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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열전] '암살' '베테랑' 쌍천만 신 스틸러 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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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열전] '암살' '베테랑' 쌍천만 신 스틸러 진경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5.08.31 06: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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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용원중기자] 올 여름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암살’과 ‘베테랑’에서 짧지만 강렬한 인장을 남긴 최고의 신 스틸러(Scene Stealer)를 꼽으라면 단연 여배우 진경(43)이다.

‘암살’에서는 영화 도입부에 방점을 찍는다. 친일파 매국노 강인국(이경영)의 아내이자 훗날 독립군 저격수로 성장하는 안옥윤(전지현)의 엄마인 독립운동가 안성심으로 등장, 관객이 절로 스크린에 몰입하게 하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

단아한 한복차림의 성심이 부엌에서 남편의 친일 행각을 또박또박 질타한 뒤 지포 라이터로 불붙인 담배 연기를 고요하게 내뿜는 장면, 쌍둥이 여식과 함께 인력거를 타고 집을 떠난 길에서 강인국의 사주를 받은 집사(김의성)가 총을 겨누며 눈을 감으라 하자 “내가 자네 앞에서 왜 눈을 감나”라고 말할 때의 당당함은 압권이었다.

▲ '암살'에서 여성 독립운동가 안성심을 연기한 진경

‘베테랑’에서는 다혈질 형사 서도철(황정민)의 아내 주연으로 출연했다. 재벌3세 조태오(유아인)의 악행을 조사하는 서도철을 막기 위해 조태오의 비서인 최상무(유해진)가 명품백과 돈다발을 건네자 이를 내친 뒤 곧장 경찰서로 쳐들어가 남편을 지갑으로 때리며 “나도 사람이고 여자야. 알았어?...우리 쪽팔리게 살진 말자”고 소리친다. 꿋꿋하게 자기 업무를 수행하는 남편에 대한 격려이자, 한순간 돈의 유혹에 흔들린 자신에 대한 자책이 절절하게 묻어나기에 관객로 하여금 정의와 양심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하게 만든다.

1910년대 일제강점기 여성 독립운동가와 2015년 광역수사대 형사의 아내. 한 세기를 건너 뛰는 당당한 캐릭터를 연기한 진경은 짧은 분량에도 뚜렷한 존재감을 보여준다.

최동훈 감독은 “진경씨가 ‘암살’ 앞부분의 중심을 잡아줬다. 연기는 분량의 문제는 아닌 듯하다. 가만히 있는 게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탁월한 연기자다. 연기 잘 하는 배우가 감독을 구원해준다”고 언급했다. 류승완 감독은 “내가 좋아하는 유머코드를 지니고 있다. ‘베테랑’ 속 뚱한 표정은 그녀의 아이디어였다. 감독 입장에서 이런 배우들이 있으면 너무 편하고 행복하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 '베테랑'에서 서도철(황정민) 형사의 아내 주연으로 분한 모습

진경은 동국대 연극영화과,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전문사(석사)를 졸업했다. 연극무대에서 10년 넘게 칼을 갈았다. ‘이’ ‘키스’ ‘날 보러와요’ ‘위트’ ‘돌아서서 떠나라’ ‘클로져’ ‘쿠킹 위드 엘비스’에 출연하다가 2012년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서 얌전하게 할 말 다하는 교사 며느리 민지영을 천연덕스레 소화해 시청자의 시선을 파고들었다. 이듬해 영화 ‘감시자들’에서 경찰 감시반원을 통제실에서 지휘하는 이 실장 역으로 백상예술대상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드라마 ‘착한남자’ ‘여왕의 교실’ ‘굿닥터’ ‘참 좋은 시절’ ‘’괜찮아 사랑이야‘ ’피노키오‘ ’블러드‘ ’너를 사랑한 시간‘, 영화 ’슬로우 비디오‘ ’은밀한 유혹‘와 올해 하반기 개봉할 ’열정 같은 소리 하고 있네‘ 등 불과 3~4년 새 드라마와 영화를 종횡무진 누비는 여배우로 입지를 확고히 했다.

진경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어릴 땐 세 보이고, 차가워 보이는 외모가 약점이라 생각했다. 난 왜 여성스럽지 않을까 자괴감에 빠진 적도 있다. 하지만 그런 약점이 나를 배우로서 특화하는 강점이 됐다”며 “상투적인 외적 이미지와 상투적이지 않은 연기 디테일이 만날 때 신선한 화학작용이 나오는 게 아닐까”라고 자가 진단한 바 있다.

그의 말대로 똑 부러지고 강단 있는 여성이 각광받는 시대가 되면서 이런 이미지를 지닌 진경은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재목’으로 꼽힌다. 특히 연극무대에서 익힌 정확한 발성과 딕션, 입체적인 연기술은 추상적 이미지를 현실화시키는 든든한 토대다. 새 영화 ‘열정 같은 소리 하고 있네’에선 악덕 연예 기획사 대표로 출연할 정도로 장르 및 캐릭터 변주의 폭이 넓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교양과 우아함부터 냉철한 카리스마, 날선 차가움, 코믹함까지 깐깐하게 소화해내는 진경이 대중의 마음을 맹렬하게 ‘스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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