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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영의 도시 탐험]서울 한양도성길 따라 걷기 꿀맛 같아요...이화벽화마을 있는 낙산구간은 편안한 역사여행 코스로 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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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영의 도시 탐험]서울 한양도성길 따라 걷기 꿀맛 같아요...이화벽화마을 있는 낙산구간은 편안한 역사여행 코스로 각광
  • 이두영 기자
  • 승인 2017.03.25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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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이두영 기자] 동대문· 창신동·동숭동 대학로 일대의 도심과 북악산, 북한산까지 보이는 전망! 좁디좁은 골목길을 두고 어깨를 겯듯 바짝 붙어 있는 정겨운 여염집들. 수줍게 꽃망울을 터트리는 산수유, 명자나무들. 서울한양도성 낙산구간(혜화문~흥인지문) 언덕에는 훈풍이 가득합니다. 가벼운 차림으로 성곽길을 걷는 역사여행을 해보면 어떨까요?

한양도성은 조선 태조 이성계가 1396년에 백악산(북악산) · 낙타산(낙산) · 목멱산(남산) · 인왕산 등 내사산(內四山)의 능선을 따라 쌓은 수도방위 시설입니다. 성곽 중간 중간에 흥인지문(동대문)· 숭례문(남대문)· 돈의문· 숙정문 등 4대문이 설치됐지요. 아쉽게도 지금은 동대문과 남대문만 남아 있습니다.

서울 한양도성 낙산구간에 있는 이화동 벽화마을의 명물 그림인 '천사의 날개'는 인증샷을 찍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로 인기가 높습니다.

내사산은 4대문을 감싸며 울타리 구실을 했습니다. 그 바깥쪽의 용마봉(동쪽), 관악산(남쪽), 덕양산(서쪽), 북한산(북쪽) 등은 외사산이라 했습니다.

조선시대에는 한양도성 따라 걷기가 꽤 매력적이었나 봅니다. 정조시대의 학자 유득공이 세시풍속을 적은 경도잡지에도 이 같은 ‘순성놀이’가 나옵니다. ‘도성을 한 바퀴 돌며 안팎의 멋진 경치를 구경하는 놀이’라는 뜻이지요.

현재 복원된 성벽의 길이는 18.6km이며 6개의 코스로 나뉘어 있습니다. 그중 ‘난이도 상’ 코스는 ‘인왕산 구간(돈의문 터~월암근린공원~인왕산 순성길~창의문)’과 백악구간(창의문~숙정문~말바위 안내소~와룡공원~혜화문)입니다. 최소한의 등산 채비는 갖춰야 할 코스입니다.

남산(목멱산)구간은 ‘난이도 중’이며, 장충체육관~체육관 뒷길~나무계단~남산N타워~백범광장 구간입니다.

나머지 3개의 구간은 거의 평지입니다. 그 중 혜화문에서 출발해 낙산공원, 한양도성 박물관, 동대문 성곽공원을 지나서 흥인지문에 이르는 ‘낙산구간’의 경관이 가장 뛰어납니다. 성곽길을 따라 시내 전망을 즐기며 오래된 마을의 정취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각자성석
동대문 부근 한양도성
동대문 성곽공원

 흥인지문에서 시작해 동대문역사공원, 광희문을 지나 장충체육관에 이르는 ‘흥인지문 구간’과, 백범광장에서 출발해 숭례문과 정동을 지나 돈의문 터에 이르는 ‘숭례문 구간’에는 성벽이 없습니다.

저는 낙산구간을 둘러봤습니다. 동대문쪽에서 출발했습니다. 동대문 종합시장, 두타몰, 밀리오레 등 대형쇼핑센터와 동대문 디지털플라자(동대문 DDP) 등 관광명소가 있어서 동대문 성곽공원으로 오르는 외국인이 꽤 많습니다. 낙산구간은 빨리 걸으면 40분 정도 걸리지만 이화벽화마을을 둘러봐야 하기 때문에 1시간 이상 소요됩니다.

흥인지문과 마주한 성벽 외벽에는 글자들이 새겨져 있습니다. 성을 쌓을 당시 공사 감독관 이름과 날짜 등을 새긴 각자성석(刻字城石)입니다.

동대문성곽공원의 계단길로 걸어 올라가서 뒤를 보면 동대문시장 일대의 고층건물과 동대문DDP 등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한양도성박물관(서울 디자인지원센터)는 바로 근처에 있습니다. 성벽 너머로 보이는 동네는 창신동 봉제마을입니다.

큰 절벽이 보이는 창신동 봉제마을

거대한 절벽을 중심으로 꽤 비탈진 언덕에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게 신기합니다. 퇴색된 가옥들은 인근 아파트숲과 묘한 신구 대조를 이룹니다. 이 바위 절벽은 구한말~일제강점기에 채석장으로 쓰였는데, 1960년대에 동대문시장에 옷을 만들어 대던 하청업체들이 몰려들면서 봉제 산업 단지로 자리매김을 했답니다.

도성 옆 언덕에는 지난 60~70년대를 떠올리는 여염집들이 소박하게 붙어 있습니다. 낡고 헐거운 주택풍경에 어울리게 명자나무들이 꽃을 피울 준비를 하고 있어 더욱 정겹습니다. 멀뚱히 선 산수유도 샛노랗게 만개해 관심끌기를 합니다.

이화동 벽화마을에 다다르니, 한 할머니가 관광객들을 바라보며 여유롭게 앉아 있습니다. 비탈진 이화마을에서 평생을 보내신 그 할머니에 따르면, 이 일대는 성곽이 있는 자리까지 판잣집들로 빽빽이 들어차서 꼬질꼬질했습니다. 지금은 번잡한 아랫동네에 비해 공기도 더 좋으니 더욱 행복하답니다.

이화마을 초입. 명자꽃이 피기 시작했습니다
이화동
이화동 벽화마을

이화동 벽화마을은 2006년부터 벽화 작업을 시작해 이색적인 동네로 탈바꿈했습니다. 벽과 계단에 그려진 그림들 덕분에 동네가 환해졌습니다. 이색카페와 선물가게 등이 마련돼 찾는 이도 많아졌습니다.

그러나 호사다마라 했던가요. 너무 많은 관광객 때문에 소음공해가 심화됐습니다. “수백 명이 몰려들어 웃고 떠들고 마이크로 안내방송을 하고...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었습니다.” 한 주민은 하소연을 했습니다. “사드 때문에 중국인들이 안 오고 있잖아요? 계속 안 왔으면 좋겠어요.”

그러나 주민들의 고민은 그것뿐이 아닙니다. 구청의 일처리와 주민간의 이해관계가 얽혀 혜화역 주변 관광명소로 소문났던 이화벽화마을의 잉어계단과 꽃계단이 곱지 않은 모습으로 변한 사실입니다. 겨울이 지나고 새봄에 지고지순한 배꽃이 피듯이 마을 꾸미기의 대표적 사례로 꼽혔던 이화마을에 좋은 일만 일어나기를 간절히 소망해 봅니다.

이화마을 끝을 지나 서울 한양 도성길을 조금만 걸으면 벚꽃이 한창 피기 시작하는 동숭동 낙산공원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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