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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라이온즈의 역사를 바꾼 '다저스의 전법'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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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라이온즈의 역사를 바꾼 '다저스의 전법'이란 무엇인가
  • 박용진 편집위원
  • 승인 2016.02.23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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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진 감독의 수상한 야구]

[스포츠Q(큐) 박용진 편집위원] 말로만 듣던 야구 이론서 ‘다저스의 전법’이 한국어판으로 지난 1월 말 출간됐다.

다저스의 전법(The Dodgers' Way Play Baseball)은 1950년대 만들어진 야구 이론서다. 저자는 LA 다저스에서 선수로, 그리고 구단 간부로 근무한 알 칸파니스다.

칸파니스는 마이너리그에서 수년을 보낸 뒤 1943년 다저스에 입단했다. 그 이후 몬트리올로 이적, 유격수로서 재키 로빈슨과 명콤비로 불렸다. 뉴욕대 시절부터 이미 주목받고 있었다고 한다. 칸파니스는 선수 생활을 끝낸 뒤 다저스에서 오랜 기간 여러 직책을 맡으며 풍부한 경험을 쌓았다.

▲ 스포츠Q 박용진 편집위원이 감수한 다저스의 전법이 발간됐다. [사진=KBO 제공, 스포츠Q DB]

다저스의 전법은 야구의 기본은 물론, 각 포지션 플레이까지 언급했다. 아울러 야구란 어떤 것인지를 가르치는 것뿐만 아니라 야구를 어떻게 하는지 해설하고 있다. ‘기본’을 가르쳐야 하는 리틀리그, 초등학교, 중·고등학교, 대학교, 사회인 야구코치들에게 최적화된 교과서라 할 수 있다.

다저스 구단주인 피터 오말리는 “칸파니스는 훈련 담당자로서 야구 기술의 교육법을 오랜 세월에 걸쳐 노트에 기록해 왔다. 이 기록들을 수집해 정리한 것이 ‘다저스의 전법’이란 책으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 책은 총 3부(수비, 공격, 팀 운영) 16장으로 나눠져 있다.

이 책은 1955년 4월부터 1957년 4월까지 2년 동안 ‘베이스볼 매거진’에 연재됐다. 아울러 이 책은 오랜 기간 플로리다 베로비치 다저 타운에서 진행된 다저스의 스프링 캠프에서 각 분야 코치들이 강의와 토론을 통해 취합, 정리한 것이다. 한국에도 1980년도에 ‘주간야구’에서 연재되다 중단된 적이 있었다.

아울러 이 책은 특히 신인들을 위한 강의를 간추린 것으로 파악된다. 칸파니스가 뉴욕대를 나온 것으로 미뤄보아 머리가 영리 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초창기 일본 프로야구(NPB) 지도자들은 모두 이 책을 탐독했으리라 생각된다. 다저스 산하 코치들은 한국에 왔을 때 “우리 다저스에서는”이라는 말을 꼭 한다. 이 말을 하고서 교육에 들어간다. 이것으로 미뤄볼 때 그들은 다저스의 전법에 나와 있는 통일된 이론을 바탕으로 교육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필자는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요청해 일본어판을 한국어로 번역, 감수를 맡았다. 책의 내용은 각 분야별 이론서이다. ‘다저스 전법’이란 말은 삼성 라이온즈가 플로리다 다저 타운에 스프링 캠프를 다녀온 이후 국내에 전파됐다.

삼성은 1985년 2월 28일 김포를 출발해 비행기를 세 번이나 갈아타고 미국 플로리다 베로비치 다저 타운에 도착했다. 이곳은 미국 메이저리그(MLB)의 명문 구단인 다저스가 스프링캠프장으로 사용하는 곳이다.

삼성이 베로비치로 캠프를 갈 수 있었던 건 1982년 10월 다저스 구단주인 피터 오말리가 이건희 삼성 회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기술 제휴를 하면서 시작됐다. 삼성은 캠프를 다녀온 이후에도 1990년도까지 지속적으로 다저스와 코치, 선수 교류를 이어나갔다.

