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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락(樂) 개론] '공격 무기' 서브의 비밀과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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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락(樂) 개론] '공격 무기' 서브의 비밀과 진화
  • 최문열
  • 승인 2016.07.20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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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최문열 대표 이세영 기자] # 광경 하나-.

지난 3월18일 펼쳐진 NH농협 2015-16시즌 V리그 OK저축은행과 현대캐피탈의 남자부 챔피언결정 1차전. OK저축은행의 김세진 감독(42)은 현대캐피탈의 레프트 주포 까메호 오레올(30 쿠바)에게 서브를 집중하라고 작전지시를 내렸다. 서브리시브나 리시브가 불안해도 한 템포 빠른 전원수비 전원공격의 스피드배구를 장착해 정규리그 첫 18연승의 대기록 중인 현대캐피탈은 오레올이 난조를 겪으면서 어렵게 경기를 치러야 했다.

결국 엎치락뒤치락하는 풀세트 접전 끝에 OK저축은행의 세트스코어 3-2승. 현대캐피탈의 18연승 행진을 끝낸 것은 OK저축은행의 서브 전략이 주효한 셈이다.

스파이크 서브는 상당히 위력적인 데 비해 성공률이 높지 않다는 점이 단점이다. 이 때문에 서브의 구질이 까다로우면서도 상대적으로 안전한 플로트 서브가 많이 구사된다. [사진 = 한국배구연맹 제공]

이처럼 서브는 과거에만 해도 서비스 개념이었는데 높이와 파워 배구로 점점 진화하면서 일종의 공격 무기로 변모하고 있다. 서브리시브가 완벽하게 연결되면 세터는 상대블로커를 따돌리는 현란한 토스워크로 속공과 시간차 등 다양한 공격을 시도할 수 있다. 이럴 경우 4명의 공격수가 전 후위에서 뿜어내는 다채로운 공격을 전위 블로커 3명이 효과적으로 봉쇄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운 일이다.

이 때문에 요즘에는 범실이 쏟아지더라도 위력적인 스파이크서브나 목적타(target serve) 등을 날려 상대 서브리시브 라인을 흔들고자 승부수를 던진다. 강력한 서브는 소중한 득점을 직접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상대의 서브리시브 라인을 허물어 오픈 등 공격 루트를 단순화시켜 블로킹으로 효과적으로 막으면서 반격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 현대 배구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는 서브의 종류

현대배구에서 서브가 공격 무기화되면서 그 위력은 점점 강해지고 있다. 지난 시즌 챔프 결정전에서 정규리그 1위 팀인 현대캐피탈에 3승1패를 거두고 창단 3년 만에 2연속 우승을 거머쥔 OK저축은행 김세진 감독이 “강한 서브로 적극 나선 것이 먹혔다”고 말한 것처럼 서브로 인해 희비가 엇갈리는 경우는 점점 늘어나고 있는 형국이다.

도대체 서브가 얼마나 대단하기에 그것으로 승패가 갈리는 것인지 그 종류를 살펴보자.

서브는 공을 신체 어느 위치에서 가격(impact)하느냐에 따라 언더핸드(underhand), 사이드(side), 오버핸드(overhand or overhead) 서브 등으로 나눠진다. 언더핸드와 사이드 서브는 각각 허리와 가슴 부위에서 볼을 가격하는 데 요즘에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오버핸드 서브는 머리 위에서 공을 스파이크를 날리듯 타격하는 기술이며 서브 동작과 구질에 따라 스파이크(spike) 서브, 플로트(float) 서브, 스핀 체인지업 서브(그림2 참조)와 스핀 서브(그림1 참조) 등으로 분류된다. 그 가운데 플로트 서브는 구사하기가 쉬운데 비해 구질이 꽤나 까다로운 편이어서 현재 국내 외 무대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대중적인 서브다.

공의 어느 부위를 가격하느냐에 따라 서브의 회전과 구질은 달라진다. [출처 = Austin Volleyball]

스파이크서브는 말 그대로 돌고래처럼 뛰어올라 스파이크 하듯 강하게 날리는 서브다. 공의 빠른 회전과 속도 때문에 리베로조차 받기 힘든 서브다. 스파이크서브는 톱스핀(Top Spin)서브, 점프(Jump)서브, 스카이(Sky)서브 등 다양하게 불리기도 했으나 현재는 스파이크서브로 통일되고 있다. 시속 110~120㎞로 0.5~0.6초면 코트에 꽂혀 동물적인 감각 없이 완벽하게 받는 것이 불가능하다. 스파이크서브는 그 위력도 무시무시하지만 서브리시브라인을 심리적으로 흔들어 실수를 유발케 하는 효과도 있다.

