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22:11 (금)
[SQ포커스] 인기 하락에 햇살? '농구인 2세'들이 열기 지필까
상태바
[SQ포커스] 인기 하락에 햇살? '농구인 2세'들이 열기 지필까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10.28 13: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허웅 이어 이동엽·이민지·신재영 프로무대 진출…허훈도 내년 대학 3년생 '대기중'

[스포츠Q 박상현 기자] 승부조작, 도박 스캔들에 국제 경쟁력 하락으로 인기가 추락한 농구계에 한줄기 서광이 비칠까. 1980, 1990년대 한국 농구를 이끌었던 주역들의 자녀들이 어느새 성장해 프로무대에 당당하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아직 초년병에 불과하지만 농구인 2세들의 도전은 반가기만 하다.

이호근 전 용인 삼성생명 감독의 아들인 이동엽(21)이 지난 26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5 KBL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5순위로 서울 삼성의 지명을 받은데 이어 다음날엔 딸 이민지(20)가 WKBL 드래프트에서 인천 신한은행의 선택을 받았다.

또 1984년 LA 올림픽 여자농구 은메달의 주역인 김화순 동주여고 코치의 딸인 신재영(23)도 신한은행의 지명을 받았다. 이처럼 농구인 2세들이 대거 프로에 진출한 사례는 이전에 없었다.

▲ 이호근 전 용인 삼성생명 감독의 자녀인 이동엽(위 오른쪽)과 이민지(아래 왼쪽)가 나란히 서울 삼성과 인천 신한은행의 지명을 받아 농구인 2세로 프로 무대에 진출했다. [사진=KBL·WKBL 제공]

그동안 농구인 2세들의 프로진출은 성공보다 실패가 많았다. 김동광 대표팀 감독의 아들인 김지훈이 안양 KGC인삼공사의 지명을 받고 프로에 진출했지만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은퇴했다. 부모가 모두 농구 선수 출신인 이광재(31·부산 KT), 이유진(25·전 부천KEB하나은행) 외에도 역시 농구인 출신 어머니를 둔 배혜윤(26·삼성생명) 등이 있긴 하지만 스타급으로 꼽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

그나마 눈에 띄는 성공이 있다면 1978년 아시안게임 당시 대표팀 선수였던 하동기 씨의 두 자녀인 하승진(30·전주 KCC)과 하은주(32·신한은행) 남매 정도다. 최근에는 허재 전 전주 KCC 감독의 아들인 허웅(22·원주 동부)이 있다.

하지만 이들이 농구의 인기를 확 끌어올리진 못했다. 미국프로농구(NBA) 무대를 경험하기도 했던 하승진은 KCC의 챔피언 등극을 이끌었지만 지금은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누나 하은주 역시 신한은행의 골밑을 든든히 지켜줬지만 최근에는 잦은 부상으로 코트에서 뛰기보다 벤치를 지키는 시간이 더 많다.

그나마 맹활약하는 선수가 있다면 허웅이다. 허웅은 득점과 수비에서 모두 맹위를 떨치며 차기 국가대표감이라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 또 동생 허훈(20·연세대)도 내년에 대학 3학년이 돼 KBL 드래프트를 기다리고 있다. 허훈은 형과 달리 대학을 모두 마치고 드래프트에 갈 것이라고 하지만 상황은 떠 어떻게 달라질지 모르는 일이다.

여기에 이동엽과 이민지, 신재영이 가세하면서 코트에 농구인 2세가 늘어났다. 최강 고려대를 이끌었던 이동엽은 약간 발이 느리다는 단점이 있지만 장신 가드로 경기를 보는 시야가 넓고 슛까지 좋아 1라운드에 무난하게 지명받을 것이라는 평가가 있었다. 예상과 달리 조금 후순위로 밀리긴 했지만 가드가 절대 필요한 삼성의 선택을 받았다.

또 신재영은 미국대학농구(NCAA) 1부리그에서 슈터로 활약하며 능력을 인정받았다. 중학교 때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한국 농구에 대한 적응력이 관건이지만 어머니 김화순 코치의 조언을 받으며 선수로 성장했다.

▲ LA 올림픽 여자농구 은메달 주역인 김화순 동주여고 코치(왼쪽)의 딸인 신재영도 WKBL 신입선수 선발회를 통해 신한은행의 유니폼을 입었다. [사진=WKBL 제공]

이민지는 2라운드로 밀리긴 했지만 역시 가드로서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선수다. 분당정보산업고에서 기량을 인정받았던 이민지는 지난 3월 대구시체육회에 들어가 실업농구 경기를 뛰며 부족한 감각을 끌어올리는 등 나름 내공을 쌓았다.

농구인 2세의 장점이라면 역시 부모들의 우수한 유전자와 함께 지도와 조언을 받았다는 점이다. 물론 성공을 장담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들의 각오는 모두 '누구의 아들, 딸'이 아닌 진정한 선수로 홀로서기하겠다는 것이다. 부모의 영향력을 벗어나 홀로서기에 성공하려면 부단한 노력은 필수적이다. 이들이 노력을 통해 성장한다면 결국 이는 한국 농구의 자산이 된다.

농구인 2세들을 잘 키워내고 농구계가 자정과 개혁을 병행해간다면 바닥을 찍고 인기를 회복할 수도 있다. 끝없는 인기 하락에 고심하고 있는 농구계에 2세들의 프로 진출은 더없는 활력소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