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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분석] 유럽서 확인한 슈틸리케호 '점유율축구'의 민낯과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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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분석] 유럽서 확인한 슈틸리케호 '점유율축구'의 민낯과 희망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6.06.06 18: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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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유율 끝판왕' 스페인 상대로 점유율 축구 구사하다가 참패…그래도 윤빛가람-석현준 기량 재확인

[스포츠Q(큐) 박상현 기자] 한국 축구대표팀의 또 다른 '흑역사'가 만들어졌지만 그렇다고 실망할 것은 없다. 어디까지나 현재 대표팀의 경기력이 어느 정도인가를 보기 위한 유럽 원정 평가전이었다. 실력을 제대로 알았으니 그것만으로도 성공적이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지난 1일(한국시간)과 5일, 두 차례에 걸쳐 치른 유럽 원정 평가전에서 스페인에 6-1 참패를 당하기도 했지만 동유럽의 강호 체코를 상대로 2-1로 이기며 1승 1패로 마무리했다.

무엇보다도 스페인과 체코는 모두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유럽축구선수권 본선에 출전하는 팀이다.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까지 3개월여가 남은 한국 축구와 달리 스페인과 체코는 '완성된 팀'이다. 이 팀을 상대로 한국 축구의 '민낯'을 확인한 것만으로도 큰 소득이다.

◆ 아직은 어설픈 점유율 축구, 아시아 '우물안 개구리' 확인하다

슈틸리케 감독이 부임한 이후 한국 축구는 2014년 10월 14일 코스타리카를 상대로 3-1로 진 것을 빼놓고는 스페인전 참패 이전까지 한 경기에서 3골 이상을 내준 적이 없었다. 유일하게 2실점한 호주와 아시안컵 경기도 120분 연장의 결과였기 때문에 정규시간 90분을 기준으로 하면 사실상 1실점 이하로 막았다는 뜻이다.

또 한국은 지난해 8월 9일 북한전 이후 쿠웨이트전 3-0 몰수승을 포함해 10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을 펼칠 정도로 완벽한 수비를 보여줬다. 이 모든 것은 바로 높은 점유율을 무기로 하는 한국 축구의 '신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난 10경기를 치르면서 상대했던 팀들이 라오스, 레바논, 쿠웨이트(이상 2회), 자메이카, 미얀마, 태국, 북한(이상 1회)였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제대로 실력을 평가받기는 무리였다. 어디까지나 약체를 상대로 한 무실점이었을 뿐이다.

그런 점에서 스페인전은 제대로 된 '반면교사'가 됐다. 점유율 축구의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는 스페인을 상대로 점유율을 내주자 한국 축구의 실체가 그대로 드러났다. 그만큼 미드필더의 역량이 현재 대표팀에서 중요하다는 의미도 된다.

그런만큼 윤빛가람(옌벤 푸더)의 발견은 매우 값지다. 윤빛가람은 그동안 체력과 몸싸움을 중요하게 여기는 대표팀의 특성상 2012년 9월 11일 우즈베키스탄과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 이후로 대표팀에 발탁되지 못했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의 부름을 받은 뒤 제대로 활약을 펼치면서 점유율 축구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자원으로 급부상했다.

하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숙제가 있다. 바로 좌우 측면 풀백이다. 박주호(보루시아 도르트문트)와 김진수(호펜하임)의 경기력 저하로 윤석영(찰튼 애슬레틱)을 발탁해봤지만 실패로 끝났다. 이번 대표팀에서 사실상 전문 왼쪽 풀백이 윤석영밖에 없던 상황에서 체코전을 장현수(광저우 푸리)에게 맡겼다는 것은 윤석영을 더이상 쓰지 않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그렇다고 장현수도 좌우 풀백에서 맹활약한 것도 아니다. 장현수의 원래 위치가 풀백이 아닌만큼 좌우 풀백 구인난은 계속될 전망이다.

◆ 공백을 훌륭히 메워준 대체자원…석현준은 여전히 원톱 스트라이커 1순위

아쉬운 부분도 있었지만 이번 대표팀의 유럽 원정은 충분히 소득이 있다. 무엇보다도 일부 포지션의 공백을 훌륭히 메워준 대체자원을 여럿 발견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수비형 미드필더인 주세종(FC서울)은 소속팀에서 잦은 출전 기회로 경기력을 끌어올렸고 결국 대표팀에 들어와 스페인전 골까지 넣으며 새로운 수비형 미드필더로 자리할 수 있게 됐다. 기성용(스완지 시티)이 무릎 건염 통증으로 체코전 선발에서 제외됐지만 주세종은 정우영(충칭 리판)과 함께 중앙 허리라인을 훌륭하게 지켰다.

또 이재성(전북 현대) 역시 교체로만 출전했지만 날카로운 움직임을 보여주며 여전히 뛰어난 경기력을 펼쳤다. 주세종이 스페인전에서 만회골을 넣을 수 있었던 것도 이재성의 활발한 움직임과 돌파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재성은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뿐 아니라 이청용(크리스탈 팰리스),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이 부진한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도 활용될 자원이다.

윤빛가람도 빼놓을 수 없다. 윤빛가람은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이 없는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에서 대표팀 공격력에 활력을 불어넣으며 단숨에 남태희(레퀴야)와 경쟁에서 승리했다. 슈틸리케 감독의 점유율 축구에 소중하게 쓰여질 새로운 자원이 됐다.

이정협(울산 현대)이 낙마하고 여전히 황의조(성남FC)가 한계를 절감한 가운데 석현준(FC 포르투)은 여전히 대표팀의 원톱 스트라이커 1순위라는 것을 입증했다. 석현준은 스페인전에서도 황의조 대신 교체로 들어가 날카로운 움직임을 보여줬고 체코전에서는 세계 최고의 골키퍼 가운데 한 명인 페트르 체흐(아스날)를 움찔하게 만드는 '사이다'같은 통렬한 대포로 결승골을 넣었다.

석현준이 포르투에서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하면서 6개월 만에 이적설이 돌고 있지만 대표팀에서 자신의 존재 가치를 입증해냄으로써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 이와 함께 석현준은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의 와일드카드 후보로도 강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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