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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치외법권' 임창정 "난 대중이 원하는 광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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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치외법권' 임창정 "난 대중이 원하는 광대" [인터뷰]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5.09.01 15: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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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글 용원중기자·사진 최대성기자] 1990년 영화 ‘남부군’으로 시작해 배우인생 25년, 95년 가수로 데뷔했으니 노래인생 20년이다. 긴 호흡으로 배우와 가수를 넘나들며 활동해온 만능 엔터테이너 임창정이 코믹 액션영화 ‘치외법권’으로 장기를 펑펑 터뜨리고 있다.

FBI 출신 프로파일러이자 범인만 보면 주먹이 앞서는 정진(임창정)과 경찰대 수석 졸업의 카사노바 형사 유민(최다니엘)이 법 위에 군림하는 신흥 종교집단 교주를 검거하기 위해 활약하는 내용을 담은 ‘치외법권’은 지난달 27일 개봉해 28만 관객을 모으며 ‘베테랑’ ‘뷰티 인사이드’ ‘암살’에 이어 박스오피스 4위에 올라 있다.

 

‘치외법권’은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배우 임창정에게 낯선 도전으로 다가왔다. 액션이 그렇다.

“그동안은 '17대1로 붙었다'는 말로만의 액션을 구사했어요. 합을 맞춰본 적도 없죠. 시나리오를 읽어본 뒤 나의 장기인 코믹연기와 미지의 분야인 액션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겠다 싶어서 출연을 결정했죠. 그러고 며칠 뒤 최다니엘로부터 확인 전화가 왔기에 ‘네가 한다고 하면 출연하겠다고 말했다’며 끌어들였어요. ”

‘남부군’ ‘여명의 눈동자’ 등에 출연하면서 눈과 봉우리는 다 밟아본 ‘고수’이지만 영하 14도에서 이틀을 꼬박 잠을 자지 않은 채 이뤄진 '치외법권' 액션연기는 지옥과 같았다. 고생하는 스태프와 보조 출연자들을 생각하며 버텼다.

“‘영화가 잘 되면 노동청에 가서 고발하자’란 생각도 하면서요.(웃음) 원래 유단자라 스피드와 절도를 요구하는 동작은 어렵지 않았는데 합과 템포를 맞추는 게 까다롭더라고요. 그래도 무술감독과 호흡이 잘 맞아 제가 생각한 액션을 그대로 만들어 오셔서 현장에서 숙지한 뒤 촬영에 임했죠. 다니엘의 액션이 시원하고 길쭉하다면, 전 짧고 빠르게 구사돼 조화가 잘 이뤄진 것 같아요. 이 영화를 보신 감독과 제작자들이 앞으로 액션 시나리오를 많이 주실 것 같아요. 하하.”

워낙 경력이 오래되다 보니 현장에서 임창정은 ‘임 감독’으로 불린다. 젊은 감독들이나 후배 연기자들이 주눅 들고 어려워한다는 이야기도 스멀스멀 퍼져 나왔다.

 

“까칠하고 호랑이 같다고 해서 후배들이 조심스러워한단 얘기를 저도 들었어요 하지만 금방 정체가 드러나니까 시간이 지나면 편하게 여기더라고요. 어렸을 땐 촬영이 끝나면 가는 등 내 것만 하고 말았는데 이젠 촬영이 끝날 때까지 있어주고, 재미난 이야기도 많이 들려주고, 밥도 자주 같이 먹고 그러게 되네요. 화합을 생각해서 이번에 회식도 5차례나 했어요. 선배다보니 절로 그렇게 되더라고요. 이번 현장에선 조명감독, 촬영감독만 저한테 형이고 제가 최고 연장자였으니까.”

숱한 작품에 출연하며 ‘코믹연기의 달인’이란 영예로운 호칭을 얻었다. 살펴보면 코미디뿐만 아니라 휴먼드라마, 누아르, 스릴러, 멜로, 로맨스 등 꽤 다양한 장르에서 천연덕스레 캐릭터를 빚어냈다.

