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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6일만에 부활포 터뜨린 박주영, '나는 브라질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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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6일만에 부활포 터뜨린 박주영, '나는 브라질로 간다'
  • 강두원 기자
  • 승인 2014.03.06 05: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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갖가지 논란 불식시키며 득점력 빈곤 해결해 줄 적임자로 부상

[스포츠Q 강두원 기자] 박주영(29·왓포드)이 부족한 실전 감각에도 원칙까지 깨어가며 자신에게 기회를 준 홍명보 국가대표팀 감독에게 완벽한 선제골로 보답했다.

박주영이 6일(한국시간) 그리스 아테네 카라이스카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그리스와의 원정 평가전에서 전반 18분 선제 결승골을 터뜨리며 한국의 2-0 완승을 이끌었다.

전반 초반부터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주던 박주영은 그리스 진영 왼쪽 부근에서 상대 수비 뒷공간을 파고들었고 박주영의 움직임을 감지한 손흥민이 공간패스를 넣어주자 지체 없이 달려들며 반 박자 빠른 왼발슛으로 선제골을 성공시켰다.

패스가 등 뒤에서 넘어온 만큼 타이밍을 잡기 어려운 상황이었으나 정확한 임팩트를 통해 득점으로 연결했다. 전성기를 연상시키는 박주영의 고감도 논스톱슛이었다.

박주영의 A대표팀에서의 골은 지난 2011년 11월 11일 2014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 아랍에미리트와의 경기에서의 득점이 마지막이었다. 무려 846일만에 맛본 중요한 골이었다.

박주영은 전반 7분에도 상대 문전을 등진채 골마우스 오른쪽으로 침투하는 이청용에게 결정적인 터닝 패스를 연결하는 등 주위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공격감각을 보였다.  

선제골 이후에도 전후좌우 가리지 않고 폭넓은 움직임을 보여준 박주영은 전반 45분을 충실히 소화한 후 후반 시작과 함께 김신욱과 교체되며 복귀전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박주영은 이번 대표팀에 합류하기 전까지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2011년 여름 당시 2부리그로 강등된 소속팀 프랑스 AS모나코를 떠나 잉글랜드의 명문 아스널로 이적한 박주영은 백넘버 9번을 배정받으며 팬들의 기대감을 불러일으켰지만 예상과는 달리 주전경쟁에서 밀리며 그라운드에 모습을 비추지 못했다.

아스널에서의 부진에도 박주영은 홍명보 당시 올림픽대표팀 감독의 확고한 신임으로 2012 런던올림픽 대표팀에 합류했다. 박주영은 올림픽 본선에서 논란을 의식하기라도 한 듯 자신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올림픽 사상 첫 동메달이라는 값진 결과물을 얻어냈다.

런던 올림픽에서의 활약을 발판 삼아 부활을 노린 박주영은 새로운 이적생 올리비에 지루, 루카스 포돌스키 등에게 또 다시 밀리며 아스널 입성 1년 만에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셀타 비고로 임대를 떠났지만 적응에 실패하며 소득없이 아스널로 복귀했다.

박주영의 고난은 끝을 알 수 없었다. 주전 선수가 부상으로 빠졌음에도 선수명단에 이름조차 올리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했고 출전 시간 보장을 위해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리그) 왓포드로 임대를 떠났으나 여전히 주전 경쟁에서 제외되며 그라운드에 나서지 못했다.

그러나 홍명보 감독은 부진에 빠져 있는 제자를 외면하지 않았다. 브라질-전지훈련을 끝내고 유럽파 점검을 위해 영국을 찾은 홍 감독은 박주영을 만나 그의 각오를 들었고 이내 그리스전 명단에 박주영의 이름을 집어넣었다.

박주영이 명단에 포함되자 많은 언론과 전문가들은 찬반 의견을 내놓았다. 박주영이 득점력 빈곤에 빠진 대표팀 공격진을 되살릴 적임자라는 의견과 실전 감각이 바닥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대표팀 원톱 자리에 그를 배치하는 것은 오히려 독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줄을 이었다.

박주영은 이런 찬반 논란에 자유로운 몸은 아니었지만 “내 모든 것을 보여주겠다”며 남다른 각오를 보였다. 홍 감독 역시 그리스전 선발 원톱 자리에 그를 배치시키며 힘을 불어 넣어줬다.

그는 결국 2012년 런던 올림픽 때처럼 전반 18분 클래스가 느껴지는 왼발슛 하나로 모든 것을 보여주며 자신의 부활을 알렸다.

앞으로 월드컵까지 3개월, 소속팀 왓포드로 돌아가 또 다시 주전 경쟁을 펼쳐야 하는 박주영이지만 대표팀에서의 그의 입지는 분명히 확고해졌다.

kdw0926@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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