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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분석] 오승환, 8경기만의 '첫 실점'에도 주목할 '탄탄입지' 두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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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분석] 오승환, 8경기만의 '첫 실점'에도 주목할 '탄탄입지' 두 장면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6.04.21 12: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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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급 타자 리조 등장에도 1이닝 책임 부여, NL 신인왕 브라이언트 압도 '슬라이더 경쟁력' 입증

[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파이널 보스’의 질주가 멈췄다. 오승환(34·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메이저리그(MLB) 무실점 행진이 8경기 만에 끝났다.

오승환은 21일(한국시간)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부시스타디움에서 열린 시카고 컵스와 2016 MLB 홈경기 8회초 팀의 2번째 투수로 구원 등판, 1이닝 2피안타 1볼넷 2실점으로 멋쩍은 홀드를 수확했다. 0이던 평균자책점은 2.08로 치솟았다.

비로 인해 3시간 21분이나 지연된 끝에 경기가 재개된 것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너무 길게 쉰 탓일까. 앞선 7경기서 날카로웠던 제구가 흔들리며 볼넷을 내줘 위기를 맞았다. 시속 93마일(150㎞)짜리가 보이긴 했지만 패스트볼은 대체로 91마일 전후에 불과했다.

그래도 성과가 있었다. 아픈 2실점을 상쇄하는 2가지 장면이 있었다.

◆ '1이닝 쯤이야', 리조 나와도 오승환

내야안타, 볼넷을 내주며 맞은 무사 1,2루 위기. 오승환이 벤 조브리스트를 우익수 플라이로 처리하자 마이크 매시니 감독이 통역을 대동하고 마운드에 올랐다. 타구가 심상치 않았다. 워닝트랙 근처까지 뻗는 정타였다. MLB 전문가 MBC스포츠플러스 김형준 해설위원은 조심스럽게 케빈 시그리스트 등판 가능성을 점쳤다.

다음 타자는 4번타자 앤서니 리조. 27세로 2년 연속 30홈런을 기록한 파워히터다. 컵스의 세대교체를 주도한 왼손 거포의 등장에 앞서 매시니는 내야수들을 모두 불러 모아 오승환을 다독였다. 교체는 없었다. ‘스스로 해결해 보라’는 신호였다. 최고의 포수 야디어 몰리나는 오승환의 배를 살짝 치며 힘을 불어넣었다.

시그리스트는 지난해 81경기 7승 1패 6세이브 28홀드, 평균자책점 2.17을 기록한 특급 좌완 계투다. 올해도 7경기 2승, 평균자책점 0으로 맹활약하고 있다. 그러나 매시니 감독은 전날 1이닝을 던진 그의 연투를 허락하지 않았다. 오승환으로 3점 리드를 충분히 버틸 수 있다는 믿음이 깔린 결정이었다.

결과적으로 적시타를 허용했지만 세인트루이스가 얼마나 오승환을 믿는 지를 알 수 있는 장면이었다. 매시니 감독이 이날 기용한 투수는 카를로스 마르티네스, 오승환, 트레버 로젠탈 등 단 3명이었다. 오승환은 리드 상황에서 한 이닝을 책임지는 세인트루이스의 확실한 필승조라는 점이 이 경기로 인해 더욱 분명해졌다.

◆ NL 신인왕 브라이언트? 오승환 슬라이더에 속수무책

오승환은 크리스 브라이언트를 상대할 때 ‘끝판왕’의 면모를 한껏 뽐냈다. 브라이언트는 지난해 타율 0.275, 26홈런 99타점을 기록, 강정호(피츠버그 파이리츠)를 제치고 신인왕을 차지해 한국 야구팬들에게 이름을 알린 오른손 강타자다.

초구가 볼이었지만 오승환은 2,3구를 낮게 던져 연속 헛스윙을 유도했다. 슬라이더와 148㎞짜리 빠른공이 무릎 부근에서 형성되자 브라이언트는 속절없이 당했다. 4구째 슬라이더도 커트하기에 급급했다. 결국 5구째 슬라이더도 엉거주춤한 자세로 갖다 대기 바빴다. 2루 땅볼.

이틀 전 통계분석사이트 팬그래프닷컴으로부터 ‘언히터블 구질’이라 극찬을 받은 슬라이더의 위력이 또 한 번 증명됐다. 아무리 리그에서 이름난 타자라도 오승환의 커터성 슬라이더를 공략하기 힘들다. 포수가 최고의 리드, 미트질을 보유한 몰리나라 위력이 배가된다.

세인트루이스 지역 매체인 KSDK는 이날 경기에 앞서 “오승환은 다양한 무기를 보유했다. 6회 또는 7회를 지우는 셋업맨은 물론 잠재적으로 마무리도 가능하다”며 “카디널스가 다용도 역할을 하는 그에게 의존할 날이 많아질 것”이라고 극찬했다.

코칭스태프도, 미디어도 오승환을 향해 절대 지지를 보낸다. 실점에도 ‘한일 끝판왕’의 입지는 미국에서도 굳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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