삼성은 이런 기술 교류로 오랜 기다림 끝에 2002년 한국시리즈 첫 우승을 차지했고 2011년부터 2014년까지 4년 연속 통합우승을 달성했다. 명문 구단으로 꽃을 활짝 피운 삼성이다.

삼성 선수들은 2주간의 스프링 캠프에서 ‘다저스 전법’의 진수를 맛보게 된다. 다저스 산하 코치들로부터 이론을 바탕으로 각 분야의 테크닉을 세밀하게 배운다. 1985년 일명 ‘베로비치의 사건’이라고 말할 정도로 감독, 코치를 비롯한 선수들은 충격적이었다고 한다. 이리하여 다저스 전법은 그해 국내에 들어오게 된다.

▲ 다저스 전법을 도입한 삼성 라이온즈는 2002년 첫 한국시리즈 우승 포함, 2000년대에만 7차례 정상에 올랐다. 2014년 통합 4연패를 달성한 뒤 기뻐하고 있는 삼성 선수단과 임직원. [사진=스포츠Q DB]

이때 인스트럭터로 투수에 레드 애덤스, 타격에 레오 포사다, 수비에 치코 페르난데스, 주루에 모리윌스가 맡아 지도했다. ‘다저스의 전법’의 저자인 알 칸파니스가 야구 전반에 대해, 라소다 감독은 팀 운영에 대해 강의를 했다.

삼성 선수단은 수비에서 번트시프트(Bunt Shift), 픽오프플레이(Pick Off Play), 런다운 플레이(Rundown Play), 릴레이(Relay), 컷오프 플레이(Cut Off Play), 베이스러닝(Base Running), 와일드 피치(Wild Pitch), 팝플라이(Pop Fly) 등 모든 분야에서 그동안 접해보지 못한 이론과 기술을 배우면서 “이게 뭔가”하며 깜짝 놀랐다고 한다.

당시까지 한국야구는 디테일한 이론과 기술적인 면에서 정립된 야구가 아니라 일본을 통해 들어온, 귀동냥해서 얻은 지식에 의존했다. 주먹구구식으로 야구를 해온 것이다. 생각 없이 뛰기만 하고 양적으로만 많이 하면 좋은 줄 알았다. 지도자들이 치밀한 이론 없이 무작정 시켜왔다. 때문에 새로운 세계의 야구를 접한 삼성 선수들은 눈이 휘둥그레질 수밖에 없었다. 논리적인 이론을 가르친 인스트럭터들은 삼성 선수들로부터 크게 공감을 얻었다.

2주간의 캠프를 마치고 돌아온 삼성 선수들은 시범경기서부터 월등하게 경기를 풀어나갔으며 소위 주루플레이(1, 3루 때 롱 리드 더블스틸)에서 상대방을 데리고 놀 정도로 휘젓고 다녔다. 상대방 선수들이 어찌할 바 몰라 했다.

실제 있었던 일이다. 주자 1, 3루에서 삼성 1루 주자 장효조는 많은 리드를 하며 투수가 1루에 견제하도록 유도했다. 만약 투수가 1루에 견제구를 던지면 2루로 달리다 멈춰서며 이때 1루수가 2루에 던지면 3루 주자는 홈으로 쇄도해 득점과 연결시키는 주루플레이를 펼쳤다. 수비 팀은 대책 없이 실점했으며 닭 쫒던 개처럼 멍하니 설 수밖에 없었다.

그 당시 필자는 MBC 라디오 해설을 하면서 이 플레이에 감탄했다. 삼성은 베로비치 캠프를 통해 터득한 기술을 바탕으로 자신감이 상승됐고 이를 경기력에 철저히 적응시켜 1985년 통합우승을 차지했다. 이때 터득한 수비 분야는 현재 까지 삼성 수비의 시프트(Shift)로 굳게 자리 잡으며 맥을 이어오고 있다. 새로 부임한 감독, 수비 코치도 손을 댈 수 없을 정도로 견고하게 뿌리내리고 있다.

