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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수원FC K리그 클래식 승격신화, '챌린지판 닥공'이 일궈낸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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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수원FC K리그 클래식 승격신화, '챌린지판 닥공'이 일궈낸 기적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12.05 21: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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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실업리그 팀으로 창단 뒤 12년만에 최상위리그…K리그 첫 더비매치도 성사

[스포츠Q(큐) 박상현 기자] K리그 챌린지판 '닥공'이 기적을 만들어내고 신화를 창조했다. 불과 창단 12년 역사의 수원FC가 실업축구 내셔널리그부터 K리그 챌린지를 거쳐 한국 축구의 최상위리그인 K리그 클래식까지 밟게 됐다.

조덕제 감독이 이끄는 수원FC는 5일 부산구덕운동장에서 열린 부산과 현대오일뱅크 2015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2-0으로 이기고 종합전적 2승으로 K리그 클래식으로 승격했다.

수원FC의 K리그 클래식 승격은 많은 의미를 갖는다. 그동안 K리그 클래식으로 승격한 팀들이 상주 상무, 광주FC, 대전 등 강등됐다가 재승격된 팀인 반면 수원FC는 K리그 클래식을 처음으로 밟는 팀이기 때문이다. 한국축구에서 3부 리그 격인 내셔널리그에서 시작해 2013년 프로화를 통해 K리그 챌린지로 입성한 뒤 3년 만에 K리그 클래식까지 밟는 역사를 썼다.

▲ 조덕제 수원FC 감독이 5일 부산구덕운동장에서 열린 부산과 2015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2-0으로 이긴 뒤 선수들의 헹가래를 받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조덕제 감독의 신뢰 축구, 중위권 전력 예상을 깨다

지난 시즌 12승 12무 12패(승점 48)로 6위에 그쳤던 수원FC는 올 시즌도 중위권 전력으로 평가받았다. 지난 시즌 중반부터 수원FC에서 뛰기 시작한 자파가 있긴 했지만 전력 상승 요인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덕제 감독은 수원FC가 프로화하면서 K리그 클래식에 3년 안에 승격하겠다는 약속을 지켜냈다. 프로팀으로 변신한 뒤 선수들과 동고동락하면서 신뢰를 쌓았던 것이 선수들의 투지를 이끌어내면서 전력 상승 효과를 냈다. 실제로 수원FC는 올 시즌 4위권을 꾸준히 유지하면서 K리그 챌린지 플레이오프에 안착했다.

브라질 출신 공격수 자파의 잠재력이 터진 것도 컸다. 지난 시즌 18경기에서 7골을 넣는데 그친 자파는 올 시즌 35경기에서 21골을 넣으며 수원FC의 공격력을 이끌었다.

자파는 순탄하지 않은 길을 걸어온만큼 밑바닥부터 자신의 커리어와 경기력을 끌어올린 선수다. 지난해 수원FC에 들어오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일본 4부 리그인 FC 오사카에서 뛰었다. 그러나 수원FC에 입단한 뒤 조덕제 감독의 조련을 거쳐 K리그 챌린지 최고의 공격수로 거듭났다.

그런만큼 자파의 인성이나 훈련에 임하는 태도도 모범적이다. 조덕제 감독은 "자파 등 수원FC에 있는 외국인 선수들은 너무나 성실해 특별하게 잔소리를 하지 않아도 될 정도"라며 "선수들이 불편하다고 하면 흔쾌히 쉬라고 얘기해준다. 선수들은 휴식을 취하고 나면 알아서 그 다음 훈련에 더욱 열심히 임한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또 임성택과 권용현, 정기운 등도 각각 9골과 7골, 6골을 넣으면서 자파 중심의 공격력을 뒷받침했다.여기에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수원FC로 들어온 시시는 중원을 책임졌다.

