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22:11 (금)
[인터뷰] 자유의 날개 단 '바리새인' 예학영
상태바
[인터뷰] 자유의 날개 단 '바리새인' 예학영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09.24 10: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 글 용원중기자·사진 노민규기자] 치정 로맨스 영화 ‘바리새인’(9월25일 개봉)은 남성으로서의 욕망을 억제하며 살아온 철학과 대학생 승기(예학영)의 강렬한 첫 사랑과 첫 경험, 뉘우침과 죄의 반복을 그린 작품이다. 개봉 전부터 포스터 심의 논란과 걸그룹 달샤벳 출신 여배우 강은혜의 파격 노출로 화제가 됐다. 처음으로 ‘19금’ 다양성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책임진 모델 출신 배우 예학영(31)을 만났다.

 

◆ 금욕의 삶 살아가던 대학생 욕망에 눈뜨다

바리새인은 ‘규칙에 집착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승기와 겹쳐진다. 종교적으로 억압하는 아버지로 인해 절제된 삶을 살아온 승기는 매일 밤 묘령의 여인과 꿈속에서 격정적인 사랑을 나눈다. 현실에선 내면의 상처를 간직한 도발적인 학교 선배 은지(강은혜)와 첫사랑이자 남자선배의 애인인 수정(조민아) 사이에서 흔들린다.

“어두운 주제와 스토리인데 실제 들어가 보면 따뜻함이 느껴졌어요. 그런 상반된 느낌에 끌려 영화에 합류하게 된 거죠. 관습과 규칙에 얽매여 살아가던 한 남자가 어떻게 그 속박에서 벗어나는지를 보여주는 성장영화인데 억압 속에 살아가는 요즘 청춘의 모습일 수 있어서 공감이 갔어요. 정체성을 확립하기 전에 많은 사람들이 내면의 갈등을 겪는데 슬기롭게 극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정영배 감독은 예학영을 처음 만난 순간, 착해 보이는 얼굴과 달리 공허한 눈빛에서 승기와 비슷한 면을 느껴 단박에 캐스팅을 했다. 첫 주연작인 데다 만만치 않은 감정선이 담긴 캐릭터이기에 감독과 매일 대화를 나눴다. 시나리오의 지문 하나, 행동 하나를 붙잡고도 100분 토론을 벌였다. 할리우드 영화 ‘아메리칸 뷰티’에 등장하는 몰카 찍기에 탐닉하는 고교생 리키(웨스 벤틀리)의 알 듯 모를 듯 모호한 표정을 참고했다. 그러면서 모범생의 삶을 살지만 어두운 욕망을 품은 캐릭터를 구축해 나갔다.

 

“다행히 대학 입학 전까지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성당을 다녔기에 승기를 둘러싼 종교적 분위기를 쉽게 이해할 수 있었어요. 영화 속에 어린 승기가 사제복을 입고 기도하는 사진이 나오는데 제 어릴 적 사진이에요.”

◆ 파격적 베드신, 혹독한 꽃샘추위 극복하며 영화 완성

배우들 사이의 의기투합도 좋았다. 크랭크인 들어가기 한 달 전부터 자발적으로 매일 오전에 집합해서 대본 리딩 및 역할분석 등을 통해 절실한 마음으로 영화 촬영에 임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삶을 통찰하는 내용, 감독의 연출력이 더해져 ‘바리새인’은 예술영화 등급을 받았다.

“승기처럼 억압되게도, 승기와 달리 자유롭게도 살아봤어요. 관심 가는 이성에게 말 한번 못 걸 정도로 표현을 못했던 시기가 있었는가 하면 그 반대의 경험도 있었죠. 그런 요소들을 모두 끄집어내며 승기와 가까워지려 했어요.”

가장 어려웠던 대목은 정사신과 꽃샘추위. 베드신은 은주와 승기가 억압으로부터 탈출하는 계기가 되는 중요한 장면이었다. 스태프들이 분위기를 편하게 만들어줬고, 최소 인원만 참여한 가운데 촬영이 이뤄졌다. 다행히 NG 없이 약속된 행동대로 반복 촬영을 하며 일사천리로 끝마쳤다. 또 영화의 배경은 봄인데 꽃샘추위가 맹위를 떨치던 올해 2~3월에 촬영이 이뤄져 덜덜 떨며 연기를 해야 했다.

