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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가만히 있으라'는 사회에 시비 건 여배우 김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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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가만히 있으라'는 사회에 시비 건 여배우 김부선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09.20 16: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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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용원중기자] 여배우 김부선(53)이 연일 화제다. 포털사이트 연관 검색어로 ‘난방비’ ‘아파트 관리비’ ‘난방비 비리’ 아파트 부녀회장‘ ’돌직구‘ 등이 줄줄이 딸려 나온다.

발단은 폭행사건이었다. 지난 12일 김부선이 서울 성동구의 한 아파트 반상회 도중 주민 A씨를 폭행한 혐의로 사건이 접수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후 김부선에게 폭행당했다고 주장하는 전 부녀회장과 오히려 난방비 비리 문제를 제기했다가 폭행당했다는 김부선의 주장이 엇갈리면서 진실공방으로 번졌다.

이 과정에서 김부선이 해당 아파트의 세대별 난방비 격차가 비정상적이라며 꾸준히 실태 조사를 요구해온 사실이 알려지자 SNS 상에는 그를 응원하는 글들이 넘쳐나고 있다.

경찰은 김부선의 폭로로 난방비 비리가 불거진 해당 아파트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다. 비리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형사처벌을 하겠다는 방침을 정하고 우선 난방비가 0원이 나온 128가구 조사에 나섰다. 김부선은 잠시도 입을 닫지 않았다. 2~5년 동안 난방비를 안내거나 1만~2만원만 낸 입주세대, 문제제기에 쉬쉬하기 급급했던 아파트 관리사무소와 입주자대표위원회의 실태를 낱낱이 밝혔고,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성동구청과 국토부를 향해 난방비 세대별 사용량과 관리비 자료를 모두 공개하도록 허락할 것을 요구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개입을 촉구하기까지 했다.

지난 2년6개월 동안 유관 기관에 협조를 요청한 공문, 스크랩 자료 등을 찍은 사진을 공개한 김부선은 “관할구청 공무원들은 주민 편이 아니었다. 피해자 편이 아니고 늘 가해자편, 가진자들 편이었다. 이건 불공정 행위다"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미지 관리를 위해 묵언 수행하듯 살아가는 스타들, 정치·사회 이슈에 자기 목소리를 내는 소셜테이너에 익숙한 이들에게 ‘그까짓’ 관리비 때문에 여배우가 육탄전을 불사하고, 관계 기관에 끈질기게 문제 제기를 해왔다는 점은 매우 신선한 충격이다. 많은 사람이 김부선에게 지지를 보내는 이유는 그가 공론화시킨 생활상 권리의 중요성에 공감해서고, 가진 자들의 꼼수와 전횡에 분노해서다. 기득권층의 “가만히 있으라”는 협박에 굴하지 않은 용기에 감동해서다.

되돌아보니 김부선은 늘 가만히 있지 않았던 배우였다. 1983년 데뷔작인 영화 ‘여자가 밤을 두려워하랴’에 출연하며 일약 스타가 된 그녀는 그해 향정신성 의약품관리법 위반으로 구속됐다. 이후 ‘애마부인3’ ‘토요일은 밤이 없다’ ‘화대’ ‘비너스의 여름시’ 등 성애물의 여주인공으로 연이어 출연했다. 90년대 이후 조연으로 전락했음에도 ‘게임의 법칙’ ‘너에게 나를 보낸다’ ‘비트’ 등에서 마담 역 단골배우로 활약했다.

▲ '말죽거리 잔혹사'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몬스터'(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그간 몇 차례 대마초 투약혐의로 구속되고, 교도소에도 수감됐다. 그럼에도 고개를 빳빳이 든 채 “대마보다 술담배가 더 중독성이 크고 위험하다”며 마약류 관리 법률에 대한 위헌법률제청 신청을 제기하고 스크린쿼터 축소 반대, 한미 자유무역 협정 체결 반대 투쟁, ‘최진실법’ 제정 촉구 투쟁, 제주 4.3위원회 폐지 반대에 앞장 섰다. 고 장자연 사건으로 연예계 성상납 문제가 불거졌을 땐 방송 프로그램에 나와 자신의 경험담을 폭로해 명예훼손 소송에 휘말리기도 했다. 제주도 출신에 미혼모이자 배우였던 생활 속 경험이 그리고 상처가 그를 끊임없이 전선으로 이끌어낸 셈이다.

그는 배우로서도 존재감이 각별하다. 떡볶이집 주인으로 나왔던 ‘말죽거리 잔혹사’(2004)에서 권상우를 유혹하며 “이거 쫌 만져봐”, 일수 아줌마로 출연했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2006)에서 강동원을 향해 "나 좀 어떻게 해주라~"라며 달뜬 성적 욕망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모습은 전무후무한 캐릭터 연기였다. 최근작인 드라마 '네 이웃의 아내', 영화 '몬스터'에 이르기까지 작품 속 그의 향기는 늘 강렬하다.

걸걸한 허스키 보이스에 퇴폐와 관능의 이미지를 지닌 여배우 김부선은 스크린 안과 밖에서 늘 거침없고 당당했다. 세인의 입길에 오르내리고, 논란의 중심에 서며 돌팔매질을 당했어도 주눅들지 않았다. 그렇기에 꼬박꼬박 세금을 내고 살아가는 시민으로서 부당한 권리침해에 맞서는 건 너무나 그다운 행동이다. 오늘은 집에 가서 아파트 관리비 내역서를 꼼꼼히 체크해 봐야겠다. 고마워요 부선씨.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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