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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김병지, 꾸준함으로 오른 '해피 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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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김병지, 꾸준함으로 오른 '해피 700'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7.26 23: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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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전서 700경기, 다음 목표는 777경기 출전…큰 아들과 함께 K리그 뛰고 싶은 목표도 설정

[스포츠Q 박상현 기자] K리그의 역사다. '꽁지머리'라는 귀여운(?) 별명으로 불렸던 김병지(45·전남)는 이제 '불멸의 레전드'가 됐다. K리그뿐 아니라 한국 프로스포츠 역사에 길이 남게 됐다.

김병지는 26일 광양전용구장에서 벌어진 제주와 현대오일뱅크 2015 K리그 클래식 23라운드 홈경기를 통해 자신의 700번째 출전 기록을 남겼다. 이날 경기에서 이종호의 선제골과 오르샤의 2골로 3-1로 이겨 김병지의 대기록을 축하했다.

김병지는 '레전드' 그 자체다. K리그 통산 최다 출장 기록에서 532경기에 나선 최은성 전북 현대 골키퍼 코치보다 무려 168경기나 앞선다. 600경기는 물론이고 700경기 출장은 김병지가 유일하다.

▲ 김병지가 26일 광양전용구장에서 열린 제주와 2015 K리그 클래식 홈경기에 앞서 700번이 박힌 유니폼을 입고 입장하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이 기록은 앞으로도 쓰여지기 힘든 불멸의 기록이 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현역 최다 출장 2위 이동국(36·전북)이 399경기에 나섰다. 무려 301경기나 앞서있기 때문에 깨지기 힘들다.

또 K리그가 한 시즌에 35경기가 치러진다고 봤을 때 20년 개근을 해야 세울 수 있는 기록이다. 20살에 데뷔해 부상도 없고 경고 누적이나 퇴장 없이 모든 경기에 출전해도 40세가 되어야 세울 수 있는 기록이다. 40세에 프로선수로 전성기 못지 않은 기량을 유지하는 것도 힘들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앞으로 깨지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 앞으로도 달성하기 힘든 기록, 한국 프로스포츠의 전설로 남다

김병지는 최고령 출장 기록도 경기마다 써 나가고 있다. 1970년 4월 8일생인 김병지는 이날 출전으로 자신의 최고령 출장 기록도 45년 3개월 18일로 늘렸다. 골키퍼라는 포지션 특수성을 생각하더라도 지도자 생활을 할 나이에도 현역으로 뛴다는 것은 세계 축구를 통틀어도 좀처럼 보기 힘들다.

김병지가 단순히 경기 출전만 많은 것이 아니다. 김병지는 "꾸준히 노력하고 몸을 만들어 순발력은 예전에 못지 않은데 파워는 다소 줄어든 것 같다. 골킥을 할 때 예전보다 10m는 덜 나가는 것 같다"고 말한다. 이를 제외하면 선방 능력에서 아직까지 상위권이다.

김병지는 올 시즌 7번이나 무실점 경기를 펼쳐 권순태(전북), 박준혁(성남FC)의 8경기에 이어 공동 3위에 올라있다. 또 21경기에서 22실점으로 경기당 평균 1.05골의 실점율을 보이고 있다.

▲ 김병지(오른쪽)을 비롯한 전남의 모든 선수들이 26일 광양전용구장에서 열린 제주와 2015 K리그 클래식 홈경기에 앞서 국민의례에서 '김병지 700' 기념 유니폼을 입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여기에 역대 통산 무실점 경기에서도 228경기로 최은성(152경기)와 이운재(은퇴, 140경기)를 크게 앞선다. 현역 골키퍼 가운데 두 번째로 많은 기록이 김용대(36·FC 서울)의 115경기다.

이밖에 1998년 10월 24일 포항전을 통해 K리그 통산 최초 골키퍼 득점 기록을 세웠고 2000년 10월 7일 안양 LG(현재 서울)전을 통해서는 최초의 골키퍼 페널티킥 골을 성공시켰다. 올스타전 최다 출전 16회 기록과 2000년 골키퍼 유일의 올스타전 최우수선수(MVP)라는 진기록은 덤이다.

◆ '삼촌' 김병지, 생각하지 못한 세리머니 선물받고 웃음 한가득

이런 불멸의 대기록을 갖고 있는 김병지지만 정작 전남에서는 후배들을 자상하게 이끈다. 전남 선수들에게는 동료, 형님 그 이상으로 '삼촌'으로 불린다. 제주전에서 골을 넣은 이종호는 곧바로 팀 동료들과 골문으로 달려가 김병지를 무등 태우는 세리머니로 함께 기쁨을 나눴다. 김병지도 생각하지 못했던 또 하나의 즐거움이었다.

김병지는 경기가 끝난 뒤 "후배들이 마음을 써줘 너무 기특하다. 평상시 선배로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에 후배들이 그런 마음을 가져준 것 같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김병지의 700경기 출장 축하는 단순히 골 세리머니뿐 아니었다. 이날 베스트 11으로 나선 모든 선수들은 유니폼 외에 '김병지 700'이 등에 박힌 유니폼을 하나 더 입었다. 또 선수 입장 때는 전남은 물론이고 제주 선수들도 나란히 두 줄로 서 박수를 치며 두 아들과 함께 그라운드에 나오는 김병지를 축하했다.

▲ 김병지가 26일 광양전용구장에서 벌어진 제주와 2015 K리그 클래식 홈경기에서 상대 선수의 슛을 선방하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또 경기가 끝난 뒤에는 다시 한번 김병지를 헹가래쳤고 서포터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며 역사적인 하루를 보냈다.

또 김병지는 가족에 대한 애틋한 마음도 전했다. 김병지는 "오늘 오랫만에 부모님께서 경기를 보러오셨는데 돌아가시는 발걸음을 가볍게 해드려 기분 좋다"며 "또 아내는 자기가 가진 재능이 있음에도 아이들을 키우고 남편을 내조하는데 희생해줬다. 오늘의 내가 있었던 것은 아내를 빼놓고 논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병지의 다음 목표는 777경기다. 숫자에 연연하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내심 욕심을 낸다. 김병지는 "지금까지 24년 프로 생활보다 앞으로 남은 77경기가 더 힘들 것 같다"며 "그래도 1년 이상은 자신있다. 여기에 1년을 더하면 777경기에 근접할 것 같다. 지금 컨디션으로는 자신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목표가 있다면 부자가 함께 같은 그라운드에서 뛰는 것이다. 얼마 전 히바우두가 자신의 아들과 함께 경기를 뛰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온 뒤에 더욱 욕심이 생겼다. 현재 큰 아들 김태백이 고등학교 선수로 뛰고 있다.

김병지는 "어제 태백이에게 '아빠가 네 대학 졸업까지 못기다리니 앞으로 남은 1, 2년 동안 프로로 올 수 있는 기술과 체력을 키우라'고 얘기했다. 아들이 알겠다고 하더라"고 미소를 지었다. 어쩌면 김병지의 진정한 다음 목표는 아들과 한 경기라도 함께 뛰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 전남 선수단과 팬들이 26일 광양전용구장에서 열린 제주와 2015 K리그 클래식 홈경기가 끝난 뒤 서포터즈석 앞에서 김병지의 700경기 출전을 축하하는 플래카드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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