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22:11 (금)
[리우, 희망을 뛴다] (18) 처음이자 마지막 그리고 홀로, 김동선 '승마의 발레'는 절실하다
상태바
[리우, 희망을 뛴다] (18) 처음이자 마지막 그리고 홀로, 김동선 '승마의 발레'는 절실하다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6.08.01 22: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올림픽 승마> 개인전 사상 첫 10위내 진입 기대감, 후배들 자신감 고취 위해 도전

[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올림픽에서 유일하게 인간과 동물이 함께 하는 종목이 승마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는 8년 만에 한국에 본선 출전권을 안긴 김동선(27‧갤러리아승마단)이 홀로 출전한다. 최근 행운을 안겨다주는 독일산 애마 부코스키(17)와 함께 '말의 발레'로 불리는 마장마술에서 호흡을 맞춘다.

승마는 종합마술과 장애물, 마장마술 3종목이 있다. 그 중 김동선이 나서는 마장마술은 가로 60m, 세로 20m 규격의 경기장에서 말을 다루는 기술, 기수의 자세 등을 기준으로 국제승마연맹(FEI) 규정동작 연기를 펼쳐 1~10점이 주어지는 방식의 경기다. 5명의 각기 다른 국적의 심판들이 채점한다.

▲ 김동선이 한국 승마를 대표해 유일하게 2016 리우 올림픽에 출전한다. 사진은 지난해 9월 올림픽 국제선발전 마장마술 그랑프리에 참가해 연기를 펼치고 있는 김동선. [사진=대한승마협회 제공]

초강세인 유럽 국가들과 대결을 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유럽 선수들은 한꺼번에 많은 말과 함께 훈련을 하는 반면 한국 선수들은 환경이 받쳐주지 못해 훈련량이 많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말의 자질 차이도 크다. 유럽에서는 능력과 장래성이 좋은 말을 얻기가 용이한 반면 한국에서 접할 수 있는 말은 제한적이다.

이러한 환경 극복을 위해 김동선은 자신의 훈련 영상을 비디오로 촬영해 분석하며 유럽 선수들과 장단점을 비교한다. 또 익숙한 말과 호흡하며 교감 능력을 키웠다.

기수의 능력만으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없는 승마에서 김동선이 애마와 뛰어난 교감 능력을 바탕으로 한국 승마 사상 최고 성적에 도전한다.

◆ ‘올림픽 선발전 전체 8위’, 유럽 강호의 벽을 넘는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셋째 아들로도 잘 알려져 있는 김동선은 미국 유학 시절인 초등학교 6학년 때 승마에 입문했다.

이후 고등학생 신분으로 최연소 출전한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마장마술 단체전에서 아시아 정상에 오르며 재능을 인정받았다. 이어 2010년 광저우 아시안 게임,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까지 3연속 마장마술 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인천에서는 개인전서도 은메달을 획득했다.

2014년에는 세계선수권과 월드컵 파이널에 나란히 출전, 국내에서 3대 메이저 대회(올림픽, 세계선수권, 월드컵 파이널)에 모두 출전한 유일한 선수가 됐다. 어느덧 명실상부 한국 승마의 간판이 됐다.

김동선은 지난해 9월 독일에서 열린 올림픽 국제선발전 그랑프리에 참가해 아시아와 오세아니아 선수 7명이 포함된 그룹 G에서 개인전 1위를 차지, 당당히 올림픽 진출 티켓을 거머쥐었다.

64% 이상의 점수를 받아야 올림픽 출전 자격이 주어지는 대회에서 김동선은 66.940%를 얻어 그룹 1위에 올랐다. 독일, 네덜란드, 덴마크 등 유럽 승마 강국 선수들이 대거 참가한 가운데 35명 중 8위에 올라 리우 올림픽 전망을 밝혔다.

◆ 마지막이라는 절박함으로, 후배들 자신감 고취를 위해

승마 선수들은 보통 40대 때 전성기를 맞는다. 아직 김동선에게는 발전할 시간과 기회가 많이 남아 있지만 리우는 그에게 처음이자 마지막 올림픽이 될 확률이 크다. 현재 한화그룹에서 현업을 맡고 있는 그는 리우 올림픽 이후엔 취미로만 승마를 즐길 계획이라고 밝혀왔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올림픽은 더욱 간절하다. 김동선은 회사생활을 하면서도 평일에는 새벽시간에 말에 올랐고 주말에는 훈련에 매진했다.

