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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차'한 이유를 알리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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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차'한 이유를 알리지 말라?
  • 이희승 기자
  • 승인 2014.04.11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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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권법' 사태를 통해 본 다양한 이유들

[스포츠Q 이희승기자] 바야흐로 배우들의 수난시대다. 조인성 여진구 김수현으로 이어진 ‘권법’의 캐스팅이 난항을 겪으면서 ‘하차’하는 배우들의 배경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밥줄'이나 다름없는 작품이 엎어지는 이유는 다양하다. 개인적 스케줄과 투자 난항, 정치적인 압박 등 최근 연이어 일어나는 충무로 수난기를 살펴봤다.

◆ 드러난 캐스팅만 3명...‘권법’의 주인공은?

영화 ‘권법’의 주인공이 또다시 공석이 됐다. 이 영화는 에너지가 고갈되어가는 미래를 배경으로 범죄자들이 모여 사는 별리라는 마을에 들어가게 된 고등학생 권법이 그곳에 감춰진 무한에너지의 비밀을 거대세력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싸우는 이야기를 담은 SF 판타지 액션영화다. 약 200억원 가량이 투입될 역대 최고의 한중 합작 프로젝트로 ‘웰컴 투 동막골’을 연출한 박광현 감독이 시나리오와 연출을 맡아 제작 전부터 화제가 됐다.

당초 군 제대한 배우 조인성의 컴백작으로 거론됐던 ‘권법’은 다른 작품의 러브콜도 고사해온 배우의 기다림에도 제작비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며 자연스럽게 하차수순을 밟았다. 영화 촬영이 미뤄지면서 조인성이 SBS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로 출연 가닥을 잡으며 좌초 위기를  맞았다.

▲ '권법'을 거쳐 간 배우들

이후 중국 자본을 끌어들인 투자배급사 CJ E&M과 제작사는 영화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 로 안정된 연기력을 인정받은 여진구를 선택했다. 17세 나이도 영화 속 설정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여진구는 캐릭터를 소화하기 위해 액션 스쿨을 다니며 열성을 쏟았지만 결국 언론을 통해 자신의 하차 소식을 접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제작사 측은 여진구가 '권법'을 계약해 놓고 다른 작품인 영화 '내 심장을 쏴라'를 계약한 것을 문제시 삼았다. '내 심장을 쏴라'가 7월께 촬영을 마치는데, 8월에 '권법' 촬영에 들어가는 것이 무리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여진구의 소속사 관계자는 “우리와 계약 해지를 하고 다른 배우를 접촉한 것이라면 서운하지도 않을 것”이라면서 “엄연히 출연 계약서가 존재함에도 이런 일이 생겨 아쉬울 따름이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중국 투자사 측에서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김수현으로 주연 배우 교체를 요구했다는 소문과 함께 다수의 한류스타에게 시나리오를 건넨 사실이 알려지면서 ‘권법’은 충무로의 미운오리 새끼가 됐다. 논란이 일자 김수현도 작품선택을 고사했다. 또다시 주인공이 없어진 것이다.

10년 가까이 제작을 준비해 온 ‘권법’이 캐스팅 잡음을 겪으면서 충무로 상도덕이 바닥을 친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배우들의 무리한 스케줄도 이같은 상황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영화제작사 리얼라이즈의 원동연 대표는 “‘권법’의 액션 수준은 차원이 다르다. 200억 대작을 신인에게 맡겼다면 제작사에서도 어느 정도 기대를 했을 것”이라면서 “시나리오를 숙지했다면 준비 기간에 올인해야 한다는걸 알았을 테고 그게 신인의 자세다. 이번 해프닝은 매니지먼트사의 완벽한 실수” 라고 말했다. 이어 “‘미녀는 괴로워’를 찍을 때 김아중에게 6개월 전부터 춤과 노래, 감정이입 등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다. 하물며 고난도 액션은 몇 배의 시간이 들 것 아닌가”라며 일침을 가했다.

◆ 임신과 스케줄, 그리고 정치 압박까지 다양한 하차 이유

가수 출신 배우들의 스크린 진출이 잦아지는 것도 다양한 하차 이유중 하나다. 그룹 활동과 맞물려 개인적 활동이 힘든 경우가 대부분이다. 엠블랙 이준은 최근 영화 '보톡스'를 포기했다. 만화가 황미나의 시나리오 작가 데뷔작인 영화 ‘보톡스’는 당초 지난해 11월 크랭크 인할 예정이었으나 일정이 미뤄지면서 엠블랙 음반 활동과 겹치게 되면서 하차 수순을 밟았다.

제작보고회까지 열었지만 출연이 취소된 경우도 있다. 일찌감치 고(故) 육영수 여사의 일대기를 다룬 ‘퍼스트 레이디’에 캐스팅된 한은정은 "부담스러운 배역을 맡았다. 조심스럽지만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표면적 이유는 제작 지연이지만 정치적 압박이라는 시선도 존재한다.

한은정이 출연을 확정한 시기는 2011년 6월로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 말이었고 이후 더 이상 진척되지 않고 있다. 박정희 역엔 감우성이 캐스팅됐으나 제작진과 마찰 끝에 하차했고 현재 정준호가 물망에 올라있다. 한 관계자는 “박 대통령 입장에서도 임기 중에 부모님을 소재로 한 영화가 개봉되는 게 조심스러울 수 있다. 이런 분위기가 투자에 영화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귀띔했다.

▲ D라인을 과시하는 김효진.

임상수 감독의 신작 '우리에게 오늘이 없다'는 지난 2월까지 주요 캐스팅을 마무리하고 크랭크 인할 예정이었지만 주연배우 중 한 명인 김효진이 임신으로 출연이 불발된 케이스다. '우리에게 오늘이 없다'는 돈도 가족도 없는 여자와 남자가 부패한 사회의 기업을 향해 복수하는 내용을 다룬 작품으로 조승우가 출연을 고사하는 등 배우 공석이 이어지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스테이지 팩토리의 이주현 부사장은 “할리우드에서는 ‘박싱 헬레나’의 출연을 번복한 킴 베이싱어가 파산할 정도로 배우 하차에 엄격한 징벌이 따른다. 반대의 경우에도 몇 배의 금전적인 보상이 이뤄진다”면서 “한국의 경우 표면적 이유는 스케줄과 제작 무산이지만 출연 확정 후 더 매력적인 역할이 들어오면 배우 측에서 자진 하차를 원하기도 한다. 양측 모두 차후 활동을 위해 덮고 가는 분위기가 팽배해 법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ilove@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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