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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인생 스토리① 소녀, 꿈을 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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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인생 스토리① 소녀, 꿈을 꾸다
  • 배선영 모델 겸 스타일원미 대표
  • 승인 2014.10.08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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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169cm의 모델치곤 아담한 키. 평범했던 울산 소녀의 꿈 많은 상경. 잡지모델 데뷔, 온라인 쇼핑몰 성공, 뉴욕 런웨이 도전과 6년간의 미국 활동, 귀국 후 스타일링 디렉터로 활동하기까지 수많은 도전과 실패를 경험...  모델 출신인 배선영 스타일원미(www.style1.me) 대표의 범상치 않은 약력입니다.

배 대표는 작은 키 때문에 국내 무대에 서지 못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뉴욕과 LA 런웨이에 섰습니다. 그 과정에서 성취감도 맛봤지만 세계의 높은 벽도 실감했다고 합니다.

스포츠Q는 '도전의 가치'를 소중히 여깁니다. 패션 모델을 꿈꾸는 이들에게 희망을 주고자 배 선영 대표의 '뉴욕 런웨이 도전기'를 연재합니다. 국내 또는 뉴욕의 런웨이에 서기 위해 도전하는 젊은이들에게는 좋은 지침서가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배선영 모델 겸 스타일원미 대표] 나는 어릴 적부터 뭔가 하나에 빠지면 그것에 충실하고자 하는 고집이 있었는데, 패션과 모델은 나의 숙명이었던 것 같다.

 ▲ 2009년 L.A 패션 위크의 'Boy Meets Girl' 런웨이 모습. [사진=배선영 대표 제공]

초등학교 입학식. 스스로 옷을 코디해서 입겠다며 고집을 부렸다.

아직도 그때의 기억이 생생하다. 비즈가 화려한 새 하얀 퍼프 소매 블라우스와 모직으로 된 청록색 민소매 원피스를 사달라고 졸라서 입학식 때 입고 갔는데 화려한 비즈가 원피스에 가려 하나도 안보였던 기억이 난다.

7세 소녀였던 배선영은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아이였지만 패션에 대한 목마름은 그 누구보다 강했음을 기억한다. 그 후 초, 중, 고를 거치면서 패션에 대한 열정은 더해만 갔다.

틈틈이 패션잡지를 보며 트렌드에 주목했다. 브랜드 카탈로그를 모으는 취미 때문이었는지 친구들보다 패션에 눈을 일찍 뜨며 자연스레 '패션모델'이라는 꿈을 가지게 되었다. 트렌드 세터였던 나에게 소풍과 수학여행 전에는 항상 친구들의 스타일링 의뢰가 빗발치기도 했다.

그 당시 유명한 잡지모델로는 김현주, 배두나, 김민희, 김효진, 공효진이 유명했고, '스톰'이라는 브랜드로 송승헌, 김남진, 김하늘이 활동하던 시기였다.

"나도 저 모델들처럼 잡지와 화보에 나갈 수 없을까?" 매일 거울을 보며 표정 연습을 하고 키 크기 운동을 했다.

그러던 중 고등학교 1학년 겨울, 잡지를 넘기다 뒷장에 있는 '모델 구함'이라는 광고를 발견했고 그 즉시 사진을 보냈다.

며칠 후 모델에이전시에서 무선호출기(일명 '삐삐')로 연락이 왔다. 신사동 사무실로 실물 미팅을 오라고 말이다. "단 번에 이런 기회가 오다니!" 뛸 듯이 기뻤다.

나는 새벽에 일어나 젓가락을 가스버너에 달궈 웨이브 헤어를 하고 최대한 멋을 부린 후 사촌언니 도움을 받아 서울로 향했다. 서울에 사시는 외숙모와 만나서 사촌언니와 나, 이렇게 세 명이 에이전시를 찾아갔다.

