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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의 판정 실수로 경기가 뒤집힌 초유의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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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의 판정 실수로 경기가 뒤집힌 초유의 사건
  • 박용진 편집위원
  • 승인 2014.05.11 10: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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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박용진 편집위원] 프로야구가 오심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경기도중 심판 스스로 교체를 요청하여 대기심이 투입이 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고 급기야 지난달 30일 광주구장에서는 판정에 불만을 품은 관중이 난입하여 심판을 폭행하려는 불미스런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 메이저리그(MLB) 같이 비디오 판독요청(Challenge Call)이라는 제도가 없기에 판정 번복이 좀처럼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 갈수록 심판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MLB 경기에서도 어처구니없는 오심은 나온다. 그러나 비디오 판독으로 오심을 바로잡고 있기에 큰 말썽 없이 경기가 진행되고 있다. 심판의 불신을 바로잡는 방법은 비디오 판독을 하루빨리 도입하는 것이다.

오심 이야기를 하다보니 생각이 난 경기가 있다. 1997년 8월23일 대구구장에서는 심판 판정 실수로 종료된 경기가 다시 속개되는 프로야구 초유의 사건이 일어났다.

▲ 2014 시즌 프로야구에 심판의 실수가 연이어 터져나오고 있다. 지난달 18일 잠실에서 열린 경기에서 두산 송일수 감독(가운데)과 송재박 수석코치(왼쪽)가 심판진의 실수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삼성과 쌍방울의 더블헤더 1차전, 1-4로 뒤진 쌍방울의 9회초 공격이었다. 2사 1,2루 상황, 1번 타자로 나선 대타 장재중이 볼카운트 1볼 2스트라이크에서 김태한의 낮은 숏 바운드 슬라이더에 헛스윙했고 삼성의 포수 김영진은 이것을 포구했다.

주심은 스트라이크 아웃을 선언했다. 장재중은 삼진인 줄 알고 머리를 숙인 채 1루측 덕아웃으로 들어가려 했다. 그러나 '야구규칙 6.09' 낫아웃(타자가 1루에 도달하기 전에 1루에 공을 던져 아웃시켜야 하는 것) 규칙에 따르면 2사 이후에는 주자가 루에 있든 없든 상관 없이 숏 바운드 포구는 삼진 처리가 되지 않는다.

포수 김영진은 이 볼을 잡고서 타자 몸에 태그를 하든지 1루에 던져 아웃을 시켜야 했다. 그런데 그는 잡은 공을 팬 서비스로 3루 관중석에다 던져 버렸다. 주심 김동앙은 삼진 처리하고 경기종료를 선언했다. 그를 비롯한 심판 모두 심판실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쌍방울과 삼성 벤치 모두 난리가 났다. 백인천 삼성 감독은 김영진에게 1루에 송구하라는 지시를 내렸고, 쌍방울에서는 벤치로 들어오는 장재중에게 1루로 뛰어가라고 소리를 쳤다. 쌍방울 김성근 감독과 코치들은 경기종료를 선언하고 퇴장하기 위해 3루 쪽 심판실로 가는 주심의 길목을 막고서 격렬하게 어필하기 시작했다. 쌍방울 김성근 감독은 김동앙 주심을 밀치며 항의했다.

심판들이 룰이 잘못 적용됐음을 알고 다시 그라운드로 나가서 4심 합의에 들어갔다. 필자는 경기감독관으로 현장에 있었으며 심판진에게 합의해 번복하라는 사인을 줬다. 합의 끝에 경기종료를 번복하고 2개의 진루를 허용 하였다(송구가 관중석이나 더그아웃에 들어갔을 경우에는 2개의 루 허용 야구 규칙 7.05항 적용).

김동앙 주심은 자신이 숏 바운드 포구인 줄 모르고 삼진 처리하였다고 자신의 실수를 시인하였다. 그러나 김성근 감독에게는 자신을 밀쳤다는 이유로 퇴장 명령을 내렸다.

백인천 감독에게는 룰을 잘못 적용했다고 설명을 하고 경기를 속개하였다. 2루 주자 김성래는 득점을 하면서 2-4가 됐다. 쌍방울은 이어진 2사 2,3루 찬스에서 라커룸으로 들어가 유니폼을 벗었다 다시 등판한 투수 김태한을 난타하여 추가 4득점, 6-4로 역전승을 따냈다. 삼성은 경기 후 포수 김영진의 실수를 인정하기 때문에 승부에 깨끗이 승복한다고 밝혔다.

일시 퇴장당한 김성근 감독은 더블헤더 2차전부터 더그아웃에 다시 들어와서 지휘를 하였다. 삼성은 ‘심판의 실수로 패하면 연속적으로 패배한다‘는 속설을 딛고 2차전에서 박충식의 역투에 힘입어 10-5로 승리했다.

sports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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