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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연기파 '악녀' 손성윤, 알고 보면 끝없이 발전하는 '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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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연기파 '악녀' 손성윤, 알고 보면 끝없이 발전하는 '천사'
  • 박영웅 기자
  • 승인 2014.10.31 11: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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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자 Tip!] 거의 모든 여배우에게 예쁘고 비중 있는 배역을 맡는 것은 첫 번째 꿈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여배우들의 공통적인 자세와는 전혀 다른 마인드로 연기에 접근하는 여배우가 있다. 바로 손성윤(30)이다. 지난 2009년 본격적인 연기자의 길로 들어선 그는 조연과 주연을 넘나들며 많은 연기를 해왔다. 하지만 작품을 해온 기간에 비해 아직 알려지지 않은 '미완의 대기'였다. 이런 그녀가 아침 드라마 '삼생이'를 거쳐 '마마'를 통해 완성형 여배우로 변모해 나가고 있다. 바로 악역을 통해서다. 그는 대놓고 "악역을 좋아한다"며 진짜 연기를 해보고 싶다는 포부를 당차게 드러냈다.

 

[스포츠Q 글 박영웅 기자· 사진 노민규 기자] 지난 24일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손성윤은 MBC 주말드라마 '마마'에서 문정희의 남편 정준호를 유혹하던 악녀 강래원 배역과 전혀 다른 이미지였다. 특히 가냘픈 몸매와 청순해 보이는 아름다운 얼굴은 "이 배우가 과연 악녀였을까?"라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대화를 나누며 연기 이야기를 꺼내는 순간 그는 "역시"라는 단어가 나올 만큼 당차고 발전하는 배우였다.

◆'마마'의 성공? 기분 좋지만, 전 아직 발전 중이에요

손성윤이 출연한 드라마 '마마'는 매우 성공적인 주말드라마 역사를 써나갔다. 초반 밋밋한 신파극에 지나지 않는다는 혹평을 연기파 배우들의 연기를 통해 반전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시청률이나 화제성 측면에서 매우 성공적인 스토리를 쓴 셈이다. 이런 스토리에는 분명히 손성윤의 이름도 들어있다. 하지만 그는 이런 '마마'의 성공을 자신이 그대로 받기에는 많이 부족하다는 겸손함을 보여줬다.

"'마마'가 잘돼서 매우 좋고 이런 드라마에 출연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어요. 이런 인기 있는 드라마에서 센 역을 한 건 더욱 영광이죠. 하지만 '마마'의 성공에 저는 100% 크게 웃기는 힘들다고 생각해요. 아직 부족했던 점, 연기의 완성도 등에서 더 발전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에요."

손성윤이 말하는, '구체적으로 '마마'에서 발전해야 했던 부분'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그는 명쾌한 답변을 내놨다.

 

"'마마'에서 시청자들에게 알려진 제 이미지는 단순히 세고 나쁘다는 부분만 두드러진 것 같아 아쉬워요. 사연이 없는 악역처럼 보인 것 같아요. 제가 더욱 노력했어야 했죠."

"거기에 섹시 이미지가 들어가 있어 연기하는 데 애를 먹었던 점도, 더 잘할 수 있었는데... 재미있었으면서도 아쉬움이 많이 남아요. 다만 앞으로 이런 역을 계속 하고 싶은 저로서는 많은 자양분이 된 작품이 '마마'예요."

◆불륜 역을 했다고 제 실제 성격을 그렇게 보시면 안 돼요~!

손성윤이 '마마'에서 열연한 강래원 역은 문정희의 남편 정준호를 유혹하는 '나쁜 여자'였다. 이런 배역의 성격 때문에 손성윤은 유부남을 꼬이는 나쁜 여자라는 이미지로 대한민국 아줌마들 사이에서 '공공의 적'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본인 스스로는 불륜을 저지를 만한 성격이 절대 아니라며 두 손을 저었다.

"강래원 역을 하고 나서 아줌마들이 저를 보시는 눈빛이 달라지신 걸 느꼈어요. (웃음) 유부남을 꼬이는 젊은 악녀이니 오죽했겠어요? 누구는 연기를 매우 잘해서 그런 거라고 위로 아닌 위로도 해주시더라고요. 하지만 진짜 제 모습은 절대 그렇지 못해요. 제가 실제 연예를 하면 전 무조건 남자에게 충실하고 한 사람만 보는 현모양처 같은 스타일이에요."

 

◆험난했던 데뷔과정 그리고 무명시절

악녀 연기 하나로 이처럼 아줌마들 사이에서 '공공의 적'이 될 만큼 능수능란한 연기력을 갖춘 손성윤은 하늘에서 뚝딱 떨어진 배우가 아니다. 정말 오랜 시간 무명과 조연 생활을 거친 후 완성된 배우다. 그의 데뷔과정과 힘겨웠던 연기자 생활이 궁금했다.