지금은 다저스 스프링캠프장이 애리조나 글렌데일 캐멀백랜치 스타디움로 옮겨가 다저 타운이 없어졌지만 과거 다저 타운에는 4개의 경기장과 8개의 배팅 훈련장, 웨이트트레이닝장이 있었다. 그리고 부대시설로 일류 호텔급의 숙박시설이 갖춰져 있었다. 야구 연습 후 무료함을 달래기 위한 시설로 당구장, 클럽하우스, 수영장, 테니스장, 농구코트, 골프장도 있다. 야구와 여가시간을 즐길 수 있는 최적의 시설이다.

이 책의 특징을 꼽자면 저자인 알 칸바니스가 본인만의 의견을 수록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여러 사람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듣고 그것을 간추렸고 어느 방면에서 누구의 이야기를 들었다는 것을 서문에 확실하게 이름을 올려 표현한 것은 양심적이라 하겠다. 예를 들어 타격에 대해서는 조지 시스러나 폴 웨너 같은 천재타자의 의견도 수렴했고 기타의 협력자들 수십 명도 MLB의 경험자들이며 이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했다. 이런 면을 봐서도 이 책은 합리적으로 만들어진 수준 있는 책으로 평가된다.

다저스의 전법은 크게 3부 16장으로 나눠져 있다. 수비, 공격, 팀 운영으로 구성돼 있다.

이 책을 감수하면서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지금보다 일찍 번역돼 지도자들 손에 주어졌다면 선수들을 지도하는 데 큰 도움이 됐을 것이다. 필자도 이번 감수를 통해 다저스 전법의 모든 분야를 30년 만에 제대로 알게 됐다. 그렇지만 늦게나마 출간된 것으로 위안을 삼아야겠다. 일부 야구인들이 오래된 책으로 큰 가치가 없다고 이야기했지만 필자의 말에 귀를 기울여준 양해영 KBO 사무총장의 결단이 아니었으면 햇빛을 보기 어려웠을 것이다.

MLB 각 구단 선수들은 서로 얼굴을 보고 경기를 치르기 때문에 구단에 따라서 방법에 그렇게 많은 차이점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연습 방법이나 전법에서는 각각 약간의 차이와 특징은 있다. 그것들은 감독의 취향에 따른 것이기도 하고, 또 오래된 전통이기도 하다. 그래서 전통이 있는 어느 구단에는 그 구단만의 비법책이란 것이 반드시 있다. 이 비법책은 방출금지가 돼 있지만 선수들이 트레이드를 하는 사이에 상대편에게 노출되기 때문에 특별한 비결이라는 것이 있는 것도 아닐 터다.

하지만 새로운 유망한 선수가 들어온 경우, 그 선수를 키우는 데 있어 그 자리에서 생각이 났던 것을 즉흥적으로 가르친다고 하면 정리해서 지도하기가 어려워진다. 그래서 교과서가 필요하다. 이런 점 때문에 매뉴얼이 만들어져야 한다. KBO리그 각 구단들이 아직도 매뉴얼이 없다는 건 앞으로의 과제다.

2016년은 한국 프로야구 탄생의 35년째 되는 해로, 그간 질적으로 많은 발전을 이뤄온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김인식 감독이 이끈 대표팀은 지난해 ‘프리미어 12’ 대회에서 우승했고 미네소타 트윈스에 진출한 박병호,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김현수, 시애틀 매리너스로 간 이대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오승환, LA 다저스의 류현진, 피츠버그 파이리츠의 강정호 등 한국 선수들의 기량이 MLB에서 인정받는 국제적인 수준으로 올라섰다. 이들을 성장시킨 국내 지도자들의 실력도 인정해야 한다. 지도자들의 수준은 곧 선수들의 수준이다.

아울러 이번 감수를 통해 왜 다저스가 명문 구단이 됐는지 알게 됐다. 구단이 체계적인 훈련 프로그램을 만드는 작업을 일찍 시작했다는 것이다. 야구 교과서의 원조 격인 다저스 전법을 체계적으로 만든 플레이어 출신이며 뉴욕대학을 나온 알 칸파니스의 공이 컸다고 본다. 그리고 오늘날의 명문구단 다저스가 있기 까지는 구단주인 오말리의 야구에 대한 열정이 절대적이었다고 본다.

이번에 출간한 ‘다저스의 전법’이 사회인과 학생 선수들, 프로 지도자들에게 유익한 야구 교과서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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