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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 희망을 뛴다] (24) 리듬체조 동메달 3파전, 손연재는 '상승세'에 마지막을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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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 희망을 뛴다] (24) 리듬체조 동메달 3파전, 손연재는 '상승세'에 마지막을 건다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6.08.05 23: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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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리듬체조> 마문-쿠드랍체바 '러시아 듀오' 초강세…리자트디노바-스타니우타와 동메달 경쟁

[스포츠Q(큐) 박상현 기자] 피겨스케이팅 불모지인 한국에서 김연아(26)라는 대스타가 탄생해 세계를 정복했듯이 리듬체조에서 손연재(22·연세대)가 나왔다. 김연아는 2회 연속 올림픽 포디엄을 점령했지만 손연재는 2번째 올림픽 도전에서 첫 메달을 노린다.

손연재는 올림픽 데뷔전인 2012년 런던 대회에서는 한국 리듬체조 최고성적인 개인종합 5위에 올랐고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과 2015년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에서는 한국 리듬체조 사상 최초 개인종합 금메달을 획득했다. 그 누구도 걷지 못했던 길을 손연재가 걷고 있다.

이제 손연재의 목표는 단 하나, 한국은 물론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로 리듬체조 개인종합에서 메달을 획득하는 것이다. 객관적인 기량으로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세계 2강인 '러시아 듀오' 마르가리타 마문(21)과 야나 쿠드랍체바(19)를 넘기 힘들지만 충분히 동메달을 따낼 수 있는 후보로 손색이 없다.

▲ 리우 올림픽을 마지막으로 생각하는 손연재는 개인 최고점 경신 상승세를 자신감 삼아 리듬체조 개인종합 아시아 최초 메달을 노린다. [사진=스포츠Q(큐) DB]

◆ 손연재의 피날레, 리우에서 포디엄에 선다

피겨스케이팅과 마찬가지로 리듬체조 종목 역시 오랫동안 선수생활을 지속하기 힘들다. 손연재가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는 26세가 되기 때문에 리우 대회가 마지막 올림픽이라고 봐야 한다.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출전도 불투명하다

현재 리듬체조를 양분하고 있는 선수는 바로 쿠드랍체바와 마문이다.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 금메달과 은메달을 나눠가졌던 쿠드랍체바와 마문은 자신들이 출전한 월드컵 대회에서는 언제나 1, 2위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

결국 손연재의 현실적인 목표는 동메달이다. 쿠드랍체바와 마문이 실수를 범하며 점수가 떨어질 수도 있겠지만 그런 요행은 생각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저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연기를 100% 수행하는 것이 최고의 목표다.

점수를 높이기 위해 손연재는 지난해 말부터 한쪽 다리를 축으로 다리를 돌려 회전하는 포에테 피봇에 변화를 줬다. 회전할 때 흔들림을 줄이기 위해 강도 높은 근력운동까지 병행했다.

▲ 손연재는 세계 2강 마르가리타 마문, 야나 쿠드랍체바에는 밀리지만 간나 리자트디노바, 멜라티나 스타니우타와 동메달을 놓고 3파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기량차가 거의 없기 때문에 당일 컨디션, 실수에 따라 메달이 가려질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스포츠Q(큐) DB]

그 결과 지난 시즌보다 0.5점 가까이 점수를 끌어올리는데 성공했다.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 잦은 실수와 연기 불안정으로 69.998점을 얻어 11위에 그쳤던 손연재는 올해 월드컵에서 73~74점대로 점수를 한층 끌어올렸다. 지난달 카잔에서 열린 월드컵 9차 대회에서는 자신의 최고점인 74.900점을 찍었다. 이 최고점이라면 메달 가능성은 충분하다.

국민들의 관심도 크다. 손연재가 지난 4일 온라인 조사회사 피앰아이가 10대부터 60대까지 남녀 5000명을 조사한 결과 전체 29.8%에 해당하는 1490명이 가장 활약이 기대되는 선수로 뽑힌 것 역시 한국 리듬체조의 역사를 만들어달라는 뜻이다.

◆ 손연재-리자트디노바-스타니우타 3파전, 당일 컨디션에 따라 가려진다

손연재는 현재 점수에서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근력을 강화해 회전 흔들림을 줄인 것이 주효했다. 지난 2월 월드컵 1차 대회에서 73.550점으로 은메달을 따냈던 손연재는 4월 3차 대회에서 73.900점, 5월 6차 대회에서 74.200점, 6월 7차 대회에서 74.650점, 지난달 9차 대회에서 74.900점 등 계속 점수를 끌어올렸다. 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힘을 받은 최고점 경신 상승세에 메달을 거는 손연재다.

*세계랭킹=국제체조연맹 7월 발표 기준 <데이터 출처=국제체조연맹>

하지만 미국 ESPN은 손연재를 메달권 밖으로 예상, 경쟁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예고하고 있다. 그만큼 라이벌들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손연재와 동메달을 놓고 다툴 경쟁자는 간나 리자트디노바(23 우크라이나)와 멜라티나 스타니우타(23 벨라루스)다. 올 시즌 국제체조연맹(FIG) 주관 월드컵 대회 기준으로 개인종합 최고점을 비교할 때 손연재(74.900점)는 리자트디노바(75.150점)보다 약간 낮지만 스타니우타(74.550점)보다는 높다.

