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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의 전설' 쓰는 김병지, 몸으로 말하는 '출전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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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의 전설' 쓰는 김병지, 몸으로 말하는 '출전론'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7.25 09: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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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충실하겠다는 마음, 출전 횟수 신경쓰는 것은 이제 마지막…그래도 777경기는 내심 욕심"

[스포츠Q 박상현 기자] "이젠 숫자에 연연하지 않아요. 언제라도 실력이 모자라면 물러나야죠. 다만 777경기 출전은 욕심나네요. 하하하."

지난 17일 안산 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 하나은행 초청 K리그 올스타전에서 본의 아니게 70분(전후반 35분 경기) 풀타임을 뛴 김병지(45·전남)는 700경기 출전에 대해 호탕하게 웃었다. 어느덧 700경기까지 도달한 김병지에게 앞으로 얼마나 더 출전하느냐는 더이상 문제가 아니었다.

김병지는 26일 광양전용구장에서 벌어지는 제주와 현대오일뱅크 2015 K리그 클래식 23라운드 홈경기를 통해 700번째 K리그 출전에 나선다. 올스타전에서 700번을 달고 뛴 그는 '진짜 700번째 경기'에서도 700번 등번호를 달고 뛸 예정이다.

▲ 김병지가 지난 17일 안산 와 스타디움에서 열린 K리그 올스타전에서 등번호 700번을 달고 뛰고 있다. 김병지는 26일 광양전용구장에서 열리는 제주와 홈경기를 통해 700번째 K리그 경기를 맞는다. [사진=스포츠Q DB]

김병지는 올스타전이 끝난 뒤 인터뷰에서 "나는 참 행복한 선수다. 복받았다"고 말을 시작했다. 선수 생활을 해오면서 대표팀에도 선발돼 월드컵에도 두 차례 나섰고 올스타전에도 나섰으니 이만하면 성공한 생활이 아니냐는 것이다.

특히 김병지는 "선수 생활을 해오면서 1998년 10월 24일 포항전은 두고두고 잊을 수 없다"고 말한다. 이날은 골키퍼로는 K리그에서 최초로 골을 넣은, 뜻깊은 기록을 남긴 날이다.

700경기라는 대기록 못지 않게 김병지는 K리그 현역 최고령 선수라는 기록도 갖고 있다. 이미 지난해 11월 15일 신의손이 갖고 있던 최고령 출전기록(44년 7개월 6일)을 넘어선 김병지는 26일 경기 출전으로 자신이 갖고 있는 최고령 출전기록을 45년 3개월 18일로 늘리게 된다. 그만큼 자기 관리가 뛰어나다는 뜻이다.

이미 자신보다 후배인 최문식, 최용수(이상 44), 윤정환(42), 남기일(41) 등은 각각 대전과 FC 서울, 울산 현대, 광주FC를 이끄는 감독이 됐다. 전남을 이끄는 노상래 감독과는 둘도 없는 절친이기도 하다.

김병지가 프로에 데뷔한 것은 1992년으로 올해가 24번째 시즌이다. 세상이 두 번 이상 변하는 세월 동안 부상을 당해 6경기 출전에 그친 2008년을 제외하고 매 시즌 10경기 이상 꾸준히 출전했다. 또 데뷔 시즌인 1992년까지 제외한 22차례 시즌에서 20경기 이상 출전했다. 단 한 번도 주전에서 밀려난 적이 없었다는 반증도 된다.

▲ 김병지가 17일 안산 와 스타디움에서 열린 K리그 올스타전에서 전남 후배 이종호에게 골을 허용한 뒤 환하게 웃고 있다. 이종호는 김병지가 K리그에 데뷔한 1992년에 태어난 선수다. [사진=스포츠Q DB]

특히 자신이 데뷔한 해에 태어난 선수들에 대해 더욱 애착이 간다고 한다. 올스타전에서 같은 팀 후배 이종호(23)에게 골을 내준 뒤 "그 녀석(?)이 잘 넣은 거죠"라며 기특해하기도 했다. 이종호가 바로 김병지가 데뷔했던 1992년생이다.

하지만 김병지는 마음 한구석이 무겁다. 자신 때문에 팀 후배 골키퍼가 기회를 얻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김병지에게 후배의 앞길을 막는다는 비판은 잘못된 것이다. 김병지는 올 시즌 K리그 클래식 20경기에서 21골만 내줬을 정도로 골문을 든든히 지켰다. 경기당 1골 정도의 실점이기 때문에 45세의 나이에도 전성기 못지 않은 기량을 선보이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에 대해 김병지는 "제가 욕심을 채우려고 골문을 지키고 있다면 그건 당연히 욕을 먹어야 할 부분"이라며 "이 때문에 나도 얼마나 출전했는지에 대한 생각을 앞으로는 버리려고 한다. 숫자에 연연하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또 김병지는 "700경기 출전을 앞두고 있지만 앞으로 100경기 단위 생각은 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777경기 출전은 왠지 욕심난다"며 "777경기를 해내려면 앞으로 2년을 더 열심히 뛰어야 한다. 그러나 몸이 따라주지 않고 기량이 떨어졌다고 생각하면 이마저도 미련없이 포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앞으로 출전 회수에 연연하지 않고 하루하루에 충실하겠다는 것이 김병지의 마음이다. 그것이 진정한 프로의 자세라고 말한다. '내 뒤에는 공이 없다'는 철칙을 갖고 골문을 지킨지 어느덧 24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는 김병지는 이제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K리그의 영원한 레전드가 됐다.

▲ 김병지(오른쪽에서 두번째)가 17일 안산 와 스타디움에서 열린 K리그 올스타전에서 선수들과 함께 골 세리머니를 마친 뒤 골문으로 향하고 있다. 김병지는 700번째 경기 출전을 마지막으로 출전 횟수에 신경쓰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사진=스포츠Q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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