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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분석] 소속팀 출전 제한에 유럽파 경기력 바닥, 현실된 슈틸리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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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분석] 소속팀 출전 제한에 유럽파 경기력 바닥, 현실된 슈틸리케 우려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6.06.02 05: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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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발 나선 윤석영-장현수 좌우 풀백 불안…수비 전체 연쇄 도미노 무너져

[스포츠Q(큐) 박상현 기자] 우려했던 것이 결국 현실이 됐다. 각 소속팀에서 제대로 뛰지 못했던 선수들의 경기력이 한꺼번에 바닥을 치면서 스페인과 평가전에서 6골을 내주고 무너졌다. 여기에 시차 적응과 장시간 비행으로 인한 피로 등이 겹쳐지면서 최근 20년 동안 가장 뼈아픈 대패를 기록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1일(한국시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레드불 아레나에서 벌어진 스페인과 평가전에서 놀리토(셀타비고)와 알바로 모라타(유벤투스)에게 멀티골을 내준 끝에 1-6으로 대패했다.

한국 축구가 A매치에서 6실점한 것은 1996년 12월 16일 이란과 아시안컵 8강전에서 2-6으로 대패한 이후 19년 6개월(234개월) 만의 일이다. 또 A매치에서 5골파 대패를 당한 것도 2001년 8월 15일 체코전에서 0-5로 크게 진 이후 14년 10개월 만이다.

◆ 좌우 풀백 적임자 찾기, 슈틸리케 감독의 최대 고민

무엇보다도 슈틸리케 감독 부임 이후 근래 보기 드문 대패를 당한 것이 너무나 뼈아프다. 쿠웨이트전 3-0 몰수승을 포함해 슈틸리케호의 16경기 연속 무패와 10경기 무실점이 끝났다. 또 지난 26경기에서 8골을 내줬던 대표팀이 딱 1경기에서 6실점했다는 것도 얼마나 수비진이 붕괴됐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무엇보다도 가장 고민되는 것은 역시 좌우 풀백이다. 차두리의 은퇴 이후 오른쪽 풀백에서 적임자를 찾지 못하고 있는 대표팀은 박주호(보루시아 도르트문트)와 김진수(호펜하임)의 부진으로 왼쪽 풀백까지 고민을 안고 있다.

사실 왼쪽 풀백은 슈틸리케 감독이 고민하던 자리는 아니었다. 오히려 박주호와 김진수 등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뛰고 있는 두 선수가 있어 행복한 고민을 할 정도였다. 그러나 두 선수가 소속팀 주전 경쟁에서 밀려나고 출전시간이 제한되면서 얘기가 달라졌다. 결국 슈틸리케 감독은 이번 대표팀에서 두 선수를 제외했다.

그러나 다른 대안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홍철(수원 삼성)은 부상 때문에 사실상 이번 시즌을 마감했다. 대표팀에 승선한 윤석영(찰튼 애슬레틱)도 소속팀에서 자주 뛰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설상가상으로 윤석영은 원 소속팀인 퀸즈 파크 레인저스에서도 방출돼 잉글랜드 생활을 접어야만 하게 됐다.

혹시나하고 썼던 윤석영은 역시나 실망만 안겨줬다. 안정적인 수비 능력도 떨어졌고 오버래핑이나 왼쪽 측면 공격수 손흥민(토트넘 핫스퍼)과 호흡도 좋지 않았다. 슈틸리케 감독의 윤석영 테스트는 실패가 된 셈이다.

오른쪽 풀백 장현수(광저우 푸리)는 더욱 심했다. 다비드 실바(맨체스터 시티)의 그림과 같은 프리킥 선제골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도 전반 32분 세스크 파브레가스(첼시)의 두번째 골 장면 때 장현수의 어이없는 헤딩 백패스가 문제가 됐다. 골키퍼 김진현(세레소 오사카)의 볼 처리 미숙도 원인이 됐지만 안일하게 공을 처리하면서 위기를 자초하고 말았다.

◆ 유럽파 총체적인 난국, 경기력 저하를 절감하다

좌우 풀백의 부진 속에 포백 라인이 도미노처럼 연쇄 붕괴된 것이 대량 실점의 가장 큰 원인이다. 그러나 믿었던 유럽리그 선수들이 스페인을 맞아 힘 한번 써보지 못한 것도 마음에 걸린다.

우선 손흥민의 부진이 눈에 들어온다. 손흥민은 이날 단 1개의 슛에 그치는 등 사실상 스페인의 강력한 허리 라인과 포백 수비에 꽁꽁 묶였다. 손흥민은 이재성(전북 현대)과 교체돼 나오는 과정에서 분을 참지 못하는 모습까지 연출했다.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은 교체없이 90분 풀타임을 소화하긴 했지만 역시 위력적인 공격력과는 거리가 멀었다.

기성용(스완지 시티) 역시 존재감이 부족했다. 공수의 연결고리 역할을 수행했지만 워낙 스페인이 강력하게 밀고 들어오면서 앞으로 치고 나가지 못하고 오히려 뒤로 밀리기만 했다.

손흥민과 지동원, 기성용의 공통점은 역시 소속팀에서 확고하게 주전 자리를 따내지 못해 출전이 제한됐다는 점이다. 지난 시즌 경기 출전시간이 줄어들면서 그만큼 경기력도 떨어지게 됐다. 경기에 뛰지 못하면 경기력을 확보할 수 없다는 슈틸리케 감독의 우려가 현실이 된 셈이다.

그나마 석현준(포르투)은 유럽파 선수들 가운데 가장 뛰어난 활약을 보여줬다. 스페인 골키퍼 이케르 카시야스(포르투)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위력적인 두 차례 슛을 때리기도 했다. 이재성의 패스에 이은 주세종(FC 서울)의 영패를 모면하는 득점 장면에서도 활발하게 움직이며 공간을 열어주기도 했다.

이와 함께 골키퍼 김진현을 왜 후반에 교체하지 않았는지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전반 32분과 38분에 연속골을 허용하는 과정에서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했는데 후반에 정성룡(가와사키 프론탈레)이라는 또 다른 자원이 있었음에도 김진현으로 밀고 나갔다. 그만큼 김진현을 믿는다는 의미겠지만 '멘탈 붕괴'가 온 선수에게 후반 45분을 더 책임지라고 한 것은 결과적으로 가혹한 결정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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