듣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고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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