"미팅하는데 왜 이렇게 많이 왔어요?" 들떠서 찾아간 나와는 달리 에이전시 실장님은 대수롭지 않게 말씀하셨다. 6시간 넘게 버스를 타고 가서 한 미팅 시간은 10분도 채 되지 않아 끝이 났다.

미팅 후 결과는 의외로 좋았다. 하지만 부모님의 반대로 모델 데뷔를 할 수 없게 되었다.

당시만해도 고향에서는 연예인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들이 있었고, 5세부터 피아노를 배운 나에게 부모님은 피아니스트가 되길 희망하셨다.

그 후로도 몇 번이나 부모님을 졸랐지만 모델을 하고자 하는 내 꿈은 허락되지 않았다. 모델의 꿈을 가슴에 품은 채 고1이 지나고 고2도 속절없이 흘러갔다.

▲ 12살 때의 내 모습. 어릴 적부터 패션 모델에 관심이 많아 종종 모델 포즈를 취했다. [사진=배선영 대표 제공]

고3이 됐다. “서울로 가야 내 꿈을 펼칠 수 있겠구나…”라고  궁리를 하던 중 우연히 하교 길 전봇대에 붙어있는 사진학원 포스터를 발견했다.

“그래 , 저거야!” 순간 머리가 뻥 뚫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나는 모델의 꿈은 잠시 접은 채 부모님을 설득해 사진학원에 들어갔다. 5개월 동안 사진 입시 준비 후 운좋게도 사진학과에 진학할 수 있었다.

한동안 사진이 너무 좋았다. 흑백필름을 현상하고 인화 하고… 모델이 아니라면 포토그래퍼가 될 것만 같은 내 자신이 멋있었다.

하지만 교수님은 강의 시간에 인물 촬영기법을 설명하면서 나에게 모델을 자꾸만 시키셨다. 학교 사진과 홈페이지에도 모델로 나왔다. 동기들과 선배들로부터도 모델을 서달라는 부탁을 많이 듣곤 했다.

'역시 내 운명은 모델이 되라는 건가?' 점점 사진에 대한 흥미는 반감되었다.

대학교 1학년 2학기. 난 진짜 모델이 되고 싶어 졌다. 아니 하고 싶어 '미칠' 것만 같았다.

그래서 모델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던 중 차승원, 이소라, 권상우, 공효진 등 유명한 모델들이 모델라인 출신이라는 소식을 접했다. 그곳에 가면 모델이 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모델라인에 오디션을 보고 어렵게 입학해 4개월간의 모델과정을 밟게 되었다.

“나도 여기만 수료하면 바로 톱 모델이 되는구나.” 세상을 얻은 듯이 설렜다. 하지만 그것이 엄청난 착각이라는 사실을 알기까지는 많은 세월이 필요하지 않았다. .

모델 교육을 받을 때 워킹 연습은 생각보다 너무 힘들었다. 하지만 그보다 나를 정신적으로 힘들게 한 것은 주위에서 툭툭 내뱉는 한마디였다.

“넌 키가 작아서 모델은 절대로 될 수 없어!”  교육을 받을 때만 해도 이 말을 그저 웃어넘기곤 했다.

동기 중에는 현재 배우로 활동하는 유인영이 있었는데, 내 둥근 얼굴은 그 친구의 작은 얼굴과 비교 대상이 되기도 했다.

'선천적인 것을 바꿀 수 없다면 후천적인 노력으로 승부를 보자.' 나는 이렇게 다짐하며 체형교정을 비롯해 그 누구보다 워킹 연습에 매진했다.

당시 아무도 나의 가능성을 알아주지 않았지만 한 분만은 내게 희망이 되어 주셨다. 워킹 선생님이었다.

“선영이가 워킹을 제일 잘해.” 그 말 한마디는 내게는 천군만마나 다름없었다. 덕분에 그후에도 힘들때마다 그 말씀을 떠올리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모델라인만 졸업하면 누구나 다 톱 모델이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수료 후 프로필 사진을 수 십군데 돌렸지만 그 어디에서도 연락이 오지 않았다.