김동선은 개인의 명예보다 한국 승마의 위상을 높이고 후배들의 자신감 고취를 위해 올림픽에서 선전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전의를 다지고 있다.

국제승마연맹에 따르면 김동선은 '리우에서 20위 안에 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하지만 한국 승마계는 조심스레 올림픽 개인 최고 성적인 10위권 돌파도 기대하고 있다.

▲ 김동선은 리우 올림픽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것이기에 도전이 더욱 간절하다. [사진=대한승마협회 제공]

■ [Q] 아시나요? 한국 승마가 올림픽 현장에서 마필 문제로 세 번이나 경기출전이 좌절됐던 불운을

한국 승마의 올림픽 도전사는 그야말로 고난의 연속이었다. 한국 전쟁 중 민병선이 혼자 유럽으로 건너가 국제승마연맹에 한국 승마를 등록한 뒤 자비로 프랑스 마필을 사서 출전한 1952년 헬싱키 올림픽이 첫 출전이었다. 민병선이 그렇게 어렵게 홀로 출전한 대회에선 장애물비월 출전 51명 중 44위를 기록했다. 4년 뒤 로마 대회에서는 2명 모두 완주하지 못했다.

본선 출전권을 얻기가 워낙 힘든 승마에서 어렵게 올림피아드 현장까지 갔으나 마필 문제로 도전도 못해보고 좌절했던 사례가 세 번이나 나왔다. 종목에 출전도 못했으니 공식기록도 남아 있지 않다.

한국 승마가 20년 만에 본선에 오른 1984년 LA 대회에서 서정균이 마장마술 출전을 앞두고 첫 불운의 희생자가 됐다. 현지 훈련 중 박차가 가해지는 과정에서 애마 복부에 찰과상이 생기는 바람에 ‘마필학대 논란’에 휩싸이다가 끝내 출전이 좌절됐다.

서정균은 절치부심한 끝에 4년 뒤 명예회복을 이뤘다. 서울 올림픽 개인전에서 출전 선수 53명 중 10위를 차지했다. 당시 종합마술 단체전에서 거둔 7위가 역대 한국 최고 순위이지만 10개팀이 참가한 가운데 완주한 7개팀 중 최하위였기 때문에 서정균의 10위가 역대 최고성적으로 순도가 더 높다고 볼 수 있다.

1992년엔 종합마술에서 김형칠이 마체검사를 통과하지 못해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불운을 겪었다. 1964년 장애물비월에 출전했던 아버지(김철규)에게 승마를 배워 서울 대회에 이어 두 번째로 참가한 올림픽에서 미완성으로 꿈을 접어야 했다.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경기 도중 장애물에 걸려넘어지는 애마와 충돌, 뇌를 다쳐 저 세상으로 떠났으니 한국 스포츠의 안타까운 비운으로 기억되고 있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장애물비월에서는 문은진이 경기를 앞두고 애마 에콰도르의 컨디션 난조로 경기에 나서지 못해  최다 3회 연속 출전기록을 세울 기회가 날아갔다.

■ 역대 올림픽 승마, 한국 참가선수 최고성적

- 1952 헬싱기 (장애물비월 1명) = 44위(51명 중)

- 1960 로마 (장애물비월 2명) = 미완주

- 1964 도쿄 (장애물비월 3명, 종합마술 4명) = 장애물비월 개인 공동 31위(64명)

- 1984 LA (마장마술 1명) = *서정균 마체불량으로 불출전

- 1988 서울 (장애물비월 4명, 종합마술 4명, 마장마술 2명) = 마장마술 개인 서정균 10위(53명), 종합마술 단체 7위(7팀 완주,10팀 참가)

- 1992 바르셀로나 (장애물비월 4명, 종합마술 2명) = 종합마술 개인 20위(82명) *김형칠 마체검사 탈락으로 종합마술 불출전

- 1996 애틀랜타 (장애물비월 1명) = *문은진 마필 컨디션 난조로 불출전

- 2004 아테네 (장애물비월 4명) = 단체 8위(9팀 완주, 16팀 참가)

- 2008 베이징 (마장마술 1명) = 45위(46명)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관련기사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