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이두영 기자] 억새와 갈대의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신경림 시인은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로 시작되는 시를 써서 익어가는 가을을 질펀하게 펼쳐놓았습니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다는 것을 그는 몰랐다’고 끝을 맺는 그의 시 ‘갈대’는 9,10월에 누구나 느낄 법한 사색과 낭만의 정한을 대변합니다. 그게 바로 가을에 가볼만한 국내여행지를 추천할 때 으레 억새나 갈대 명소를 떠올리는 이유가 아닐까요?

전국의 억새명소 중 수도권의 서울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옆에 조성된 월드컵공원은 인기가 가장 높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월드컵공원 내 하늘공원이 뻥 뚫린 하늘 아래 억새를 비롯해 코스모스, 메밀꽃, 구절초, 개망초 등 가을꽃의 명소일 뿐만 아니라, 지하철 6호선 월드컵경기장역과 경의중앙선 수색역을 끼고 있어서 가는 길도 편리하기 때문입니다. 주차장 시설도 넉넉해서 가는 방법을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나들이 장소가 하늘공원이지요.

월드컵공원은 크게 평화의공원, 하늘공원, 노을공원 등 3 구역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그 아래 강변북로 아래 한강둔치는 난지한강공원으로 말끔히 단장돼 있으며 물놀이장, 난지캠핑장, 자전거공원,700요트클럽, 거울분수, 생태습지원, 국궁장 등이 조성돼 있어서 전천후 레저·휴식· 야영 장소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완연한 가을 10월이면 하늘공원에서 서울억새축제가 벌어지곤 합니다. 2017년 축제는 10월13일부터 19일까지로 일정이 잡혀 있습니다. 

억새꽃은 만개했을 때가 가장 화려하지만 피기 시작할 때에도 그 못지않은 색감을 발산하기 때문에, 9월 이맘때 가도 볼만합니다. 오히려 초록색 잎과 갓 피어나는 꽃이 적절한 색의 대비를 이루면서 만개 시보다 더 큰 즐거움을 느끼게 하기도 합니다. 억새는 개화기간이 보통 9월 중순부터 10월말 정도로 길기 때문에 가을 내내 볼 수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억새라는 명칭은 이엉에서 나온 ‘억’과 잎이 좁은 외떡잎식물의 화본형 잎을 부르는 순수한 우리말인 ‘새’의 합성어입니다. 보통 억새로 불리는 식물은 참억새이거나 거기에서 파생된 변종입니다. 

갈대가 습지나 바닷가 등 물기가 많은 곳에 서식하는 반면 억새는 건조한 땅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억새군락지로 유명한 경기도 포천시 명성산, 충청남도 홍성군 오서산, 경상남도 창녕군 화왕산, 강원도 정선군 민둥산, 전라남도 장흥군 천관산 등은 산불이나 방목 등으로 크게 훼손된 적이 있는 곳입니다. 망가진 자연을 기회의 땅으로 삼는 억새의 생명력은 참으로 경이롭습니다.

억새 군락지는 전국에 걸쳐 무척 많습니다. 일산호수공원을 비롯해 파주 운정호수, 안산의 호수공원, 부천상동 호수공원 등 전국의 도시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또 대전과 청원을 낀 대청호, 충주호, 산정호수, 시화호, 옥정호, 예당저수지,우포늪, 평택호,의림지, 화진포, 주남저수지, 청평호수,호명호수, 의암호, 합천호,궁남지, 기산저수지, 영랑호, 팔당호,경포호, 탑정호, 청초호, 천장호 등 숱한 호수 주변에서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억새가 가장 넓게 펼쳐진 곳으로는 울산시 울주군 영남알프스지요. 간월산 간월재, 신불산, 재약산 사자평, 가지산 등.

서울에서는 도봉동에 위치한 서울창포원 억새원, 여의도 한강공원 샛강생태공원 물억새 군락지 등 한강 주변과 양재천,탄천,중랑천,안양천 등 개천에서도 물과 어우러진 억새의 멋진 광경을 구경할 수 있습니다. 부산에서는 금정산,승학산,삼락생태공원, 맥도생태공원 등이 억새가 많은 여행지입니다. 이들 장소는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도 인기가 높습니다.

한편 수색역 부근 MBC 신사옥 주변에는 괜찮은 음식점이 즐비합니다. 개중에는 꽤 괜찮은 맛집도 있고 저렴하게 끼니를 때울 수 있는 식당도 있습니다. 가을에 국내 여행지 베스트10 중 하나로 포함시킬만한 하늘공원에서, 혼자든 친구끼리든 애인과 함께든, 가을 낭만을 마음껏 누리기 바랍니다. 벌써 억새꽃이 은빛으로 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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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영 기자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