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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영의 그곳에 가고싶다] 화순 세량지, 영화 '임을 위한 행진곡' 촬영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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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영의 그곳에 가고싶다] 화순 세량지, 영화 '임을 위한 행진곡' 촬영 돌입
  • 이두영 편집위원
  • 승인 2016.07.03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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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 가볼만한 여행지' 각광...화순적벽, 운주사 '여름에 가볼만한 여행지'

[스포츠Q 글 사진 이두영 편집위원] “백두산 천지를 보려면 3대가 덕을 쌓아야 한다는데, 세량지 물안개도 그래야 하나?” “아~씨! 왜 이리 추워. 사진 좀 찍으려다 방죽 둑에서 동태가 되겠구먼.” 새벽 두 시쯤부터 시작된 제방 위의 수다는 여명이 밝아질 때까지 계속됩니다. 산벚꽃과 새벽 물안개 촬영지로 유명해진 전남 화순군 화순읍 세량지 얘기입니다.

광주 무등산 정기를 이어받은 작은 골짜기에 조성된 세량지는 평소 주민 외에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지만 산벚꽃이 피는 4월 중순이 되면 풍경사진 촬영지로 급부상합니다. 봄에 유효기간이 길어봐야 1주일, 짧으면 3일 정도에 불과한 이 특급 촬영지는 2012년 미국 뉴스전문 채널 CNN이 ‘한국에서 가봐야 할 가장 아름다운 50곳’ 중의 하나로 선정한 이후 더 유명세를 타고 있습니다.

▲ 4월 중순 세량지(세량제)에 산벚꽃 등이 투영돼 데칼코마니를 떠올립니다.

이 몽환경을 찍기 위한 자리경쟁은 일반인의 상상을 초월합니다. 벚꽃 절정기에 일출 1시간 전쯤에 갔다가는 ‘명당’은 꿈도 꾸지 말아야 합니다. 한밤중에 삼각대를 펼치거나 아예 전날부터 제방 위에 텐트를 치고 숙박하는 사람들 때문입니다.

꽃샘추위가 지난 시기이지만 심야에 계곡을 훑고 불어오는 바람은 상당히 매섭습니다. 그렇기에 어둠을 뚫고 제방에 운집한 사진가들은 무료함과 추위를 떨치기 위해 동이 터오를 때까지 수다를 떨곤 합니다. 이윽고 여명이 밝아지고 햇살을 받아 물안개가 피어오를 즈음, 탄성과 함께 카메라 셔터 음이 제방을 가득 채웁니다.

저수지 위에서는 한동안 진기한 퍼포먼스가 벌어집니다. 김승옥의 단편소설 ‘무진기행’을 연상시키는 광경이 벌어집니다. 악귀가 뱉어놓은 듯 오싹하고 신비로운 물안개가 건너편 숲 삼나무를 중심으로 춤을 추며 승천합니다.

 

▲ 칠흑같은 어둠이 서서히 걷히고 여명이 밝아옵니다. 안개는 군무를 이미 시작했습니다.
▲ 세량지 위로 해가 떠오르기 직전 삼나무 앞 일대는 물안개로 자욱합니다.

▲ 해가 드디어 떠오르고 태양이 수면에서 물방울들을 걷어갑니다. 제방에 운집한 사진 애호가 수백 명은 탄성을 지르며 정신없이 셔터를 눌러댑니다. 그 소리가 주위에서 들려오는 새소리와 어울려 묘한 감흥을 줍니다.

▲ 세량지
▲ 세량지

▲ 세량지 둑은 전쟁터와 같습니다. 많을 때는 500명이 넘는 인원이 몰려 자리다툼을 벌이고 욕설과 몸싸움을 벌이는 경우가 잦습니다. 특히 동호회를 이끄는 일부 어설픈 전문가들의 잘난 체 하기는 도를 넘어 물가에 자리 잡고 촬영에 열중하는 '프로'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기도 합니다.

▲격전이 끝나고 물안개도 사라진 시각, 몇몇 사람이 한가하게 호수의 봄빛을 감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장마가 오는 판국에 뜬금없이 웬 봄꽃 촬영지를 들먹이느냐고요? 그건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상징하는 가요 ‘님을 위한 행진곡’이 세량지를 비롯한 화순 일대에서 영화로 제작되기 때문입니다.

최근 화순 출신인 박기복 감독은 설지윤, 이하나 등 배우들과 함께 세량지에서 포스터용 사진을 찍고 본격 촬영에 돌입했습니다. 내년 5월 개봉이 목표라는군요. 120분 동안 상영될 ‘님을 위한 행진곡’은 전체 분량의 70%가 화순을 무대로 제작된답니다. 화순의 대표적 자연명소가 세량지이기에 스크린에 투영될 세량지의 영상미는 큰 관심을 모을 전망입니다.

