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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월드컵서 '접었다' 욕먹은 문선민, 경험-팬심 두 마리 토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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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월드컵서 '접었다' 욕먹은 문선민, 경험-팬심 두 마리 토끼 '잡았다'
  • 김의겸 기자
  • 승인 2018.07.24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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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문선민(26·인천 유나이티드)이 2018 러시아 월드컵 이후 몰라보게 달라졌다. 플레이에 여유가 생겼고 터치는 한결 간결해졌다.

지난 22일 FC서울과 ‘경인더비’에선 햄스트링이 완전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후반 교체 투입돼 43분 극적인 결승골로 팀에 17경기만의 승리를 이끌었다. 경기장에서 직접 확인한 그의 플레이는 군더더기가 없었다.

경기 직후 기자회견에 나선 문선민은 “월드컵이 축구 인생의 전환점이 될 것 같다. 자신감을 많이 얻었다”며 “올해 결혼을 하고 국가대표가 되고 월드컵에도 나갔다. 우주의 기운이 나를 돕는 것 같다”고 밝혔다.

 

▲ 22일 FC서울과 경기에서 결승골을 터뜨린 문선민(오른쪽)은 월드컵에서 돌아온 뒤 확실히 자신감과 여유가 생겼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확연한 성장세에 대한 겸손한 발언이라고 보기만은 힘들다. 월드컵 이전까지 문선민에 대한 정보가 많은 축구 팬은 많지 않았다.

성인 대표팀 경험이 없던 문선민은 지난 5월 신태용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의 부름을 받고 러시아 월드컵 예비 엔트리에 ‘깜짝’ 승선했다. 올 시즌 K리그에서 월드컵 휴식기 전까지 국내 선수 중 가장 많은 6골을 넣은 공격수였지만 누구도 그의 승선을 예상치는 못했다.

온두라스와 A매치 데뷔전엔 후반 투입되자마자 데뷔골까지 넣었다. 그렇게 본선으로 가는 23인 최종 명단에도 들었다.

스웨덴에서 프로 경력을 시작한 문선민은 스웨덴 축구에 누구보다 익숙했다. 조별리그 1차전 스웨덴전 출전이 유력했지만 벤치를 지키며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그대로 월드컵 진출이 무산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지만 멕시코와 독일전에 연속해 선발로 나섰다.

독일전 후반 20분에는 페널티 박스 안에서 결정적인 찬스도 맞았다. 그러나 때려야 할 때 접었다. 슛 타이밍을 놓치고 결국 수비에 막히고 말았다. 김영권(29·광저우 에버그란데)이 후반 추가시간에 결승골을 넣기 전까지 가장 결정적인 찬스였다. 이날 이기지 못했다면 두고두고 회자될 통한의 장면이 될 뻔 했다. 문선민은 월드컵에서 세간의 기대보다 훨씬 잘했지만 독일전 슛을 하지 못했던 장면은 그의 축구 인생에 큰 오점을 남겼다.

독일전 있었던 그 잊지 못할 찬스가 약이 된 걸까. 문선민은 월드컵 휴식기 이후 인천으로 돌아와 축구에 한 단계 눈을 뜬 것처럼 여유가 생겼다. 후반기 치른 5경기에서 3골을 넣고 총 9골로 리그 득점 3위에 올라있다. 여전히 국내 공격수 중 가장 많은 골을 넣고 있다.

K리그 복귀전이었던 지난 7일 전북 현대와 KEB하나은행 K리그1(프로축구 1부리그) 15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전반에만 홀로 두 골을 몰아쳤다. 리그 1위 전북을 당황케 했다.

 

▲ 문선민(사진)은 '꿈의 무대' 월드컵에서 소중한 경험을 바탕으로 일진보 할 수 있을까.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독일전 통한의 플레이에서 영감을 얻은 화제의 광고 문구도 등장했다. 인천 지역 버스 외부엔 ‘접지 않고 때리겠습니다’라는 홍보 문구가 붙었다. 이 말처럼 접지 않고 때리고 있는지 묻자 “간결하게 슛을 하려고 한다. 공격수는 할 수 있다면 슛으로 마무리해야 수비도 편하다”고 돌아온 그의 대답에선 간판 공격수로서 책임감도 느껴진다.

서울전 교체 투입을 앞둔 그에게 홈 팬들의 뜨거운 함성이 쏟아졌다. 그의 동작 하나 하나에 인천축구전용구장은 뜨겁게 끓어올랐다. 결승골까지 터뜨린 그는 이날 숭의아레나의 주인장 같았다.

그는 “월드컵 이후 인기를 실감한다. 경기장 안팎에서 많이 알아봐주시고 열렬한 성원을 보내주신다”며 달라진 인기를 체감한다고 밝혔다.

독일전 찬스에선 ‘접었다’ 욕먹었지만 월드컵을 통해 경험과 팬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리그 활약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내달렸던 문선민의 돌풍은 올 해 반짝하고 그칠 것 같지 않다. 홈 팬들을 등에 업고 경험과 책임감까지 장착한 그는 인천과 더 높은 곳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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