▲ 2010년 뉴욕 패션위크에 참가했을 때 백스테이지에서 동료 모델과 함께 한 모습. [사진=배선영 대표 제공]

그러던 중 하루는 전화가 걸려 왔다.

“배선영 씨 맞으시죠?”

“네.”

“여기 ‘길목잡지’사인데요. 내일 역삼역에 있는 저희 사무실로 미팅 오세요.”

나는 '드디어 내가 잡지모델로 데뷔하나 보다'라고 생각하니 날아갈 것만 같았다.

그 다음날 신이 나서 한껏 멋을 부리고 역삼역에 갔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도 그런 잡지사 간판은 발견할 수 없었다.

'아, 감쪽같이 속았구나!' 그제서야 모델라인 동기가 장난을 쳤다는 걸 알아차렸다. '길목잡지'의 길목은 '큰 길에서 좁은 길로 들어가는 어귀'라는 뜻. 한마디로 '길거리'라는 뜻이었다.

정말 천당과 지옥을 경험했다. 짓궂은 동기가 얄미웠지만 그렇다고 그 누구도 탓 할 수 없었다. 내가 못나서 지금 아무것도 안 된다는 그 사실만이 가슴을 짓눌렀다. '나는 이토록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허탈감, 그런 자괴감이 한참 동안이나 나를 괴롭혔다.

그 후 모델 일은 하지도 못했고, 사진학과 전공을 살려볼 참으로 강남 역 '스타샷'이라는 곳에 취직했다. 주로 친구, 가족 단위로 기념 사진을 찍으러 오고 증명사진도 찍어주는 곳이었다. 하지만 이것도 뜻대로 되지 않았다. 나는 긴장한 나머지 실수를 해 손님들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

박봉에도 나름대로 열심히 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사진관에 걸려 있던 사진 한 장이 또 나의 꿈을 일깨워 주었다. '이 사진의 주인공은 캐스팅되어서 현재 모델로 활동 중이다'라는 말을 듣게 된 것이다.

▲ 지난 9월 4일 스포츠Q와 인터뷰할 때의 모습. [사진=스포츠Q DB]

난 그곳을 두 달 반만에 그만두고 나와 다시 모델 도전에 나섰다. 인터넷에서 모델을 구한다는 에이전시 수십 곳에 사진을 보냈는데 겨우 한 곳과 연락이 닿았다. 프로필 사진을 잡지사에 돌렸는데, 드디어 첫 촬영을 하게 된 것이다.

'에꼴'이라는 잡지로 데뷔를 했다. 스커트와 재킷의 여성스러운 의상이었는데 나는 어울리지 않는 포즈를 취해 촬영할 때 기자 언니한테 많이 혼났다.

그 후 1주, 2주, 한 달을 넘게 기다렸지만 기회는 두 번 다시 오지 않았다. 어쩌면 실패는 당연한 것이었다. 그때 나는 아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델을 하고 싶다는 생각만 있었을 뿐, 모델로서 포즈와 표정에 대한 연구와 연습도 하지 않은 채 오직 모델을 하고 싶다는 일념만으로 무작정 밀어붙였으니 실패는 뻔했다.

그 후 또 한참을 쉬게 되었고, 에이전시마다 우편과 발품을 팔아가며 프로필 사진을 돌렸지만 나는 해가 한두 해 바뀌어서도 일을 하지 못했다.

"넌 키가 작아서 모델을 할 수 없어!"

모델라인 때 주위에서 하던 말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정말… 나는 모델이 될 수 없는 걸까?"

"수많은 모델 지망생들을 제치고 난, 모델로 성공 할 수 있을까?"

어두운 터널 속에 서 있는 나에게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계속>

패션 인생 스토리② 소녀, 드디어 모델이 되다 도 함께 보세요^^

[인터뷰] 우리 모두는 자신의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 '스타일원미' 배선영 대표 도 함께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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