"사실 제가 연예인 생활을 하기로 마음먹은 것은 무려 15년 전이었어요. 고1 때죠. 당시에는 가수가 꿈이었어요. 그래서 연예인 준비를 하던 친구를 따라 소속사에 들어갔고 6개월 이상 걸그룹 준비를 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제가 노래를 잘하는 편이 아니었고 학교에도 적응하지 못하면서 방황했죠. 결국 데뷔하기 전에 걸그룹을 탈퇴했어요."

"다시 고등학교로 돌아온 저는 연기자의 꿈을 키우며 대학을 진학하기로 했죠. 무작정 연기학원을 나갔어요. 그런데 하루 이틀 계속 연기를 하다 보니 제가 이 부분에 재능이 있는 거 아냐라는 생각이 들면서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결국 대학에 합격했고 본격적으로 진짜 연기를 배우게 됐어요."

 

잘 풀려 갈 것만 같던 손성윤의 연기인생. 그러나 쉽지 않은 길이었다. 그에게 긴 무명 시절은 끝나지 않는 듯했다.

"대학에서 닥치는 대로 이것저것 연기하면서 첫 꿈은 뮤지컬 배우였어요. 그러나 또 노래가 발목을 잡더라고요. 수많은 오디션에서 낙오했죠, 그러다 한 소속사를 만났고 무대를 넘은 연기 경험으로 스펙트럼을 넓혀야겠다는 생각에 계약을 체결했죠. 이후 광고모델과 드라마 조연을 주로 하면서 본격적인 연기자의 길에 들어섰어요."

"하지만 무명생활이 이어졌어요. 비중 적은 조연을 소화하며 광고 위주의 활동을 이어가면서 배우로서는 힘겨운 삶을 살아간 거예요. 너무 힘들고 외로운 순간이었어요."

◆'삼생이'는 연기인생의 터닝포인트

드라마 '삼생이'는 손성윤의 배우인생에 반전시나리오를 쓰게 해 준 작품이다. '삼생이' 금옥이 역을 통해 손성윤은 본격적인 악역의 세계에 들어가게 됐고 비중 있는 주연배우로서의 면모도 갖추게 됐다.

"당시 수많은 오디션을 준비하던 도중에 '삼생이' 오디션이 있었죠. 처음에는 큰 기대를 안 했던 상황이에요. 하지만 당시 감독님께 꼭 악역을 해보고 싶다는 말을 당차게 드렸고 이런 점을 주목해 보셨는지 저를 낙점하셨죠. 꿈만 같았어요."

"꿈같이 합격한 '삼생이'는 저에게 인생의 터닝포인트 같은 작품이죠. 이전까지 드라마 속 캐릭터의 감정을 깊이 있게 소화하지는 못했는데 '삼생이'를 통해 이를 배우게 됐어요. '삼생이'의 금옥이는 비록 악역이었지만 이유가 있고 진심이 있는 악역이었기 때문이죠. 다시 한 번 감사하는 것이 바로 '삼생이'입니다."

 

◆손성윤만의 연기적 목표와 연기관

손성윤은 배우로서 힘든 시간이 길었던 만큼 앞으로의 연기적 목표와 연기관이 뚜렷하게 잡혀 있는 배우였다. 단순히 본인이 가진 미모만을 내세우는 그저 그런 배우가 아니었다. 그의 당찬 포부를 들어봤다.

"배우로서 목표라면 두 가지가 있어요. 우선 하지원 선배 같은 배우가 되는 거죠. 하지원 선배 같은 경우는 드라마 '황진이'에서 같이 연기를 한 적이 있었어요. 전 조연이라 바라만 보았는데 그냥 보는 것 만으로도 연기가 보이더군요. 그때부터 큰 감동을 하고 롤모델이 됐어요."

"그리고 전 앞으로 누군가를 울리는 연기를 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누군가를 울릴 수 있다는 것은 시청자들에게 감동과 믿음을 주는 배우라는 소리죠. 그래서 연기관 역시 믿음과 감동을 주는 연기를 하자는 확실한 기준이 있답니다."

마지막으로 손성윤은 본인을 한 줄로 설명해 달라는 그의 성격다운 센스를 발휘했다.

"전 고난에서도 4전 5기로 일어서는 배우예요. 그래서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배우죠." (웃음)

 

[취재 후기] 손성윤은 실제로 만나 보니 정말 뛰어난 미모와 내면의 깊이를 가진 배우였다. 왜 그동안 무명생활이 길었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이야기를 나누면서 깨달았다. 그가 원하는 연기와 목표, 이를 완성하기 위해 오랜 시간을 참아왔다는 것을. 그래서 손성윤은 더욱 기대되는 배우다. 그의 화려한 비상을 기대해 본다.

dxhero@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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