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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스톨 킹' 진종오, 가장 오래 묵은 세계기록 34년만에 깨고 금 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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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스톨 킹' 진종오, 가장 오래 묵은 세계기록 34년만에 깨고 금 총성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4.09.09 23: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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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m 공기권총에 이어 50m 권총 세계기록 동시 보유...생애 첫 세계선수권 개인전 우승

[스포츠Q 이세영 기자] ‘피스톨 킹’ 진종오(35·KT)가 34년 묵은 세계기록을 갈아 치우며 생애 첫 세계선수권 개인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진종오는 9일(한국시간) 스페인 그라나다 라스 가비아스에 위치한 후안 카를로스 1세 올림픽 사격장에서 열린 제51회 세계사격선수권대회 남자 50m 권총 본선에서 60발 합계 583점을 획득, 세계기록을 갈아치우며 1위로 결선행 티켓을 따냈다.

종전 세계기록은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에서 알렉산드르 멜레니에프(소련)가 세운 581점이었다. 이 기록은 국제사격연맹(ISSF)의 각 부문별 세계기록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으로, 지난 34년 동안 깨지지 않아 마의 벽으로 꼽혀왔다.

▲ 진종오가 34년 동안 깨지지 않았던 남자 50m 권총 세계기록을 갈아치우며 생애 첫 세계선수권 개인전 금메달을 획득했다. [사진=스포츠Q DB]

진종오 개인의 종전 최고기록은 2012년 5월 경호실장기대회에서 기록한 579점이었다.

50m 권총에서 세계신기록을 수립한 진종오는 남자 10m 공기권총과 50m 권총 세계기록을 동시에 보유하게 됐다. 그는 지난 2009년 4월 창원에서 열린 월드컵 대회 남자 10m 공기권총에서 594점(60발 합계)을 쏘며 세계기록을 경신했었다.

2012 런던 올림픽 10m, 50m 권총 2관왕 달성에 이어 두 개 종목 세계기록에도 모두 자신의 이름을 올린 진종오는 명실상부 ‘권총 황제’의 위상을 드높였다.

본선 1시리즈(10발)와 2시리즈 97점, 3시리즈 96점, 4시리즈 97점을 기록한 진종오는 5시리즈에서 단 한 발만 9점을 쏘며 99점을 찍었다.

대한사격연맹에 따르면 이때부터 기록 경신을 예감한 세계 사격 관계자들은 진종오의 사대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마지막 6시리즈 최후의 한발이 남은 상황에서 그의 점수는 574점. 8점 이상이면 세계기록 경신이었다.

진종오의 총구를 떠난 탄환은 34년의 세월을 넘어 마침내 표적지 9점에 꽂혔다. 6시리즈(60발) 합계 583점. 사격 관계자들은 다른 선수들의 경기가 끝나기 전임에도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이에 진종오는 환한 얼굴로 두 손을 들며 화답했다. 중국의 사격 영웅 왕이푸 등은 진종오와 기념촬영을 청하기도 했다.

▲ 진종오(오른쪽)가 9일 스페인 후안 카를로스 1세 올림픽 사격장에서 열린 제51회 세계사격선수권대회 남자 50m 권총 본선에서 세계기록을 세운 뒤 중국 사격 영웅인 왕이푸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대한사격연맹 제공]

진종오는 이어 열린 결선에서도 안정된 실력으로 192.3점(20발 합계)을 기록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그는 2010년 독일 뮌헨에서 열린 세계사격선수권 50m 권총 단체전에서 우승을 했지만 세계선수권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딴 것은 이번이 생애 처음이다.

경기를 마친 후 진종오는 “50m에서는 (세계신기록이) 불가능하다고 여겼다. 종전 내 최고기록이 579점이었는데 넘기 힘든 기록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58번째 발이 10점에 들어가면서 세계기록을 예감했다. 남은 2발은 모두 9점을 쏴도 세계기록을 깰 수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 발을 쏘고 세계신기록을 작성한 순간에 대해서는 “그냥 ‘이제 끝났다’는 생각뿐이었다. 관중들의 박수소리를 들으며 ‘영광스럽다’고 느꼈다”면서도 “후배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있었다. 만약 어제 이 기록을 쐈으면 단체전(은메달)에서도 금메달을 땄을 것이다”고 아쉬워했다.

고비가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오늘 바람이 많이 불었지만 어제 단체전에서 바람을 경험했던 것이 도움이 됐다”며 “50번째 발을 쏜 다음부터 세계기록이 의식됐다. 신중해 질 수밖에 없었다. 평소보다 본선 시간이 20분 이상 더 걸린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진종오가 세계기록을 갈아치우자 많은 사격 관계자들이 그를 찾아 기념촬영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진종오는 “이 순간에 누릴 수 있는 영광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세계기록을 다시 깰 수 있을 것 같으냐는 질문에는 “나 스스로는 못 깰 것 같다”며 웃었다.

syl015@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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