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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심 돌린 '헤드샷 투혼' 나지완, 계륵에서 불꽃남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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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심 돌린 '헤드샷 투혼' 나지완, 계륵에서 불꽃남자로?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5.07.25 11: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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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 헤드샷 이후 투혼 발휘…24일 롯데전 호수비-선제 솔로포 맹활약

[스포츠Q 이세영 기자] KIA 타이거즈 외야수 나지완(30)이 모처럼 중심타선에서 제 역할을 해주며 이름값을 했다. 머리에 공을 맞는 아찔한 순간을 극복하면서 그를 외면했던 팬심도 돌려놨다.

지난해에 이어 올 시즌에도 KIA는 외국인 타자 브렛 필이 팀 타선을 이끌었다. 반면 국내 선수들 가운데 해줘야 하는 이들의 활약이 부족했다. 특히 나지완은 중심타자로서 성적을 내야 함에도 불구하고 긴 부진에 빠졌다.

4월까지 타율 0.172에 불과했던 나지완은 5월 타율도 0.118에 그쳐 슬럼프가 길어졌다. 6월 타율 0.289에 1홈런 7타점으로 반등했지만 팬들은 나지완의 성적에 만족하지 못했다. 장타력이 부족하다는 등 비판의 수위를 높이며 분발을 촉구했다.

▲ 나지완이 24일 KBO리그 광주 롯데전에서 2회말 선제 솔로 홈런을 때려내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팬들로부터 ‘미운 털’이 박혔던 나지완은 하나의 사건으로 팬심을 돌려놓는 데 성공했다. 머리에 강속구를 맞는 상황에서도 출전을 강행하는 면모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지난 22일 대구 삼성전에서 상대 선발 알프레도 피가로의 시속 147㎞짜리 속구에 머리를 강타당한 나지완은 그대로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헬멧이 날아갈 정도로 충격이 컸다. 하지만 나지완은 곧바로 일어나 1루로 향했다. 사구를 던진 투수에게 흥분한 것도 있었지만 이 순간만큼은 경기에 집중하는 열정이 돋보였다.

피가로가 룰에 의해 퇴장 당하면서 투수가 바뀌는 사이 잠시 더그아웃에 들어가 숨을 고른 나지완은 출전을 강행했다. 이런 나지완의 투혼에 비난의 손가락질을 했던 팬들도 박수를 보냈다.

보통 타자들이 머리에 충격을 당하면 한동안 슬럼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한화 김태균, 롯데 강민호가 적절한 예다. 이들은 뇌진탕 증세를 겪은 뒤 후유증으로 제대로 타격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나지완은 달랐다. 헤드샷 이후 더 집중력이 돋보이는 면모를 보여줬다. 24일 광주 롯데전에서 선발 좌익수로 출장한 나지완은 1회초 2사 1루서 짐 아두치가 좌중간으로 날린 타구를 슬라이딩하며 잡아냈다. 발이 느려 외야 수비 능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아두치의 타구를 잡는 과정에선 타구 판단능력과 슬라이딩이 매우 돋보였다.

▲ 나지완(가운데)이 22일 KBO리그 대구 삼성전에서 머리에 공을 맞은 뒤 1루로 걸어 나가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좋은 수비는 매서운 타격으로 이어졌다. 2회말 선두타자로 나선 나지완은 롯데 선발 조시 린드블럼의 초구를 강타, 중월 솔로포를 터뜨렸다. 슬럼프 탈출을 재촉하는 한 방이자 헤드샷 후유증을 씻는 대포였다. KIA는 나지완이 뽑아낸 이 점수를 발판삼아 롯데에 9-8 역전승을 거뒀다.

아직 공수에서 더 해줘야 할 몫이 있지만 나지완은 헤드샷 이후 분명 플레이가 달라지고 있다.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 혜택을 받았음에도 부진한 성적 때문에 ‘군대에 보내야 한다’는 여론까지 생길 정도로 나지완의 입지가 좁았지만 열정 넘치는 면모를 보여주면서 스스로 이미지를 바꿔나가고 있다.

나지완이 앞으로 조금만 더 힘을 내준다면 한화에서 ‘불꽃남자’로 불리는 권혁의 별명을 가져올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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