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다시는 월드시리즈에 진출하지 못할 거야!”

1945년 월드시리즈. 빌리 사이아니스라는 팬은 염소 머피를 끌고 리글리 필드(시카고 컵스 홈구장)를 방문했다가 쫓겨나면서 이렇게 외쳤다. 컵스는 이후 정말로 월드시리즈 문턱조차 밟지 못하는 불운의 상징이 됐다.

염소의 저주가 마침내 깨졌다. 시카고 컵스가 108년 만에 월드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조 매든 감독이 이끄는 시카고 컵스는 3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프로그레시브 필드에서 열린 2016 메이저리그(MLB) 월드시리즈 7차전에서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를 연장 10회 접전 끝에 8-7로 물리쳤다.

홈에서 벌어진 3,4차전을 내줘 1승 3패로 몰렸던 컵스는 기적의 3연승으로 우승을 일궈 시카고를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역대 월드시리즈 7차전 연장 승부서 원정팀이 이긴 건 이번이 처음, 포스트시즌에서 4번 완봉패를 당하고도 우승한 것도 컵스가 최초다.

혈전이었다.

컵스는 1회초 선두타자 덱스터 파울러의 중월 솔로포로 기선을 제압했다. 3회말 카를로스 산타나에게 적시타를 맞아 동점을 허용했지만 4회 에디슨 러셀의 희생플라이, 호세 콘트레라스의 적시타로 2점, 5회 하비에르 바에스의 솔로포, 앤서니 리조의 적시타로 2점을 더 뽑았다.

클리블랜드도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 5회말 2사 2,3루서 존 레스터의 폭투 때 주자 2명이 홈을 밟아 추격을 알렸다. 2루 주자 제이슨 킵니스는 공이 멀리 빠진 걸 보고 지체 없이 파고드는 센스를 발휘했다.

컵스는 6회초 은퇴를 선언한 데이빗 로스의 뜬금 솔로포로 6-3으로 스코어를 벌렸다. 패색이 짙던 클리블랜드는 8회말 컵스 마무리 아롤디스 채프먼을 상대로 브랜든 가이어의 우중간 2루타, 라자이 데이비스의 좌월 투런포로 동점을 만들었다.

9회 공방은 무득점. 양팀의 경기는 연장으로 향했다. 컵스는 10회초 카일 슈와버의 안타, 앤서니 리조의 고의사구로 잡은 1사 1,2루 찬스서 벤 조브리스트의 2루타, 미겔 몬테로의 적시타로 2점을 뽑아 달아났다.

클리블랜드는 10회말 2사 후 가이어의 볼넷과 도루, 데이비스의 중전 적시타로 한점을 추격했지만 마이클 마르티네스가 3루 땅볼로 물러나 와후 추장의 저주를 풀지 못했다. 68년 만의 기다림은 3연패로 물거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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