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이세영 기자] “리더가 보이지 않는다.”
차상현 서울 GS칼텍스 감독은 지난 10월 31일 화성 IBK기업은행전을 0-3으로 패한 뒤 선수단을 향해 쓴 소리를 했다. 코트에서 구심점 역할을 해줄 선수가 보이지 않는다고 아쉬워했다. ‘코트 안의 감독’이 있을 때 팀이 한 방향으로 갈 수 있다고 믿는 차 감독이다.
지난 9월 열린 천안‧넵스컵 프로배구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던 GS칼텍스가 2017~2018시즌 V리그 초반 3연패 늪에 빠지며 첫 번째 위기에 봉착했다. 어린 선수들이 주축을 이루는 GS칼텍스는 이 난관을 어떻게 극복할까.
현재 1승 3패 승점 2로 최하위에 머물러 있는 GS칼텍스는 개막전 승리 후 3연패 수렁에 빠져 있다.
IBK기업은행전에서는 리시브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강소휘와 표승주가 어느 정도 해줘야 하는데, 자주 흔들렸다. 리시브가 안 되다보니 공격도 제대로 발휘되지 않았다. 결과는 한 세트도 따지 못하며 완패. 분위기 반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경기 후 차상현 감독은 “기본기가 전혀 되지 않았다. 리시브가 불안했다”면서 팀의 불안요소가 모두 노출됐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이게 우리의 실력이기도 하다”고 현실을 직시했다. 천안‧넵스컵 대회에서 우승한 건 냉정히 말해 선수들의 실력이 120% 발휘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나부터 시작해 처진 분위기를 수습하겠다. 어떤 방법으로든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GS칼텍스는 프로배구 여자부 6개 팀 중 선수들의 평균 연령이 가장 낮다. 1985년생으로 올해로 32살인 외국인 선수 듀크를 제외하면 국내 선수 중 최고참은 1990년생인 리베로 나현정이다. 다른 팀이었다면 중고참 정도였을 선수가 팀에서 가장 나이가 많다. 이소영의 부상으로 올 시즌 주 공격수를 맡고 있는 강소휘는 1997년생으로 이제 20살이다. 한 번 분위기를 타면 경기력이 극강으로 치닫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코트에서 평정심을 유지하는 게 어려운 나이다.
차상현 감독은 “(강)소휘가 리시브가 안 되다보니 다른 것도 안 되더라. 팀에서 에이스로 밀고 있는데, 터져주지 않으니 전체적으로 불안해지는 게 있다”면서 “리시브를 보완하는 게 우선 과제다. 그게 아니면 블로킹이든 수비든 무언가는 돼야 한다. 전체적으로 안 되는 게 아쉽다”고 말했다.
코트에서 특별히 파이팅을 불어넣어주며 어떤 상황에서도 선수들을 이끌 수 있는 리더가 없는 것도 아쉬운 부분. 차 감독은 “코트에서 리더가 보이지 않는다. (표)승주와 (이)나연이에게 지시를 했는데, 전체적으로 가라앉아 있다 보니 (리더십이) 잘 발휘되지 않았다. 다 잊어버리고 상대에 도전한다는 생각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영건군단의 치명적인 약점을 차 감독은 꿰뚫고 있었다.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차상현 감독은 훈련 때는 선수들에게 엄격하지만 그 외 시간에는 친구처럼 대한다고 한다. 선수들과 비교적 나이차가 적기에 자연스레 ‘오빠 리더십’이 발휘되고 있는 것. 때로는 애교도 피울 수 있는 어린 선수들이 많은 건 팀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잘 나갈 때 어린 선수들이 자만심을 갖기 쉽기 때문에 차 감독은 이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컵 대회 우승을 하고 나서 선수들이 자만했던 게 있었던 것 같다. 자만심보다는 자신감을 가져야 할 때다”라고 겸손한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젊은 팀은 경험이 적기 때문에 이것저것 도전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 차상현 감독은 이런 속성을 잘 살려 분위기를 추슬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제 4경기를 치렀을 뿐이다. GS칼텍스가 반등할 기회는 앞으로 얼마든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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