그림1. 오버핸드 스핀서브 구사 장면. [출처 = 국제배구연맹]

하지만 큰 신장과 힘을 가진 선수라면 위협적이나 그렇지 않으면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어 개인의 신체 조건과 능력에 따라 서브의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

그림2. 오버핸드 스핀 체인지업 서브를 넣는 연속 동작. [출처 =국제배구연맹]

플로트서브는 스파이크 동작과 유사하지만 공을 가격할 때 손목을 고정시켜 순간적으로 끊어 쳐 넣는 무 회전 서브다(그림3 참조). 손목을 쓰지 않고, 공의 중앙을 손바닥 아랫부분으로 찍는 것이 포인트다. 코트로 떨어질 때 좌우로 흔들리거나 갑자기 상하로 움직여 서브리시버를 혼란스럽게 한다.

그림3. 플로트 서브는 무회전 서브로 공의 궤적이 까다롭다. [출처 = 국제배구연맹]

그밖에 플랫서브도 있다. 플랫서브는 엔드라인 바로 뒤에서 특정 구역이나 선수를 겨냥해 구사하는 일종의 목적타다. 플로트서브와 볼을 가격하는 방식은 같으나 서브 넣는 위치는 다르다. 공이 네트와 안테나 사이(80cm)를 지면과 거의 평행하게 통과하면 상대 코트의 약 7m 후방에 떨어지며 볼 끝이 위로 부상해 까다롭다. 서브리시버들은 약 6, 7m 지점에서 준비하는데 플랫서브는 위치를 잡고 받으려는 순간 갑자기 가슴 방향으로 올라와 당혹케 한다. 요즘에는 공의 타점과 스피드를 높이기 위해 점프 플랫서브를 사용하기도 한다.

플로트 서브의 구사 위치에 따른 볼의 궤적. [출처 = Austin Volleyball]

참고로 무 회전으로 가격한 서브가 ‘플로팅’(날아다니는) 하는 이유는 에어포켓(air pocket)의 농간 때문이다. 무 회전으로 공을 가격하면, 앞으로 날아가는 공의 힘과 공기의 저항 그리고 중력의 상호작용으로 공기 흐름이 공의 주위를 돌아 나갈 때 뒷면에는 에어포켓이 생기는데 공이 일정한 거리를 날아가다가 그 힘과 공기 저항과 중력의 균형이 깨지게 되면 에어포켓의 역학적 영향으로 플로팅 되면서 떨어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 1, 2번을 공략하는 이유 그리고 목적타의 종류

지난 시즌 OK저축은행과의 챔피언결정전. 현대캐피탈의 최태웅 감독(40)은 선수들에게 무조건 1, 2번 쪽으로 서브를 넣으라고 주문을 한다. 1, 2번은 상대편 진영에서 봤을 때 오른쪽 후위와 전위를 말한다(그림 4 참조). 그것은 일종의 전술서브인데 그 이유를 설명하면 이렇다.

그림4. 배구에서는 서브를 넣은 순서의 위치에 따라 1~6번으로 부른다. [출처 = strength and power for volleyball]

대개 세터는 전체 폭 9m 중 6~7m 위치에 서게 된다. 오른쪽으로 3분의 2쯤 더 간 지점이다. 이렇다보니 서브를 1번과 2번, 상대의 오른쪽 공간으로 넣게 되면 세터는 네트를 등지고 서있게 돼 시선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그림 5 참조).

원래 세터와 서브리시버 간의 거리도 왼쪽으로 주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짧아지게 돼 이리저리 살펴볼 여력도 없다. 세터는 같은 편의 센터 속공수의 위치와 함께 상대 블로커들의 움직임을 보면서 토스를 해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공의 이동시간도 짧은 데다 상대블로커들을 볼 수 없어 라이트 공격이나 정교한 세트플레이를 펼치는 것이 쉽지 않게 된다.