이제 세량지는 사계절 경승지로 이름을 떨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밤낮 기온차가 큰 봄철과 가을 단풍철에는 안개가 풍부해 더욱 매혹적인 풍광을 빚습니다. 사진가들은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배경이 된 경북 청송 주산지보다 세량지 반영(그림자)이 더 아름답다고 입을 모읍니다. 그런데 이런 빼어난 풍경을 영영 잃을 뻔한 적이 있습니다. 2004년 말 공원묘지 대상지로 선정됐기 때문이지요. 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잃을 수 없다 결사반대를 외치고, 군의 결정에 자신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음을 성토했고 결국 주민의 뜻이 관철됐습니다.

 

<세량지 가는 길>

대중교통은 매우 불편합니다. 세량리 입구에서 세량지까지는 800m 정도 떨어져 있습니다. 1969년 농업용수를 대기 위한 목적으로 준공했습니다. 제방의 길이는 50m, 높이는 10m 정도입니다. 조선 초기인 1395년 남양 홍씨가 처음 들어와 ‘샘이 있는 마을’이라는 의미에서 ‘새암골’로 부르던 마을은 1914년 일제에 의한 행정구역 개편 때 한자로 표기되며 ‘세량리’가 되었답니다.

세량지 가는 방법: 호남고속도로 광주 산월IC에서 순환고속도로 접어들어 효덕교차로에서 빠집니다. 광주대 방면 817번 지방도로를 따라가다가 칠구재 터널을 통과해 1.3㎞를 내려가면 세량리로 빠지는 길이 보입니다. 칠구재터널 이후 뻗은 내리막길의 왼쪽에 세량제가 있습니다.

 

<그밖의 화순 여행 명소>

1. 기암절벽과 숲그림자가 어우러진 '화순적벽'

▲ 화순적벽(최근에 찍은 사진이 없어서 지인이 찍은 기념사진을 빌려왔습니다)

화순은 무등산에 접한 청정고을입니다. 굴뚝 시설이 거의 없고 산자수려합니다. 그중 숲과 호수가 어우러진 동복호의 ‘화순적벽’이 가장 수려합니다. 광주광역시 시민들을 위한 상수원 보호구역인 동복호는 2014년 10월부터 일부 개방됐습니다. 물염적벽, 창랑적벽, 보산적벽, 장항적벽 등 4개의 화순적벽 중 ‘노루목적벽’이라고도 불리는 장항적벽이 가장 아름답습니다.

이곳은 제봉 고경명, 석천 임억령, 하서 김인후 등 명사들이 즐겨 찾았고, 다산 정약용도 16세때 부친과 함께 들러 감흥을 시로 읊었답니다. 떠돌이 천재시인 김삿갓(본명 김병연)이 화순적벽을 자주 들렀으며 인근마을에서 한 많은 생을 마감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얘기지요. 화순적벽투어 프로그램을 이용하려면 군청 홈피에서 예약해야 합니다.

 

2.  천불천탑 전설이 깃든 '운주사'

▲ 운주사 와불
▲ 운주사 못난이 불상군
▲ 운주사 공사바위에서 내려다본 전경

유난히 토속적 냄새가 짙은 절이 운주사입니다. 자그마한 골짝과 산속 곳곳에 다양한 돌탑과 불상이 산재한 절이지요. 소설가 미술가 등 수많은 작가가 들러 영감을 얻을 정도로 별스럽습니다. 흔히 ‘천불천탑’이라는 수식어가 붙지만 실제로는 석탑 21기와 석불(돌부처) 91개가 있답니다. 대표적 불상은 10m가 넘는 크기로 양각된 ‘와불’입니다.

전설에 따르면, 이 와불이 일어나는 날 서민들이 복을 받고 사는 세상이 열린답니다. 황석영이 쓴 소설 ‘장길산’에도 이와 관련한 얘기가 들어 있습니다. 고대광실을 닮은 거대한 사찰만 구경하던 사람들은 시시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대다수 방문객들은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못난이불상들을 보고 편안한 미소를 짓곤 합니다. 부담 없이 들를 수 있는 절이 운주사입니다. 도선국사가 절 공사를 지휘했다는 공사바위에 오르면 골짜기가 한눈에 보입니다.

 

3. 화순에는 몸에 좋은 건강음식과 온천시설이 즐비

▲ 다슬기 수제비

화순은 웰빙음식점이 지천에 널렸습니다. 이른바 힐링푸드를 먹을 수 있는 식당이 많죠. 오리, 콩 및 흑두부, 흑염소, 돼지갈비, 다슬기 등 먹을거리가 다양합니다. 세량지에서 화순읍 방면으로 조금만 내려가면 ‘달맞이흑두부’가 있습니다. 다슬기 전문집은 화순읍내에 ‘사평다슬기수제비’ 등 서너 곳 있습니다.

화순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온천욕입니다. 도곡면은 전통 있는 명소이지요. 도곡스파랜드를 비롯한 온천업소가 도곡에 밀집해 있습니다. 화순 읍내 여관들도 간판에 ‘온천’을 내걸고 있습니다. 동복호 인근 화순군 북면 옥리에는 금호화순리조트가 있어서 쾌적하게 온천욕을 즐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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