 

◆ 모델에서 연기자 전환…"기회 놓치지 않기 위해선 완벽한 준비 해놔야"

모델 출신 연기자들이 넘쳐나는 요즘, 예학영 역시 모델로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발을 들였다. 영화를 좋아했던 부모님의 영향으로 휴일에 비디오를 서너편씩 볼 정도였으나 연기는 자신과 전혀 상관없는 분야로 여겼다. 고교 1~2학년에 사춘기 방황을 겪은 뒤 3학년 때부터 연기에 관심을 갖게 돼 대학 연극영화과에 입학했다. 신입생 시절 친한 형으로부터 모델업체 대표를 소개받아 일찌감치 소속사에 들어가 모델링과 연기수업을 받았다. 그때 배우 강동원도 함께 활동하며 수업을 받았다.

“요즘은 연기자 지망생들에게 경험 축적 및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모델링을 시키곤 하는데 예전엔 모델이 연기를 한다고 하면 인정을 해주지 않는 분위기가 컸어요. 고맙게도 차승원 선배님에 이어 강동원, 김민준 선배님이 그런 편견을 깨트리며 길을 열어주셨죠. 모델과 연기자나 표현이라는 뿌리는 같다고 봐요. 대신 모델이 연기를 시작하려면 정말 연기공부를 제대로 해서 스탠바이 상태에 들어가 있어야 해요. 전 당시 준비가 돼있지 않았던 데다 사회경험이 부족해서 제게 온 기회를 놓쳤던 것 같아요.”

 

스물한 살부터 연기를 시작했다. 시트콤 ‘논스톱4’에 출연하며 연기자로 데뷔한 예학영은 영화 ‘백만장자의 첫사랑’ ‘해부학 교실’ ‘아버지와 마리와 나’ ‘배꼽’ 등에 출연하며 주목받았다. 우월한 신체조건과 백지 같은 이미지로 매력을 발산했으나 한동안 공백기를 가지며 힘든 나날을 보내야만 했다. 지난해 천호진-이미숙 부부의 대학생 아들로 출연한 상업영화 ‘배꼽’에 이어 올해 고뇌하는 대학생 역을 맡은 다양성영화 ‘바리새인’으로 화려한 비상을 꿈꾸는 중이다.

◆ "하고싶은 연기하며 '괜챦은 사람'이란 평가 듣고파"

“어떤 캐릭터에 욕심내기보다 좋은 감독, 스태프가 뭉친 영화에 일원으로 참가하고 싶어요. 그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고받고 싶어요. 배우는 수 만가지 역할을 소화해야하므로 상업영화뿐만 아니라 독립영화, 다양성 영화, 드라마 가리지 않고 열심히 하고 싶어요. 하고 싶은 연기를 계속 하면서 사람들로부터 ‘괜찮은 사람이구나’란 평가를 듣는 게 소망이에요.”

올해 들어 줄이어 접했던 다양성 영화들은 연기 열정을 강렬하게 자극했다. 언더그라운드 포크싱어의 힘든 삶을 묘파한 ‘인사이드 르윈’부터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한공주’ ‘그녀’를 보며 마음이 격하게 떨려옴을 느꼈다.

 

“과거엔 독립영화나 다양성 영화들이 컬트, 영상미술 수준이었는데 요즘은 철학적 내용을 품고 있으면서도 관객이 편하게 접근하도록 해줘요. 이야기의 힘만 확실하다면 적은 자본으로 완성할 수 있기에 많이 제작되는 것 같고요. ‘바리새인’에 대해서도 관객이 그렇게 받아들여주셨으면 하죠.”

스크린 속 승기, 스크린 밖 예학영 모두 인생의 힘든 시기를 경험했다. 어떻게 극복할 지가 궁금해졌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자연스레 지나갈 때까지 버티는 것”이란 간결한 대답이 돌아왔다.

“기타, 스쿼시 등 뭔가를 배워 하루 8시간씩 빠져 지내며 극복하기도 하고, 멍하니 있으면서 혹은 친구들 만나 일상의 가벼운 얘기를 나누며 버티는 것 같아요. 당장 내일 일조차 모르는 거고, 언제 고비를 극복할지도 예측 불가능하잖아요. 상황이 좋아지든 나빠지든 다음의 변화가 있을 때까지 가만히 응시하고 기다리는 거죠.”

[취재후기] 힘들었던 시기, 우연히 TV를 보다가 혜민 스님이 추천한 철학자 크리슈나무르티의 ‘자기로부터의 혁명’을 읽고 큰 도움이 됐단다. 인생의 어떤 분기점이 된 책이기에 주위 사람들에게 선물할 일이 있으면 그때마다 이 책을 구입한다. 힘들 때 읽으라고, 나를 구원한 책이라고 항상 말하며. 처음 만났을 땐 불안한 모습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안정을 되찾더니 인터뷰를 정리할 무렵에는 침착한 혁명전사의 얼굴로 앉아 있다. 그 변화가 기분 좋다.

▲ 영화 '바리새인'의 극중 장면

goolis@sportsq.co.kr

 

 

 

 

 

.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