그림5. 3인 서브리시브 분담시 어디로 서브를 넣어야 유리할까? 전문수비수인 리베로를 빼고 A와 B 선수의 서브리시브 능력이 비슷하다고 할 때 B 지점으로 넣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하다. [출처 = 대한배구협회]

이처럼 전략서브는 다양하다. ►속공을 하는 센터에게 서브를 넣거나 ►후위 공격수 공격진로를 방해하는 서브를 넣어 공격 자체를 무력화하는 것도 그 중의 하나다. 한마디로 전략서브는 서브리시버 위치는 물론이요, 공격의 특징을 잘 파악해 상대 전력을 약화하는 목적이다.

그림6. 센터 속공수나 주공격수에게 서브를 넣으면 서브를 받고 공격으로 전환하는 것이 타이밍상 수월치 않아 어려움을 겪게 된다.  [출처 = 국제배구연맹]

전략서브는 다채롭게 모습을 드러낸다. 상대의 의표를 찌르기 위해 ►전위로 짧게 떨어지는 서브를 비롯해 ►엔드라인에 살짝 걸치는 날카로운 플랫서브 ►서브리시브가 불안한 선수 또는 교체되어 들어와 실전감각이 무딘 선수 ► 주 공격수나 속공수 ►상대 세터의 이동 방향을 겨냥한 목적타, 그리고 ►상대를 초긴장케 하는 스파이크 서브 등이 그렇다.

그림7. 1, 2번 지점으로 서브를 넣으면 세터가 네트에 등 지고 토스를 해야해 상대 블로커의 움직임을 볼 수 없는데다 오른쪽으로 토스가 어려워 공격루트가 단조로워진다. [출처 = 국제배구연맹]

서브는 상대 팀의 서브리시브 형태를 분석하고, 현 로테이션 상 공격 특성을 고려해 장점을 최대한 약화시킬 수 있는 서브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그림6,7 참조)

◇ ‘서브놀음’ 또는 ‘리시브놀음’으로 변하는 배구

과거 장윤창(56)은 스파이크서브를 세계에서 처음 전술서브로 구사해 ‘돌고래 스파이커’로서 이름을 떨쳤다. 하지만 이제는 세계 정상급의 선수들을 비롯해 국내 공격수들도 웬만하면 하는 것이 스파이크서브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서브를 강화하기 위해 세계 각국의 배구 선수들이 구슬땀을 쏟으며 자신만의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중이다.

지난 시즌 V리그에서 OK저축은행의 2연속 우승이 강력한 서브를 바탕으로 한 공격배구가 통한 덕택이라는 것을 놓고 볼 때 서브의 위력은 점점 강해질 것이 분명하다. 이미 국내에서는 외국인 선수가 국내리그에서 뛰기 시작한 2006~2007 시즌부터 본격 활기를 띠었다. 개인은 물론 팀이 서브 강화와 발전에 온 힘을 쏟는 것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먼저 서브는 ‘협력의 스포츠’인 배구에서 팀 동료의 도움과 지원 없이 홀로 원맨쇼로 득점할 수 있는 개인 기술이다. 게다가 서브는 움직이는 공이 아닌 정지 된 공을 타격하는 것이어서 선수 개인이 능력과 노력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기술을 연마하고 발전시킬 수 있다.

서브는 홀로 득점할 수 있는데다 개인의 기술 연마에 따라 위력을 더할 수 있어 점점 진화하고 있는 중이다. [사진 = 한국배구연맹 제공]

본래 배구 경기는 상대의 서브를 받는 서브리시브-토스-스파이크의 공격과정과 상대의 스파이크를 막는 블로킹으로 시작되는 반격과정(블로킹-리시브-토스-스파이크)으로 이뤄지고, 승패는 반격과정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하느냐에 따라 갈리기 마련이다.

결국 반격과정을 수월하게 하려면 상대의 공격과정을 첫 단계부터 무너뜨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므로 강력한 서브의 필요성은 강조해도 지나칠 게 없다. V리그 서브리시브 성공률이 프로원년인 2005시즌 63.1%에서 계속 내리막을 걷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렇게 서브가 공격성과 정확성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쪽으로 진화하다 보면 앞으로 배구는 전술서브에 따라 승패가 좌우돼 ‘서브놀음’이 되는 것은 아닌지 지켜봐야할 대목이다.

 

* 배구락(樂) 개론 다음 편에서는 2016 리우올림픽 특집으로 ‘2인에서 3인으로, 서브리시브 포메이션의 변화’에 대해 자세히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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