“25년을 했다는 게 실감나질 않지만 앞으로 50년을 할 건니까 지금도 초창기에요. 돌아보기엔 할 일이 너무 많아요. 연기와 노래를 동시에 하다보니 배우로서 평가절하된 부분이 있단 소리를 들었는데 전혀 억울하지 않아요. 부족한 건 나중에 하면 되니까. ‘천만배우’ ‘남우주연상 수상자’였다가도 잊혀질 수 있잖아요. 저의 감수성과 감에 대한 자신이 있어요. ‘코믹 전문 배우’로 남우주연상을 받은 건 지금까지 자랑스럽고요. 아직 절 다 보여준 게 아니라 이런저런 평가에 개의치 않게 돼요.”

 

‘치외법권’이 공개된 뒤 천만영화 ‘베테랑’과 맥락이 비슷하다는 소리를 듣고 있다. 경찰이 주인공으로 등장해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는 부패 세력(악덕 재벌3세와 사이비 종교집단)을 응징하는 내용 때문이다.

“장르의 혼동 탓일 거예요. ‘베테랑’의 리얼리티를 기대한다면 ‘치외법권’에 만족하질 못하실 거고요. 대신 현실에서 해결되지 못하는 문제를 꼬집고 시원하게 정리하니까 통쾌함을 느끼는 건 동일하지 싶어요. 흥행 여부를 두고 웰메이드 여부를 구분하는데 그런 방식엔 동의하기 힘들어요. 관객들이 영화를 즐기셨으면 하는 바람에 탄생한 영화가 ‘치외법권’이거든요.”

극중 정진은 전직 FBI, 프로파일러답지 않은 단순무식함(?)이 빛을 발한다. 이게 현실적인 캐릭터일까란 의문이 들기까지 한다. 하지만 영화 마지막에서 교주(장광)가 “내가 대통령을 몇 명 만든 줄 알아?”란 발악에 정진이 “나도 대통령 세 번 맞췄어”라고 응수할 때 관객은 후련해 한다.

“정진의 무대포 행동은 코미디라는 장르 때문인 점이 있고요. 신동엽 감독님에게서 ‘자격증만 있어요. 공부만 잘하는 인물이에요’란 말을 들은 뒤 더 무식해도 되겠다 싶어서 설정한 거죠. 이상하게 특권의식을 가진 사람들은 ‘자기가 해서 이렇게 됐다’고 착각을 하더라고요. 어떤 성과에는 많은 사람의 노력이 있을 텐데 나 홀로 이뤘다는 의식으로 사는 거죠.”

 

임창정은 가을을 맞아 애절한 발라드 ‘또 다시 사랑’을 담은 첫 미니앨범을 오는 15일 발매한다. 지난해 그는 정규 12집을 발표한 뒤 전국투어까지 진행하며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내 직업이 뭘까? 배우, 가수, 개그맨?...전 그냥 대중이 원하는 광대이자 연예인일 뿐이에요. 자기 관리를 하고 이미지를 추구하는 이들도 있지만 전 찾아가서 서비스하는 사람이에요. 환갑잔치에서 노래할 수 있는 사람이죠. 어렸을 때부터 연예인이 꿈이었어요. 그래서 일이 힘들지 않아요.”

싱글대디 임창정은 10세, 8세, 6세의 세 아들을 키우고 있다. 아이들은 집 밖에 나가면 시간 가는 줄 모른채 뛰어 놀 정도로 활달하다. 연예인 아버지와 자녀가 동반 출연하는 예능 프로그램 출연섭외도 수차례 있었으나 모두 거절했다.

“일단은 애들이 끼가 없고 아이들한테 좋지 않을 수도 있겠단 우려 탓이죠. 아이들과는 살 부비면서 뭔가를 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제가 솔선수범해서 모범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고요. 공부하란 말은 안 해요. 스스로 하고 싶으면 하는 거죠. 대신 ‘거짓말 하지 말아라’ ‘약속을 잘 지켜라’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라’란 말은 수시로 하죠. 옳고 그름에 대한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지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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