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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 원투펀치' 양현종-김광현, 아름다웠던 자존심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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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 원투펀치' 양현종-김광현, 아름다웠던 자존심 대결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5.09.21 21: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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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회까지 양팀 타자 압도, 4회까지 팽팽한 긴장감 관중 몰입도 최고조

[문학=스포츠Q 민기홍 기자]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많았다. 양현종과 김광현. 1988년생 동갑내기의 맞대결은 명품 투수전을 기대한 야구팬들의 오감을 만족시켰다.

21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 7위 KIA 타이거즈와 5위 SK 와이번스간의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시즌 15차전이 펼쳐졌다. 양팀간의 승차는 1.5경기, 5강 막차에 승선하기 위해 양팀은 가장 믿음직한 토종 에이스들을 선봉에 내세웠다.

자존심 대결을 앞뒀지만 둘은 서로를 마주본 채 활짝 웃었다. 통산 27번째 1000탈삼진 기념상을 받은 김광현을 축하하기 위해 양현종이 꽃다발을 들고 1루로 향한 것. 절친의 축하에 김광현도 함박웃음으로 화답했다.

▲ 경기 시작 전 양현종(왼쪽)은 김광현의 통산 1000탈삼진을 축하하기 위해 1루로 향해 꽃다발을 건넸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마운드에 올라서자 양보란 없었다. 두 투수는 약속이나 한 듯 3이닝 동안 11타자를 상대해 나란히 41개의 공을 던졌다. SK 타자들은 양현종의 체인지업에 좀처럼 타이밍을 맞추지 못했고 KIA 타선은 김광현의 슬라이더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4회부터 희비가 엇갈렸다. 땅볼을 많이 유도한 김광현이 야수들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흔들리는 사이 양현종은 효율적인 피칭으로 SK 타선을 가볍게 돌려세웠다. 왜 자신이 리그 유일의 평균자책점 2점대 투수인지를 증명하는 ‘능구렁이 피칭’이었다.

김광현의 5⅓이닝 조기 강판, 중반부터 급격히 벌어진 점수차 때문에 양현종도 6이닝만 던진 채 일찍 마운드를 내려갔다. 조금 더 긴 이닝을 소화하길 바랐던 야구팬들로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5회까지 보여준 두 선수간의 기싸움은 충분히 박수를 받을만 했다.

▲ 양현종과 김광현은 서로에게 지지 않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다. 결과는 양현종의 승리였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KBO리그는 심각한 투수난에 허덕이고 있다. 그래서 통산 평균자책점이 4점대인 투수가 4년에 84억 원을 받는다. 뉴욕 양키스에서 패전조로 뛰었던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 시즌의 3분의 2가 지난 시점에서 8억 원을 지불해야 하는 실정이다.

그래서 양현종, 김광현은 반드시 잘 던져야 했다. 그리고 혼신의 힘을 다했다.

프리미어 12 대표팀을 이끄는 김인식 국가대표팀 감독이 흐뭇할 미소를 지을만한 투수전이었다. 월요일밤 한국 야구팬들은 모처럼 토종 투수간의 치열한 자존심 싸움을 봤다. 공 한 개, 그들의 피칭 동작 하나하나에 모두가 숨을 죽였다. 이것이 국가대표 원투펀치의 존재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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