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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한일전] 덕장 김인식의 '겸손화법', 대역전극만큼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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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한일전] 덕장 김인식의 '겸손화법', 대역전극만큼 빛났다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5.11.20 12: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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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 실력을 인정하는 인터뷰, 일본 고쿠보 감독과 극명히 대비돼

[스포츠Q(큐) 이세영 기자] 김인식 프리미어 12 대표팀 감독은 한국 야구에서 대표적인 덕장으로 꼽힌다. 매사에 차분하고 선수들을 대할 때도 쉽게 화내는 법이 없다. 선수나 코칭스태프를 향해 얼굴을 붉히기보다는 좋은 방향으로 가게끔 대화로 이끌어가는 편이다.

김인식 감독의 이런 성품은 일본과 경기를 전후로 가진 인터뷰에서 잘 나타난다. 일본은 한국과 프리미어 12 준결승을 앞두고 공항 출발시간, 일정 변경 등 갖가지 꼼수를 부렸지만 김 감독은 이를 공식적인 자리에서 언급하지 않았다. 오히려 일본 언론의 날카로운 질문에 부드럽게 대응했다. 산전수전 다 겪은 백전노장다웠다.

19일 경기 전 김인식 감독은 일본 언론들과 인터뷰에서 “오타니 쇼헤이를 어떻게 보는가. 공략할 수 있겠는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이에 김 감독은 “속구가 좋고 반 포크볼과 완전한 포크볼을 구사하는 어려운 선수”라고 말했다. 첫 맞대결에서 인상적인 투구를 펼쳤던 오타니의 실력을 인정한 것이다. 오타니가 난공불락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지만 한국 나름의 대비책을 가지고 겨뤄보겠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또 다른 취재진은 “일본을 이기면 세계 1위를 할 수 있다고 보는가”라고 물어 눈길을 끌었다. 일본의 자부심이 느껴지는 질문이었다. 당황할 기색을 보일만 했지만 김 감독은 겸손하면서도 유연하게 대처했다. 그는 “일본이 확실히 가장 강한 팀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경기를 해보면 약자가 강자에게 이길 수도 있는 것이 야구다”고 답했다. 일본의 실력을 인정하면서도 한국 선수들에 대한 믿음이 엿보이는 부분.

일본을 4-3으로 꺾은 뒤에도 김인식 감독은 평정심을 잃지 않았다. 극적인 승리에 들뜬 기분을 표현할 만도 했지만 흥분을 가라앉히고 인터뷰에 응했다.

김 감독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면 이런 결과도 있다. 힘든 경기였지만 9회가 끝날 때까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수세에 몰려도 결국 역전할 수 있는 명승부가 아니었나 생각한다”고 운을 뗐다. 2006년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한일전 때보다 더 극적인 승리였다는 말도 보탰다.

오타니에 대한 칭찬도 빼놓지 않았다. “반포크볼과 포크볼을 정말 잘 던졌다”며 “아무래도 오타니의 빠른 공을 보다가 뒤에 나온 투수들의 공을 보니 스피드가 떨어져 보였다”고 이날 7이닝 동안 탈삼진 11개를 기록한 오타니의 투구에 높은 점수를 매겼다.

결승에 진출했지만 김인식 감독은 우승에 대한 이야기를 쉽게 꺼내지 않았다. 아직 상대팀이 정해져있지 않은 만큼 신중에 신중을 기했다. 김 감독은 “경기라는 것은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다. 일본이 한국에 졌다. 야구는 약자가 강자에게 이기는 것이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 경기는 해봐야 아는 만큼 뭐라고 이야기하지 못하겠다”는 말로 결승전에 대한 전망을 내렸다.

일본전 승리가 확정되는 순간, 김인식 감독은 선동렬 투수코치를 비롯한 코칭스태프와 덤덤히 악수를 나눴다. ‘일본은 언제든지 꺾을 수 있는 상대’라는 인상을 줄 수 있는 면모이기도 했지만 9회에 뼈아픈 역전패를 당한 상대를 배려하는 행동이라고 볼 수도 있었다.

김인식 감독은 이번 대회를 통해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무엇인지를 직접 보여줬다. 진중하고 겸손한 언행을 보여준 김 감독은 준결승전을 시작하기도 전에 결승전 선발을 공개한 고쿠보 히로키 일본 감독과 극명하게 대비돼 야구팬들로부터 많은 지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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