월드컵 평균점수도 비슷하다. 손연재(73.916점)이 리바트디노바(73.941점)보다 근소하게 뒤지지만 스타니우타(73.658점)보다는 우위를 보였다.

오히려 리자트디노바는 월드컵 7차 대회에서 자신의 최고점을 찍은 뒤 8차 대회에서는 72.75점으로 점수가 급락했다. 스타니우타 역시 74.55점을 찍은 이후 약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결국 이들은 우열을 가리기 힘들기 때문에 당일 컨디션에서 메달 획득 여부가 가려진다는 의미다.

큰 경기 경험도 관건이다. 손연재는 런던 올림픽에서 개인 종합 5위에 올랐지만 리자트디노바는 10위에 그쳐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올림픽이 주는 중압감을 극복하는 측면에서는 리자트디노바보다는 손연재가 유리하다.

실수도 줄여야 한다. 공이나 리본 등을 던졌다가 제대로 받지 못할 경우 점수는 폭락한다. 만약 던졌다가 받는 동작에서 큰 실수가 나온다면 마문이나 쿠드랍체바도 점수가 크게 깎여 손연재, 리자트디노바 등의 견제를 받을 수도 있다. 그런만큼 큰 경기 중압감을 이겨내고 실수를 최소화하거나 없애는 것이 손연재의 '메달 획득 시나리오'다.

그동안 한국 리듬체조 역사를 계속 써왔던 손연재가 자신의 마지막 올림픽에서 화려한 피날레 연기를 펼치게 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 [Q] 아시나요? 역대 올림픽 리듬체조에서 손연재보다 높은 순위를 기록한 아시아선수를

손연재가 리우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내면 아시아선수 개인종합 최초로 포디엄에 서는 역사를 쓰게 된다. 일부에서는 4년 전 런던 올림픽에서 손연재가 기록한 5위가 역대 아시아 최고 순위로 보도하기도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카자흐스탄의 알리야 유수포바가 거둔 4위가 역대 리듬체조 개인종합 아시아 최고 성적이다. 5위로 예선을 마쳤으나 결선에서 최종 4위로 올라섰다. 유수포바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도 5위를 기록한 뒤 2009년 은퇴했다.

유수포바는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개인종합, 단체전에서 은메달만 2개를 따낸 뒤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에서는 개인종합, 단체전을 석권해 2관왕에 올랐다. 2006년, 2009년 아시아선수권에서는 전 종목을 석권해 연속 6관왕에 오르는 위업을 달성해 ‘아시아 리듬체조의 전설’로 남아 있다.

리듬체조가 아시안게임에 도입된 1994년부터 개인종합에서 카자흐스탄은 금 2, 은메달 1개를 수확해 금, 은, 동메달을 2개씩 따낸 중국에 이어 메달랭킹 2위에 올라 있다. 한국은 손연재가 2010년 동메달, 2014년 금메달을 따낸 게 개인종합 전체 수확이다.

유수포바가 등장하기 전까지 아시아 리듬체조 개인종합의 올림픽 도전은 중국과 일본이 주도했다. 리듬체조가 채택된 1984년 LA 올림픽에 야마사키 히로코(일본)가 8위, 4년 뒤 서울에서는 팡충(중국)이 11위를 아시아 출전 선수 중 대회별 최고순위를 기록했다. 1992년에는 북한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참가해 리경희가 17명이 겨루는 결선에 올라 17위로 이름을 남겼다.

1996년, 2000년엔 결선에 오른 아시아선수가 나오지 않은 가운데 중국 류샤오징(예선 17위), 일본 마쓰나가 레이코(예선 16위)가 각각 대회별 아시아 최고순위를 마크했다.

한국은 1988년,1992년 2명씩 올림픽 매트에 나섰으나 각 대회에서 성적이 나은 홍성희(예선 29위), 윤병희(예선 34위)조차도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한국은 베이징 대회에서 16년 만에 올림피언을 배출했는데 신수지가 예선 11위로 10명이 겨루는 결선 진출에 아깝게 실패했다.

2012년 런던에서는 손연재가 예선 6위로 결선에 올라 최종 5위를 기록한 가운데 덩썬웨(중국)가 예선 11위, 2010년 아시안게임 개인종합 금메달리스트 안나 알랴브예바(카자흐스탄)가 예선 15위를 각각 기록했다.

1996년까지 개인종합에는 한 국가당 2명씩 출전했고 2000년부터는 1명씩 나섰다. 1996년 올림픽에 도입된 단체전에서는 일본과 중국만이 3번씩 출전해 중국이 2008년 홈에서 은메달을 따낸 게 유일한 입상이다.

만약 손연재가 리우에서 메달을 수확하더라도 리듬체조 사상 아시아 첫 메달이 아니라 개인종합 아시아 첫 메달이 되는 것이다.

■ 역대 올림픽 리듬체조 한국 출전선수 성적 

- 1988 서울 = 홍성희 예선 29위(39명 출전), 김인화 예선 31위

- 1992 바르셀로나 = 윤병희 예선 34위(42명 출전), 김유경 예선 35위

- 2008 베이징 = 신수지 예선 12위(24명 출전)

- 2012 런던 = 손연재 5위(24명 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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