▲ 조덕제 수원FC 감독(왼쪽에서 세번째)이 5일 부산구덕운동장에서 열린 부산과 2015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임성택의 선제 결승골 뒤 함께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K리그 클래식은 기업구단 잔치? 선입견을 깼다

얼마 전 박치근 경남FC 대표이사는 구단의 혁신방안을 발표하면서 상식 밖의 발언을 해 논란이 됐다. 박 대표이사는 "K리그는 기업 구단 위주인 클래식(1부)와 시도민 구단 위주인 챌린지(2부)로 나뉜 형태"라며 "기업구단은 든든한 재정 지원 속에 K리그 클래식에 상존해 있지만 자율 경영 능력이 부족한 시도민 구단은 K리그 챌린지에만 머물러 있다. 1, 2부 리그가 상생 발전하기 위해 통합 운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축구인들이라면 박치근 대표이사의 발언이 얼마나 상식 밖인지를 잘 안다. 그러나 축구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박 대표이사의 말에 고개를 끄덕거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수원FC는 단번에 이러한 선입견을 깨며 박 대표이사를 머쓱하게 만들었다.

수원시청으로 시작한 수원FC 역시 기업구단이 아니다. 게다가 K리그에서 시작해 강등된 팀들과 달리 실업팀에서 시작했다. 수원FC의 재정 역시 일반 시도민구단처럼 지자체의 예산에서 나온다. 1년 운영비가 50억 원 안팎으로 기업구단과 비교될 것이 못된다. 그럼에도 K리그 클래식 승격에 당당히 성공했다.

이와 함께 부산은 기업구단 최초로 K리그 챌린지로 강등된 첫 사례가 됐다. 시도민구단이 기업구단을 이겨낼 수 없다는 것은 단순히 선입견에 불과하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수원FC의 K리그 클래식 승격과 성남FC의 상위 스플릿 점령, 광주FC의 K리그 클래식 잔류 모두 시도민구단도 투자와 구단 운영 의지에 따라 얼마든지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얼마나 팬들을 위한 재미있는 경기를 하느냐 그리고 팀 전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에 따라 구단의 운명도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 수원FC 선수단이 5일 부산구덕운동장에서 열린 부산과 2015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2-0으로 이기고 K리그 클래식 승격을 확정지은 뒤 자축 플래카드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한 도시 두 구단, K리그에 진짜 더비 매치가 생긴다

이제 수원에는 K리그 클래식에서 경쟁을 벌이는 두 팀이 됐다. K리그에 진정한 더비 매치가 생기는 셈이다.

더비 매치는 연고지가 같은 두 팀의 라이벌 경기를 뜻한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여태껏 K리그에는 진정한 더비 매치가 없었다. 연고지 정착 전 서울에 여러 팀이 있긴 했지만 더비매치라고 불리기엔 연고 의식이 너무나 약했고 수원 삼성과 FC 서울의 슈퍼 매치나 울산 현대와 포항의 경기, 성남FC와 수원의 경기 모두 라이벌 대결이긴 하지만 더비 매치는 아니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수원 삼성과 수원FC의 경기는 K리그의 첫 번째 더비 매치가 됐다. 수원 삼성과 수원FC의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수원은 말 그대로 축구 잔치가 벌어지게 됐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맨체스터 시티의 맨체스터 더비, 토트넘 핫스퍼와 아스날의 북런던 더비처럼 수원 더비 역시 K리그에서 수많은 스토리를 양산할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아직까지는 수원 삼성의 전력이나 경기력 등이 수원FC보다 한 수 위다. 구단에 대한 투자도 수원 삼성이 수원FC보다 우위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맨유의 기세에 눌렸던 맨시티가 지금은 오히려 맨유를 압도하듯이 수원FC 역시 수원 삼성을 앞지르지 말란 법은 없다. 또 더비 매치 특성상 약팀이라고 하더라도 라이벌 의식이 전력을 끌어올리는 요소로 작용해 어떤 결과를 양산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만큼 K리그는 더욱 재미를 더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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