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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태극라켓 내려놓는 '배드민턴 아이콘', 이용대가 말하는 유연성과 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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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태극라켓 내려놓는 '배드민턴 아이콘', 이용대가 말하는 유연성과 올림픽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6.09.30 16: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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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간 쉼없이 달렸다, 후배들 길 열어주고파... 올림픽 남자복식 노골드 한"

[성남=스포츠Q(큐) 글 민기홍·사진 최대성 기자]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배드민턴 혼합복식 결승전. 이효정과 짝을 이뤄 금빛 스매싱을 날린 약관의 청년은 ‘윙크 한방’으로 국민을 저격했다.

이용대(28·삼성전기).

파트너를 2번이나 교체하고도 남자복식 세계랭킹 1위를 내주지 않은 배드민턴의 아이콘은 2016 빅터코리아오픈 배드민턴슈퍼시리즈를 끝으로 태극 라켓을 내려놓는다.

30일 성남 실내체육관. 이용대는 ‘영혼의 파트너’ 유연성(30·수원시청)과 짝을 이뤄 다케시 카무라-소노다 케이고(일본)을 2-1(21-15 18-21 21-18)로 누르고 4강에 안착했다.

경기 직후 만난 이용대는 “어제는 감각, 체육관 시설에 적응이 되지 않아 당황했는데 오늘은 긴장감이 훨씬 덜했다”며 “마지막이라 해서 달라질 건 없다”고 밝게 웃었다.

◆ 앞만 보고 달린 14년, 이제는 내려놓아야 할 때

앞만 보고 달렸다. 20세 때 올림픽 포디엄 꼭대기에 섰다. 국가대표 생활만 14년. 이용대는 “그동안 태릉선수촌이 먹이고 재워줬다”며 “이젠 부모님과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덤덤히 말했다.

지난달 리우 올림픽 8강 탈락의 아픔 뒤에도 마음 놓고 쉬지 못했다. 이용대는 “홈에서 열리는 코리아오픈이니만큼 소속팀에서 훈련했다”며 “전국체전이 끝나면 쉬려 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리우로 가기 전부터 은퇴를 생각했던 그다. 이용대는 “몸도 마음도 지쳤다. 내가 걸어 온 길을 되돌아보고 싶다”며 “계속 국가대표를 하다 보니 후배들도 기회를 못 가졌다. 길을 열어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배드민턴은 야구나 축구처럼 상시 리그가 있는 게 아니다. 이용대는 “그동안 무조건 1등해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임했다”며 “국제대회는 어느 정도 포기했다. 이젠 편안하게 해외 초청대회나 국내대회에 나서려 한다”고 미소지었다.

병역면제 혜택을 2008년에 받았다. 그런데 8년이 지난 여태 군사훈련을 받지 못했다니 그가 걸어온 길이 얼마나 강행군이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파트너 유연성은 “입소해야 할 때가 큰 대회 끝날 시점인데 그 때마다 파트너가 바뀌었다”고 귀띔했다. 이용대는 “랭킹을 유지해야 오픈대회 시드도 유지할 수 있으니 자꾸 시기를 놓치게 됐다”고 말했다.

이용대는 청춘을 셔틀콕에 바쳤다.

◆ "올림픽 남자복식 노골드 한, 나 없어도 배드민턴 열기 식지 않아"

유연성은 각별한 사람이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합작한 정재성이 현역에서 물러나며 새롭게 연을 맺었다. 1년도 되지 않은 2014년 8월, 남자복식 세계랭킹 1위가 됐다. 이후 2년간 정상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들어올린 우승 트로피만 19개다.

이용대는 “연성이 형은 최고였다. 마음이 맞았다. (정)재성이 형과 6년을 맞췄지만 내가 좀 어려워해 말을 못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연성이형에겐 그렇지 않았다”며 “주도권을 내게 줬다. 후배인 내가 훈련도 많이 시켰다”고 웃음을 터 뜨렸다.

유연성은 “내가 선배이지만 많이 배웠다. 내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못 올라선 이유가 있었는데 용대가 그걸 캐치해줬다”며 “아직도 배울 점들이 많은데 국가대표에서 은퇴해 아쉽다. 안타깝지만 쉬어야 할 때”라고 거들었다.

이어 “그 위치에 있으면 건방져지기 쉬운데 용대는 실력을 갖추고도 겸손하다”며 “운동할 때 늘 최선을 다하고 자기관리를 잘 하는 후배”라고 이용대를 치켜세웠다.

대들보란 부담감이 늘 이용대를 짓눌렀다. 세계선수권, 오픈대회에선 완벽했는데 올림픽만 되면 제 기량을 온전히 발휘하지 못했다. 런던 3위, 리우 8강 탈락이란 올림피아드 성적은 '복식황제'의 명성에는 어울리지 않는 결과다.

이용대는 “올림픽 남자복식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한 게 가장 아쉽다. 될 듯 될 듯 안 됐다"며 “가장 몸이 좋을 때 나갔는데 부담감을 견디지 못했다”고 지난날을 돌아봤다.

태극기를 품고 나서는 ‘마지막’ 대회. 반대편 조에는 ‘마지막’ 올림픽에서 쓴맛을 안긴 세계랭킹 9위 탄위키옹-고위시엠(말레이시아)이 있다.

이용대는 “상대전적이 많이 앞서 있는 상대인데 그 선수들이 우리를 많이 분석해서 올림픽에서 졌다”며 “결승에서 한 번 붙었으면 한다. 다시 한다면 올림픽같은 경기는 하지 않을 수 있다”고 설욕 의지를 보였다.

김연아가 물러나자 피겨스케이팅 열기가 다소 식은 것처럼 이용대가 없는 배드민턴은 침체기에 접어들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스타의 그늘이 그만큼 짙다.

이용대는 “내가 빠진다 해서 배드민턴 열기가 죽는다 생각하지 않는다. 훌륭한 후배들이 올라와 줄 거라 믿는다”고 힘주어 말했다.

"나는 배드민턴을 그만두는 게 아니다. 서른 다섯까지 하고 싶다”고 강조한 이용대는 조만간 ‘까까머리’로 광주의 훈련소로 입소한다. 날짜는 오는 11월 21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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